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궁합이라 함은 일대잡종을 만들 때 교잡하는 두 계통 혹은 품종의 어울리는 정도, F1의 능력을 말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또한 사주와 오행에 살(煞)이 있으면 불길하다고 하여 예로부터 혼사에는 궁합을 반드시 보는 습관이 있었다. 이름과 음식에도 어울리는 궁합이 있으며 잘 어울리는 콤비를 우리는 찰떡궁합 이라고 한다. 말과 기수의 사이에서도 찰떡궁합이 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상극인 궁합도 있다.

기수의 실력으로 보면 충분하게 우승을 할 말인데도 경주결과는 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수의 실력은 신통치 않으나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는 말이 있다. 경마를 마칠인삼(馬七人三)의 경기라고 한다. 나는 마팔인이(馬八人二)이라고 하고 싶다. 그만큼 말(馬)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수와 호흡을 잘 맞추지 못한다면 마삼인칠(馬三人七)이 되는 것이 경마이다. 이렇듯 말과 기수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며 호흡의 여하에 따라 경주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의 능력이 증가되기도 하고 감소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기수 시절에 이런 경우를 가끔 느꼈던 적이 있다. 기수들이 어떤 말을 타게 되면 왠지 자신감이 생기고 반대로 어떤 말을 타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를 경험 했을 것이다. 경기의 모든 것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경주 전부터 자신감이 떨어지면 좋은 성적이 나올 확률도 떨어진다. 자신감을 갖고 말을 탔는데도 특정 말을 타게 되면 레이스가 잘 안 풀리고 어떤 말을 타게 되면 레이스가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 보다는 말과 기수와의 궁합에서 오는 것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선행마를 좋아 하는 기수는 선행마를 타고 우승하는 경우가 많고 선입마를 좋아하는 기수는 역시 선입마를 타고 우승하는 확률이 높다. 또한 추입마를 좋아하는 기수는 추입마를 타고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말과 기수와의 호흡 즉, 궁합이 잘 맞은 결과 때문이다. 반대로 선행을 좋아하는 기수는 추입마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추입을 좋아하는 기수는 선행마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바꾸어 말하면 선행을 좋아하는 기수는 선행마 중에서, 추입을 좋아하는 기수는 추입마중에서 찰떡궁합의 마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 될 수 있는 것이 말의 재갈받이다. 재갈받이라 함은 말이 달릴 때 재갈을 물고 있는 강도와 끄는 힘의 세기를 말한다. 재갈받이가 뻣뻣한 말(재갈을 강하게 물고 끄는 힘이 센말)과 부드러운 말(재갈을 부드럽게 물고 끄는 힘이 강하지 않은 말)이 있다. 기수의 손목과 허리가 강한 기수는 재갈이 뻣뻣한 말도 적당한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수는 재갈받이가 무척 뻣뻣한 말을 타면 말의 속도를 편안하게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 레이스 중에 말과 계속 싸우게 되고 그것은 좋지 못한 경주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재갈받이가 부드러운 말을 타면서 지나치게 고삐를 강하게 사용해도 이 역시 좋지 못한 경주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이 말몰이는 그 말에 적합한 말몰이를 해야 경주성적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말이라도 그 말에 적합하지 않은 말몰이를 한다면 우승의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종합 선물세트처럼 함께 어우러질 때 찰떡궁합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경마팬의 입장에서는 말의 질주습성과 기수들 각자가 좋아하는 레이스전개 스타일을 알아야 말과 기수와 찰떡궁합과 상극궁합을 찾아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요소들이 잘 조화를 이루게 될 때 사람으로 말하면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사주팔자와 궁합을 유난히 잘 보는 철학관이 있듯이 위에서 설명한 말과 기수들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잘 파악한 후 그것들을 조합하여 찰떡궁합과 상극궁합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유명 철학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극단적인 표현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듯이 말과 기수와 호흡이 일치되기 힘든 커플이 있을 수 있다. 어떤 말이 물이고 어떤 기수가 기름인지를 가려내는 능력은 경마팬의 몫인 것이다. 이것을 선별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갖추어지지 않는다. 말과 기수 각각의 자료들을 정확하게 찾아 낼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을 잘 조합할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경마 철학관의 좌판을 깔아 보는 것이 어떨런지...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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