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특성 고려한다면…맹목적 동물학대 보기 어려워
말 전문가들, “방목이 오히려 동물학대에 가까워”
마사회, 동물보호법·말 복지 가이드라인 준수해 체험 진행
해외에도 전면적 말을 통한 규제는 없어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부산의 한 동물단체가 4월 29일 부산 서구청과 한국마사회가 송도 해수욕장에서 함께 진행하는 ‘무료 승마체험’ 행사의 취소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포니를 활용한 ‘무료 승마체험’이 ‘동물학대’이라는 이유였다. 서구청은 합법적인 행사이기에 강행한다는 입장으로 동물단체와의 계속되는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인간의 오랜 파트너이자 가축인 말에 대한 복지도 주목된다. 특히,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말산업에 비해 말 복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실정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말산업을 홍보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승마체험이 과연 논란이 될 일인가? 승마체험이 동물복지 차원의 ‘동물학대’라고 할 수 있을지를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를 통해 심층 조명해본다.

우선, 인간의 관점에서 누군가를 등에 태운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남의 무게를 내가 지탱을 해야 하기에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되고 힘이 쓰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체중을 감당하는 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물은 각 품종의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 ‘말(馬)과’의 동물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달리는 게 주요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의 동물은 오히려 움직이지 못하는 게 더욱 큰 고통일 수 있다.

국내 저명한 말 전문가는 말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힘을 갖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해소시켜 주지 않으면 오히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각종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육되는 말은 하루에 최소 2~3시간가량을 운동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국내 저명한 말 전문가는 말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힘을 갖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해소시켜 주지 않으면 오히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각종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육되는 말은 하루에 최소 2~3시간가량을 운동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법적 개념에서의 동물학대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라고 ‘동물학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승마체험은 일단 관련법에서 정의한 행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고, ‘정당한 사유 없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말 전문가들은 운동하지 않는 것이 더욱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저명한 말 전문가는 “말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힘을 갖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해소시켜 주지 않으면 오히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며, “현장에서는 말의 스트레스를 위해 매일 손평보 20~30분, 조마삭, 워킹머신, 방목 등을 적절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운동하지 않고 방치된 말들은 무료함으로 여러 가지 악벽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부담은 관절 및 발굽질환, 대상 작용 이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승마 체험’ 자체를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의 종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선 승마장에서는 고객이 없는 날에도 매일 말들을 마방에서 꺼내 일정 시간 동안 훈련을 시킨다. 야생 상태의 말들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운동을 하지만, 사육되는 말들은 일정량 이상의 운동하지 않으면 산통에 걸려 죽기 때문이다.

말을 잘 모르는 사람은 말을 타는 것은 인간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말을 타는 게 단순히 이용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일종의 교감이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말들은 인간과 함께하는 행위들을 좋아한다. 모든 말들이 그러하진 않겠지만 인간의 손을 타고 자란 대부분 말들은 오히려 인간과 함께하기를 원한다.

말은 표정을 통해 17가지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인간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는다는 해외 연구결과들도 많다. 그만큼 인간과의 교감을 중시하고 선호한다.

과학 비평가이자 수의사인 데이비드 래미는 2011년 발표한 자료를 통해 “인간과 말은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였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인간과 말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상대를 선택했고, 상호 유익하게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말을 활용함으로 인해 말은 종의 보전에 더욱 유리해졌고, 인간은 더욱 발전된 문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평소 ‘말’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승마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승마장과의 협업을 통해 서울, 천안, 청주, 부산 등 전국 6개의 도심 공원에서 시행 예정이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한국마사회는 평소 ‘말’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승마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승마장과의 협업을 통해 서울, 천안, 청주, 부산 등 전국 6개의 도심 공원에서 시행 예정이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한국마사회의 무료 승마체험

말 복지 고려해 실시해

한국마사회는 ‘동물복지’ 개념을 반영한 말 복지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아울러, 마사회가 추진하는 말 관련 모든 행사에 말 복지 차원의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동물단체들이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며 행사 취소를 요구한 ‘무료 승마체험’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마사회는 ‘동물보호법’과 ‘세계 말 복지협회(World Horse Welfare)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현장에서의 말 상태를 항상 예의주시한다고 밝혔다.

승마체험에 대한 한국마사회의 입장

- 승마 체험용 말은 한국마사회 말등록원에 등록된 건강한 말들이다.

- 말의 사육과 관리는 ‘동물보호법’과 ‘세계 말 복지협회(World Horse Welfare)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

- 하루 7시간 중 말 1마리당 하루 4시간 승마체험에 이용되고 3시간 휴식을 취한다.

- 매시간 50분 동안 승마 체험을 하고, 10분을 휴식을 취한다.

- 점심시간 70분을 주고, 1마리씩 교대로 1시간씩 추가 휴식 시간을 줘서 말을 배려한다.

- 말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체험 고객의 체중은 70kg 이하로 제한하고, 가볍게 걷는 형태(평보)로 승마체험을 진행한다.

- 물과 사료는 정해진 시간에 하루 기준 급식량을 준수하여 급여하고,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관리한다.

한국마사회의 지도감독이 아니더라도 승마체험 민간 사업자들은 수십 년간 말과 호흡을 맞춰온 말 전문가들이다. 말이 자신들의 소중한 자산이며, 말을 아끼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수년간 승마체험을 담당해온 민간 승마사업 관계자는 “‘동물학대’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말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런 일을 애당초 시작할 수조차 없다”며, “어디에서 승마체험을 하든 말들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승마체험을 통해 많은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말들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 바닥에 최대한 푹신한 매트를 깔고 체험을 진행한다. 말들은 소중한 자산이고, 내 자식과도 같은 녀석들인데 무리하게 체험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말 활용 사례, 해외는?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독일과 영국에서도 승마체험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독일은 어린 시절부터 승마를 장려하고 말 타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화돼 있다. 물론, 말 복지를 고려한 가운데 모든 교육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승용마인 ‘하노버리안’의 최초 산지인 독일 하노버 지방에 가면 하노버리안을 활용 관광마차가 운영되며, 지역 축제 기간에는 말을 타고 시가행진을 진행하기도 한다. 동물복지의 최고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도 말을 통한 활동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말 복지를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2017년 7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하노버 왕자 에른스트의 종교 결혼식 후 행진 준비 모습(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2017년 7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하노버 왕자 에른스트의 종교 결혼식 후 행진 준비 모습(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미국에서는 2014년 뉴욕 센트럴파크의 명물인 관광마차의 존립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새롭게 취임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동물학대’라는 이유를 들어 센트럴파크 마차 운행을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민의 64%가 뉴욕의 명물인 마차 관광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부동산업자들과의 정치적 뒷거래를 통해 맨해튼 서쪽 노른자 땅을 노린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무산됐다.

최근에는 말 복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오는 6월부터 공원 내 차량 운행이 전면 금지되고, 공원 앞 도로에 서 있는 관광 마차가 공원 안으로 자리를 옮긴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명물인 관광마차의 모습(사진 출처= 센트럴파크 홈페이지_.
뉴욕 센트럴파크의 명물인 관광마차의 모습(사진 출처= 센트럴파크 홈페이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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