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과 나쁜 말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체형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확인하는 일이다. 예시장에서 말을 볼때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실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주마라면 모두 우수한 혈통을 가지는 선택된 서러브레드이지만, 그럼에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말들이 가지는 체형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잘생긴 말을 볼 때면 그 아름다움에 이성을 잃게 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마치 소(牛)와 같다느니, 개(犬)와 같다느니 하는 기탄없는 비평을 중얼거리곤 한다. 이러한 비유는 무엇보다 경주마로서의 밸런스의 나쁨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 판단은 적지않이 직감적이지만 그 직감에는 당연히 근거가 있고, 결점이 있으면 언뜻 보자마자 눈에 띠게 된다.

초심자의 경우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기에 앞서 마체의 각 부분에 대해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겠지만, 항상 전체적인 밸런스를 염두에 두면서 공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말은 목으로만, 혹은 다리로만 뛰는 것이 아니라 몸전체로 달리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말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좀 더 세분화 해보면, 목과 어깨의 밸런스, 어깨와 허리의 밸런스, 혹은 몸통과 다리의 밸런스 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필자가 말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는 경우, 먼저 목과 어깨를 포함한 상반신의 밸런스를 보고 또다시 그 상반신과 하반신에 해당하는 허리의 밸런스를 판단해 경주마 체형의 좋고나쁨을 구별한다.

경주마의 허리와 어깨라 함은 에서 나타나는 부분이다. 학술적으로는 말의 허리는 요골 즉, 선결절이라고 하는 부분의 앞쪽 극히 좁은 부분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말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공부하는데 있어 이해를 쉽게 하기위해 보다 넓은 범위를 허리로 지칭하는 것임을 알려둔다.

전구 즉, 목과 어깨의 밸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깨의 각도와 목의 길이다.

여기서 어깨의 각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필 관계자끼리는 어깨가 서있다느니 하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에서 나타나는 굵은 선의 각도에 따라 어깨의 각도를 판별하게 된다. 즉, 등뼈가 시작되는 부분(등성마루)에서 가슴의 중심까지 가상의 선을 그어보면 된다.

어깨의 각도는 45°가 이상적이며, 각도가 급할수록 어깨가 서있다는 표현을, 반대의 경우에는 어깨가 누워있다는 표현을 쓴다. 경주마에 있어 어깨의 각도는 거리적성과도 커다란 상관관계를 지니며, 이것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명마는 목으로 달린다”는 얘기가 있듯이 경주마에 있어 목은 굉장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길고 가는 목이 짧고 굵은 목 보다 좋은 형태로 알려져 있고, 운동역학적인 측면에서도 길고 가는 목이 더욱 좋은 메카니즘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말전문가 이토우 토모야스 씨는 “목이 길든 짧든 하나의 개체적인 특징을 가질 뿐, 경주마로서의 가치는 어느 쪽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필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목이 길고 짧음은 거리적성과 관계되지, 중요한 것은 목과 어깨가 얼마만큼 좋은 밸런스를 가지느냐 일 것이다.

전구 즉, 목과 어깨는 하나의 공식과도 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서있는 어깨를 가진 경주마는 거의 짧고 굵은 목을, 누워있는 어깨를 가진 경주마는 상대적으로 길고 가느다란 목을 가진다는 것. 두 가지 경우를 놓고 볼 때,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 단거리 적성을 지닌 경주마란 점에서 승군을 거듭할수록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우리 경마의 현실상 후자가 낫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어느 것이 딱히 좋다고 말하기란 어렵다.

다만 위의 경우와 상반되는 경우 즉, 서있는 어깨의 경주마가 길고 가는 목을 지니고 있거나 누워있는 어깨의 경주마가 짧고 굵은 목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밸런스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 경주마의 장래성은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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