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우리는 말의 상반신 즉, 목과 어깨의 밸런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말의 밸런스 그 두 번째로, 상반신과 하반신을 함께 고려한 어깨와 허리의 밸런스에 대해 살펴보겠다.

말에 있어 어깨와 허리의 밸런스는 그야말로 말 전체의 밸런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좋은 말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말은 어깨의 각도에 따라 목의 생김새 역시 어느정도 정해진다. 또한 어깨의 크기도 말의 크기와 거의 비례해 크기가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와 비교해 허리의 생김새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덩치가 큰 말도 빈약한 허리를 가질 수 있고, 적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필요이상으로 큰 허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말의 ‘허리’라고 하는 것은 지난 호에서 그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리고 허리의 크고 작음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허리의 폭’을 말한다. 에서와 같이 허리의 폭이라고 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허리에서 엉덩이 끝부분까지의 길이다. 일반적으로 “허리가 얇다”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허리의 폭이 좁다는 뜻이 되겠다. 독자여러분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허리의 폭이 좁은 말들은 결코 대성할 수 없으며, 그 말이 2세이든, 3세이든 혹은 4세이든 간에 허리의 폭은 선천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비록 어린 말이라 하더라도 근육이 덜 발달한 관계로 허리가 어딘지 부실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이 때는 반드시 허리의 폭을 확인하고 “여기에 근육이 붙으면 훌륭해질 수 있겠구나”하고 상상해 보면 어느 정도 그 말의 장래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깨와 허리의 밸런스를 볼 때에는 어깨를 기준으로 허리의 크기를 생각해야 한다.

말을 옆에서 볼 때 어깨의 크기를 10이라고 가정하면, 허리의 크기는 8이 적당하다. 이 것이 좋은 말의 이상적인 밸런스로 이 때 허리의 크기가 7이하 혹은 9이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허리가 빈약하거나 과다하게 비대한 경우는 좋은 말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또한 말을 위에서 보았을 때의 밸런스도 고려해야 한다. 위에서 말을 보면 허리가 어깨보다 크기 때문에 옆에서 볼 때와는 반대로 허리의 크기를 10이라고 가정하고, 어깨의 크기는 7정도가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도 역시 어깨의 크기가 6이하 혹은 8이상의 경우는 좋지 않다.

다음은 신장과 체장의 밸런스다. 에서와 같이 말의 키 즉, 신장(身長)이라 함은, 목의 끝부분부터 다리까지의 길이를 말하며, 체장(體長)은 가슴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다. 이론적으로는 신장과 체장이 거의 같은 경주마가 이상적인 체형을 지닌 경우이지만, 실제 명마들도 이러한 이상적인 체형을 가진 경우가 흔치 않다.

신장을 기준으로 하여, 단거리마의 경우는 다소 체장이 짧고, 장거리마의 경우는 다소 체장이 긴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주마를 살펴보면서 일일이 경주마의 체장과 신장을 재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눈대중으로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데, 필자의 경험상 신장과 체장의 밸런스에 따라 단거리마냐, 혹은 장거리마냐를 구분하는 것은 다소 위험부담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로서, 현재 활약중인 경주마 가운데 ‘소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전형적으로 체장 보다는 신장이 긴 마필로 언뜻 보면 굉장히 다리가 길어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마필들은 단거리 성향을 지니지만 말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면 ‘소망이’가 단거리마라고 단정짓기란 무리다. 왜냐하면, 목과 어깨의 밸런스상 어깨의 각도가 다소 완만한데다 거기에 목의 길이도 길고 가는 편으로, 이것은 장거리마의 형태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소망이’는 1800M에서도 우승경험을 지니고 있다. 결국 신장과 체장의 밸런스는 하나의 부가사항일 뿐 좋은 말과 나쁜 말 혹은 단거리, 장거리마를 구분짓기 위해서는 목, 어깨, 허리의 밸런스가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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