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런파크 부경 동물병원, ‘경주마 건강 관리법’ 소개

장마 같지 않은 장마도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밤더위에 제법 잠을 설친다. 자연 섭리에 따른 ‘제철’은 중요해서 비가 올 때는 오고 더울 땐 더워야 유행성 질병 발생이 적어진다니 이 얼마나 신묘막측한가.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으뜸이라는 인간이야 제 이성에 따라 추우면 옷 입고 더우면 벗겠지만 동물, 특히 말(馬)은 어떨까. 특히 경주 능력 향상을 위해 17세기부터 개량하기 시작한 경주마(서러브레드, Thoroughbred)를 산업적 가치에 따라 이용하려면, 돌보고 관리하는 책임도 분명 뒤따르는 터. 아직 일천한 국내 경마산업이 정도(正道)를 가려면 무엇보다 말 복지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동물병원은 24일, ‘하절기 경주마 복지 증진을 위한 건강 관리 가이드’를 언론에 소개했다. 마사 환경부터 경주마 개별 관리까지 렛츠런파크 부경 동물병원 의료진들이 마련한 지침으로 말산업 종사자들이야 잘 알거나 더 나은 노하우가 있겠지만,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먼저 마사 환경 관리를 위해서는 통풍과 환기가 중요하다. 출입문과 창문을 개방하고 선풍기를 가동해 기온 상승을 막고, 깔짚 교체 작업을 할 때는 먼지 발생을 최소화한다. 특히 파리와 모기를 통해 전염병이 전파될 수 있으므로 살충등과 방충망을 활용해 박멸 노력을 해야 한다. 사료와 깔짚이 부패해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신선한 물 공급은 필수.

경주마 관리 지침을 보면 마치 사람이 운동하기 전후 관리와 닮았다. 훈련 전에는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 하는데 여름철에는 특히 시간을 길게 가져야 한다고. 훈련 후에는 그늘에서 30분 이상 정리 운동을 하고 수영이나 전신 목욕으로 충분히 열을 식혀주는 일도 중요하다.

훈련 후 전신 목욕하는 경주마. 말 복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다. 더운 여름, 고된 현장에서 일하시는 관계자분들의 안녕을 기원하며(사진= 렛츠런파크 부경).
훈련 후 전신 목욕하는 경주마. 말 복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다. 더운 여름, 고된 현장에서 일하시는 관계자분들의 안녕을 기원하며(사진= 렛츠런파크 부경).

말이라고 사람과 다르지 않다. 한창 필드를 뛰다닐 때 관리사들의 이야기 중 기억 남는 게 있는데 신선한 물을 주기적으로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급수 시설 역시 개량해 좋아졌지만 얼마 전만 해도 큰 드럼통에 물을 한 번에 받아놓고, 밤에는 관리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됐었다.

사람처럼 말도 일사병, 열사병에 노출된다. 증상은 식욕 저하, 체온 상승, 거친 호흡 지속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럴 땐 그늘진 곳으로 바로 옮기고 다리부터 시작해 찬물로 전신 목욕을 하고 찬물을 공급하거나 질 좋은 사료를 적은 양만 제한적으로 줘야 한다고. 특히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니 수의사와 상의해 약물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하절기에는 눈병과 피부병 발생 위험이 커지니 경주 후 모든 경주마는 생리 식염수를 이용한 눈 세척과 안과용 항생제 주입이 필수적이다. 특히 체력 소모가 많아 과식으로 인한 산통 위험도 따르니 부패한 사료나 물 공급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도, 일도, 제때제때 관리하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잃게 마련인 건 지극히 상식. 건강 관리 가이드 지침을 보면서 필자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말과 직접 부딪히는 관리사들의 수고가 엿보였다. 현장 관계자들이 건강해야 말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지만, 말 팔자가 상팔자 되려면 사람 건강이 우선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그럴 때야 진정한 동물 복지도 실현된다.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 직통으로 맞으며 모니터와 키보드를 벗 삼아 글 나부랭이 찌그려 죄송한 마음이다. 그래서 애초 자격 없다 했는데···. 아무쪼록 이번 여름도 현장 관계자분들 모두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를 늘 응원한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