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금악목장 사장
한 가정의 청결상태를 보려면 화장실에 가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요즘 공공장소의 화장실은 가정집의 화장실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곳이 많다. 정부에서는 매달 공공장소에 있는 화장실중 하나를 아름다운 화장실로 선정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최근 급속도로 바뀐 한국의 화장실을 견학하고 변화하는 화장실문화를 배우러 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의식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빠르게 변하고 적응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경마를 관람하는 경마팬들의 관람매너는 변화 속도가 더디다. 과거 70년대 이전의 경마팬은 경마꾼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오로지 베팅에만 관심이 있었던 경마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치르고 뚝섬에서 과천시대를 개막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경마공원의 지하철역이 만들어 지면서 가족과 연인단위의 관람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샐러리맨의 참여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변화들이 경마공원의 분위기를 보기좋게 만들어 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경마팬의 의식조사를 위해 2004년 “경마관람자의 경마참여가 여가인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한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논문에서도 경마팬이 경마참여자로서 에티켓을 지키려는 태도의 변화가 미비하게 나타났다. 요즘 경마공원의 풍경은 어떠한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들은 어느정도 발생하고 있는가. 한번쯤은 경마팬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끔 필자는 경마대회가 있을 때 마필 생산자로서 경마공원을 찾을 때가 있다. 해피빌 6층에 생산자 관람실이 있는데 1층의 엘리베이터를 타러가는 짧은 시간동안 보여지는 모습을 보아도 눈살이 찌푸러지는 경우가 있다. 여기저기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있는 것까지는 봐줄 수 있다고 하지만 아예 그곳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일회용 라면이나 음식을 그곳에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준비해온 음식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야외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먹는것은 어떨런지..

이밖에도 여러 모습들이 펼쳐진다. 지난달 제주도의 경주마 및 마필관련 단체장들이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를 항의 방문한적이 있다. 필자도 제주도 승마협회장의 자격으로 함께 방문했다. 사감위 위원들의 회의가 있기전 사감위실의 실무 책임자를 만난자리에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감위 위원들이 불시에 장외발매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의 풍경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장외발매소를 방문해보는 사감위 위원들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경마의 부정적인 인식은 뇌리에 강하게 파고들어 갔을 것은 뻔한 일이다. 사감위 위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난 후 장외 발매소의 축소를 계속 주장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기수로서 과거 일본 교환경주에 참가 했다가 동경경마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생산자로서 호주에 말을 구입하러 갔다가 멜버른의 한 경마장에서 “콕스리지”컵을 관전한적이 있다. 지금의 우리의 경마장풍경과 비교해볼 때 부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들 나라의 경마팬이 경주를 관람하는 태도와 에티켓을 준수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경마에 있어 경마팬은 왕이다. 그러므로 KRA는 경마팬의 정당한 요구는 받아들이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경마팬들 역시 관전 에티켓을 지키려는 마음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권승주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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