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마
올 한해 세계경마를 되돌아보면 한마디로 위기와 기회의 전환점을 맞았던 시기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경마산업도 그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황타개를 위한 각 국의 몸부림은 조금씩 그 성과를 보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경마매출의 반등을 나타내면서 희망과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또, 한편에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욱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세계경마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지가 선정한 해외경마 5대 뉴스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2012년의 세계경마를 되돌아본다. (경마문화 편집국)

회생인가, 더블딥인가
올 한해 세계경마계의 희소식이라면 무엇보다 경매시장의 성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경매시장은 1월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총매출(3800만 달러)과 평균가(3만8천 달러)에서 2008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한 1월 경매에 이어 3월 패시그-팁튼 믹스드(mixed) 세일에서도 전년 대비 총매출 47.5%의 신장률을 보이며 그 여세를 몰아갔다. 이러한 경매시장의 활황은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나타난 불황의 시그널은 세계경마계를 잔뜩 위축시켰다. 아일랜드와 영국이 발표한 올 한해 경마산업 지표에서 경주마 경매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특히 경주마 생산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산업 기반 자체가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드러냈다.
또, 올해 초 이탈리아에서는 경마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마권매출이 전년대비 25%가량 주저앉으면서 경마상금이 40%나 삭감, 관계자들이 결국 파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경마산업의 최대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마주들에게도 수난의 연속이었다. 호주의 대부호이자 마주인 네이단 틴크라 씨는 호주 내에서 영향력 있는 호스맨이었으나 무리한 확장으로 인한 사업실패로 결국 소유한 경주마들을 모두 매각처리한 채 경마계를 떠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북미 전통의 경주마 생산목장 ‘바이너리’(Vinery)의 매각, 지난 9월에 전해진 북미 2대 경마주간지 ‘서러브렛 타임즈’(Thoroughbred Times)의 충격적인 도산 소식 등도 한번 침체된 경기 회복이 결코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세제개편 움직임 분주
우리나라의 마권 판매는 시행체 즉, 한국마사회에 국한하고 있다. 그렇지만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른바 ‘북메이커’라는 사설마권업자에 의해 발매되는 마권매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편의점 형태를 통해서도 마권을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북메이커의 매출은 매년 고(高)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실제로 경마 시행과 예산편성을 담당하는 시행체 측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항상 빠듯한 살림에 허덕여왔다. 때문에 올해 유럽 각국에서는 북메이커에 대한 부과세 인상을 단행,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아일랜드의 경우 모든 북메이커에 대한 부과세를 1% 인상한 것을 비롯해, 베팅익스체인지에 대해서는 매출의 15%를 마권세로 부과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하반기부터 시행중에 있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골칫거리로 작용했던 온라인 베팅에 대한 마권세 부과내용을 변경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주요 북메이커社들이 마권세 절세를 목적으로 해외로 본거지를 옮겨 온라인 베팅사업을 하는 편법적인 수단을 강행해왔다. 이전까지 영국 도박법에 의하면, 마권세는 사업자의 본거지에서 부과한다는 원칙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간 북메이커에게 마권세를 부과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경마협회(BHA)는 인터넷 베팅 마권세 부과 방식을 변경하여 사업자가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관계없이 이용자가 위치한 국가에서 과세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향후 20% 이상의 세수 확보가 예상되고 있다.

3대 경마대회 이변
올해 열린 세계 유력 경마대회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이 나왔다.
전 세계 단일 경주로는 최다상금이 걸린 두바이월드컵의 패권은 고돌핀의 아일랜드산 복병 ‘몬테로소’(Monterosso)에게 돌아갔다. 또, 유럽 최고권위의 개선문상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암말 ‘솔레미아’(Solemia)가 차지하는 이변이 나온 것.
그리고 지난 11월에 열린 미국 브리더즈컵 시리즈의 꽃 클래식 경주에서는 우리와 인연이 많은 ‘게임 온 듀드’(Game On Dude)가 우승후보로 지목되었지만, 복병 ‘포트란드’(Fort Larned)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외에도 남반구 최고 대회 멜버른컵에서 인기순위 13위의 ‘그린 문’(Green Moon)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올 한해 세계경마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양상을 띠었다.
한편 지난해까지 연승가도를 달리던 유럽 최강자 ‘프랑켈’(Frankel)과 호주의 무패여걸 ‘블랙 캐비아’(Black Caviar)는 올해도 무적의 위용을 과시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경마도 이제는 첨단과학 시대
지난 2010년 아일랜드 연구팀은 경주마 생산과 사양관리에 있어 일대 혁명을 가져올 수 있는 서러브렛 스피드 유전자의 비밀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면서 일부 선진국에서는 어떤 씨수말과 씨암말을 선택해야만 단거리 또는 장거리에 적합한 양질의 자마를 생산할 수 있을지 그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마사회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경주마의 유전자와 경주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데 성공하면서 DNA로 씨수말의 후대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으며, 그 결과물로 씨수말 ‘록하드텐’(Rock Hard Ten)을 미국에서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유전자 분석뿐 아니라 첨단과학을 경마에 도입한 사례는 또 있다. 범죄자 색출을 위해 개발된 얼굴인식 시스템을 경마에도 적용하면서 경주출전을 하기 위해 패독(paddock,지하마도)을 지나가는 경주마의 안면을 분석함으로써 개체식별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실험도 있었다.
이렇듯 경마도 이제는 첨단과학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올해 2월 플로리다주에서는 경주마에게 고압산소치료를 실시하던 중 압력을 견디지 못한 산소탱크가 폭발, 치료를 받던 경주마 1두와 2명의 관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어 세계경마계에 큰 충격을 던져준 일도 있었다.

‘중국(中國) 러시’ 해외자본 유입 줄이어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회생여부는 중국에 달려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만큼 풍부한 인력과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경마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 2008년 우한(武漢) 시범경마를 시작으로 ‘사회주의의 주적(敵)’으로 치부해왔던 경마에 대한 문호를 세계를 향해 조심스럽게 열어보이고 있다. 비록 최대 이슈인 ‘경마베팅의 허용’에 대해서는 철옹성을 지키고 있지만 이를 허용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미래의 포석 차원에서 세계 경마선진 자본은 앞다퉈 중국경마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는 마치 1800년대 미국 서부 골든러시를 방불케한다.
지난 5월 아일랜드가 중국과 경주마 생산과 개발 사업을 위한 파트너쉽을 체결한데 이어 9월에는 프랑스 경마협회(프랑스 갤럽)가 중국 텐진에 대규모 경마단지 구축을 위해 향후 10년 간 총 공사비 20억불을 투자협약에 서명했다.
올초 두바이 달리(Darley)가 자본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중국 경마사업 개발에서 손을 떼긴 했지만, 곧바로 싱가포르 자본이 인수하면서 중국경마를 향한 세계 선진국의 러브콜은 올해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작 성 자 : 편집국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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