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지원만으로는 저변 확대 한계···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말(馬) 볼 수 있도록

‘말산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묻는 공통 질문. 돼지산업, 소산업, 닭산업은 없는데(물론 상위 범주인 축산업 일부지만) 말(馬)은 그렇게 특별한가? 선진형 융복합 6차산업이라는 점에서 ‘산업’이 따라붙는 건 후에 이해한다. ‘뭐, 그런 구조라니깐.’ 그다음 이어지는 의문은 “FTA 시대 어려운 농업·농촌의 대안”, “신블루오션 산업”이라는데 과연 맞는가?

이제는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2011년 말산업육성법 도입 후 이 슬로건에 혹한, 개돼지 기르고 오리 키우던 축산농가가 말로 전환했다. 이제야 점차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참 말도 안 되는 각종 규제와 법률간 충돌 문제로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이 떠안아야만 했다. 과도기를 거친 이제야 좀 숨통 트일 것 같은데 신규 승마시설은 대부분 공공시설 위주로, 기존 승마클럽 등은 정부나 마사회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도 사실. 미안한 말이지만,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기에 서로 빼먹기에 여념 없는 것 또한 작금의 현실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는 거로 아는데 기존 축산 농가가 말산업(농어촌형 승마장 및 생산 육성 목장 등등)으로 얼마큼 전환했는지, 그러곤 얼마만에 회귀했는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는 건,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넘쳐나고, 그들의 말 사랑은 매우 특별해서 차제에 분명 저변 확대는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들 자손이 한우나 돼지, 닭을 기르던 우리 선조들처럼 직접 마구간을 짓고 좋은 말을 생산하고 대회에 참가하고 축제를 즐기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위태했던 말산업이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농업·농촌의 진정한 대안 산업으로, 국가 대계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현재 방식에 자율성, 다양성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말산업은 특히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마산업에서 마련한 재원으로 각종 사회 공헌은 물론 농업·농촌 모산업의 핵심 사업과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즉, 단순한 재정 지원이나 공공시설 확장 외에 말이 뛰노는 농촌 마을 만들기, 승마 체험·마차 여행할 수 있는 우리 고향 만들기 등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말산업만이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사업은 과거 농림부와 한국마사회 그리고 몇몇 대표 농촌 마을과 연계해 추진하다 이 역시 각종 현실적 규제 문제와 내부 사정 등으로 잘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정비하고 추진할 때가 됐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최근 찾아가는 승마 체험, 아파트 단지 내 승마 체험, 해변 제주마 경주 등 의미 있는 사업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실무자들에게는 고된 일이지만, 참 가치 있는 저변 확대 사업이라고 본다.

오랜만에 사족인데, 필자 부모님은 4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전라남도 땅끝으로 귀농했다. 연중행사로 찾아뵙지만, 시골 갈 때면 근처 승마장이나 말 키우는 농촌 마을 찾으려 해도 인근 강진, 해남, 완도 등에는 말 키우는 농가나 승마클럽은 거의 없다. 좀 더 멀리 장흥이나 진도, 영광 정도 가야 볼 수 있을까. 이번 주부터 하계휴가인데 마침 12일부터 14일까지 전남 진도승마클럽에서 ‘2019 농어촌 오지 유소년 승마대항전’이 열린단다. 장흥군 공공승마장도 무려 8년간 우여곡절을 거쳐 7월 말 정식 개장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나들이할까 한다.

행복마굿간은 시설과 규모 면에서는 국내 승마장 가운데 제일 ‘소박’할 거라지만, 필자는 이곳에 담긴 시대적 상징이 매우 크다고 본다(사진= 행복마굿간 블로그 갈무리).

특히 얼마 전 전남 고흥에 한 농어촌승마장, 행복마굿간이 개장했다는 소식은 참 반갑다. 젊은 청년들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어려운 일을 극복하고 차근차근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으며 ‘승마와 예술이 있는 생태 놀이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사실. 벌써 지역 주민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입소문 타고 인기 폭발이다. 시설과 규모 면에서는 국내 승마장 가운데 제일 ‘소박’할 거라지만, 필자는 이곳에 담긴 시대적 상징이 매우 크다고 본다. 바로 자생하고 독립하는 용기, 젊음의 힘이라고(사진= 행복마굿간 블로그 갈무리, 행복마굿간 바로 가기).

저변 확대 역시 위에서부터 혹은 돈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순수하게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 농업 농촌에 헌신한 젊은 청년들의 모습을 보라. 그들은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모든 것에 자기 모든 것을 투자하지 과거처럼 ‘돈 좀 된다’고, 투기 목적으로 단지 ‘산업 부흥’의 기대로 말산업에 뛰어들지 않는다. 정부와 말산업 전담 기관 마사회, 주요 협회와 단체 그리고 <말산업저널>을 포함한 언론까지 우리 말산업이 진정으로 ‘갱생’하도록, 미래 농업·농촌의 대안 산업으로 굳게 서도록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과거처럼 뭐는 안 되고,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그만하고 가장 기본인, 진정한 산업의 시작인 작고 낮은 현장의 실제 요청이 설사 없더라도 먼저 손 내미는 선진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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