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권투경기도 적당한 출전주기가 있다. 타이틀을 방어한 후 대략 3개월 이내에 다음 경기를 치른다. 경주마에게도 적당한 출전주기가 있는데 매월 위탁관리비를 내야 하는 마주로서는 1개월에 한번은 경주에 출전시키고자 한다. 착순상금이나 출전수당을 받아 관리비를 충당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주마들의 정상적인 출전주기가 1개월로 각인되어 버렸다. 마주, 조교사, 경마팬 모두 정상 출전주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1개월에 한번 씩 경주에 출전하다보면 말의 리듬도 그 출전주기에 맞춰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말에게 경주성적을 가장 극대화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출전주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출전 주기는 말의 컨디션과 건강상태, 영양상태, 경주 후 회복상태 등 복합적인 것들을 참고로 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붙박이식으로 한 달에 한번이라고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렇지만 분명 일반적으로 말하는 마필의 정상주기는 있다. 이러한 정상주기를 파악하려면 말의 훈련에 따른 운동 생리적인 검사가 진행되어야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검사들이 오히려 말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컨디션을 저하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검사를 하기란 쉽지 않다.

선진 경마국의 경우 상금이 큰 경마대회에 출전하는 말들 중에는 직전 경주와의 출전간격이 3개월 이상 지난 후 출전하여 우승하는 말들도 있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약 6~7주정도가 말에게 커다란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경기에 대한 리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출전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컨디션에 문제가 없고 장거리 경주가 아니라면 3주 정도의 출전 주기를 한번 정도 가져갔다고 해도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나이가 어린 말이거나 건강하지 않은 말들의 출전주기가 짧을 경우에는 말에게 무리를 줄 수 있다. 경마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3주에서 2개월 정도의 출전 주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계속해서 3주정도의 경주 출전주기를 가져간다는 것은 그 마필이 그다지 발전 할 가능성이 떨어지는 말이라고 판단해도 될 것 같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말을 3주 주기로 계속해서 가져가는 조교사는 없다. 어쩌다 3주 정도이거나 2개월 만에 출전한 말이라면 그 말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오히려 능력이 있는 말의 경우 핸디캡 경주를 피하고 별정 경주에 나오다 보면 직전 경주 후 2개월 만에 출전하기도 한다. ‘에이스갤러퍼’의 경우 3월에 출전한 후 4월에 출전하려다 보니 핸디캡 경주만 있고 별정 경주가 없기 때문에 5월에 출전시키겠다는 조교사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조교사가 매월 목표한 조별 상금을 벌지 못했을 경우 우승가능성이 있는 말을 3주 만에 다시 출전시켜 수득상금을 얻으려는 경우도 있다.

내가 조교사 때 5주 연속으로 경주에 출전을 시킨 말이 있었다. 이 말은 경주능력이 없지만 매우 건강한 말이기 때문에 경주상금 보다는 출전상금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였다. 5주째 계속해서 경주에 출전시키자 마사회 경마팀에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말을 혹사하는 것 아니냐는 것과 경마팬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좋지 않다는 요지였다. 나로서도 그러한 소리를 들을 만하다고 생각하였다. 그 당시는 경주에만 출전하면 꼴찌를 해도 출전수당을 마주에게 지급했기 때문에 2주 연속 출전시키는 말들도 자주 있었다. 무엇보다 그 말이 연속출전이 가능했던 것은 체중이 400㎏정도로 체중이 적게 나가는 말이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말을 계속해서 매주 출전하게 되면 고장이 올 가능성이 크다. 500㎏정도의 말을 3주 주기로 자주 출전 한다는 것은 그 말의 경주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마대회의 경우는 일반 경주보다 출전주기가 긴 경우가 많다. 경마대회를 목표로 출전하다 보면 핸디캡에 따른 부담중량을 줄이고 승군 경주를 피하기 위해 출전주기가 길어 질수 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전 경주와의 출전주기가 3개월 이상이 되었다면 운동기 질병이나 기타 질환이 있었거나 현재 진행 중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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