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사)한국말산업학회 부회장
“독일, 도축용 말 엄격 관리해”
“의약품 사용 시 약품증명서 관련 기관에 송부”
“농림부, 가장 큰 책임져야”
“한국마사회, 경주 도중 부상당한 말 최소한 조치 필요”

김갑수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교수
김갑수 (사)한국말산업학회 부회장

독일에서 수의학을 공부할 적에 “독일에서 태어난 모든 말은 인간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산업동물이고, 언제든 인간의 욕구에 의하여 도축될 수 있다”라는 말 육종 전문교수의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다.

사실상 이러한 축산관련 법규는 전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이라는 정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도축할 수 있는 말과 스포츠용 말과 처음부터 법적인 기본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1985년 동물보호법이 동물복지법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말을 도축하는 절차가 세분화됐다. 말을 도축용으로 기르고자 할 때는 처음부터 수의사를 통한 철저한 관리를 받도록 했으며, 말고기 소비를 위한 스포츠용 말의 도축은 불가능해졌다.

또한, 식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말을 도축할 때도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다. 다른 산업동물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위생조건을 충족토록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용 말은 (식용마로 쓰이지 않아) 치료약의 선택에 자유로우나, 도축용으로 길러지는 말은 항생제 등 모든 약물 사용에 규제를 받는다. 대부분의 의약품 사용 후에는 반드시 약물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남기도록 하고 있다. 치료를 담당한 수의사는 약품사용증명서를 10부를 작성해 말 사육자와 복지부, 식약청, 농림부, 수의사협회, 도축장 등으로 보내야 하고, 자신이 한 부를 10년 동안 보관한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행정체계 구축을 통해 도축되는 산업동물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는 국가가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제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최소한의 서비스이다. 정부의 대국민적인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국민의 먹거리가 위협 받지 않도록 모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분명하다.

이번 경주마의 도축 사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 그리고 말 사육자들로 이어지는 일련의 범죄행위이기에 더욱더 커다란 충격을 준다.

많은 사람은 “난 말고기를 먹지 않으니 그리 중요하지 않아!!” 또 다른 그룹은 “어떻게 말을 이렇게 잡아먹을 수가 있어?” 그리고 동물단체는 미국산 경주마가 한국에 와서 이러한 대우를 받고 있어?” 등으로 축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커다란 책임의 축은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해 말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이다.

말을 도축하는 과정에 관련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면 농림축산식품부가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책임 소재는 피할 수 없다. 관련 규정을 기반으로 지도 감독해야 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건의 해당 지자체인 제주도, 말도축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까지 책임에 있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도축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물학대에 대한 책임 역시 농림축산식품부가 면치 못한다.

다시 말하면 이번 사건은 미국산 경주마가 한국에 와서 푸대접을 받는 것으로 축소해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청와대,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합심해(?) 국민의 기본권인 먹거리의 안전성을 침해한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말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경주 도중에 다친 말, 다리가 부러진 말 등을 아무런 조치 없이 마주에게 인계해 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행위를 하는 대한민국의 공기업인 마사회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아울러,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 발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마주들의 경주마를 모아서 한국경마를 주관하고, 막대한 소득을 취하고 있지만, 경주 도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모든 책임을 마주와 조교사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경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최소한 자신들에게 돈을 벌도록 해준 사업파트너 경주마에게 경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치료 또는 휴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나.

만약에 도축을 한다고 해도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최소한의 휴약기간(休藥期間, 사육하는 가축을 식용으로 쓰기 전에 동물용 의약품의 사용을 제한하는 기간)을 지킬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게 국민에 대한 공기업의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에 살거나 여행을 하면서 말고기를 식당에서 드신 모든 분들은 아마도 대한민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검증되지도 않은 말고기를 먹었다는 배신감을 감출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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