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얼마든지 말을 탈 수 있다. (마구간 승마클럽 홈페이지 갈무리)
- ‘말’만 남은 겨울철 승마장…‘한철 장사’로 전락 위기

“말이 좋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승마장을 시작했습니다. 승마장 하는 일이 참 좋지만 여름이면 덥고 비가 와서, 겨울이면 눈이 오고 춥다고 회원들이 오지 않아 운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여름에는 비 피해가 컸고 올겨울은 유독 한파가 기승이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날씨까지 궂으니 말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다.
경기도 의왕시의 Y 승마장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쉽지 않다. 재작년 태풍 콘파스가 왔을 때 주변 고목들 절반 이상이 뿌리째 뽑혀 승마장 외관이 흉물스럽게 변했고, 지자체 조례 때문에 승마 시설 허가가 쉽게 나지 않아 홍보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다.
Y 승마장의 K 원장은 “회원들이 추우면 춥다고, 더우면 덥다고 말 타러 오지 않아 승마장 운영은 일 년에 6개월 정도만 될 뿐이다. 한철 장사로 전락돼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의 K 승마클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호회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승마클럽을 시작했지만, 겨울이 되자 이곳을 찾는 회원이 거의 없다. 서울 목동과 부천 등지에서 10분 거리에 있고 시설도 좋지만 ‘춥다’는 이유로 회원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펜션과 승마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H 승마클럽의 경우는 아예 겨울철 승마를 포기할 정도다. 그저 동네 사람들이 마실 왔다가 말을 타는 정도다.
겨울철 승마장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승마인들이 승마장을 찾지 않는 점이 가장 크다. 말은 여전히 운동하고 먹고 관리해야 하기에 인건비, 사료비 등 비용은 똑같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운동량이 적으니 말들은 배앓이에 걸리는 경우가 잦고, 마방 톱밥을 아끼려다 보니 말굽 질병에 노출되기 십상이어서 상황은 악화일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실내 마장이 있고 난방 시설까지 한 중·대형 승마장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회원들이 찾는다는 안산의 Y 승마클럽, 화성의 H 승마장, 파주의 H 승마타운 등도 시설에 따른 부대 비용 규모가 크기에 수익이 날 수 없다.
해답은 단 하나, 승마인들이 계절을 이기고 승마장을 꾸준히 찾는 것뿐이다.
한겨울에 승마장을 찾아도 볼거리, 놀 거리가 많다. 추위에 노출된 말들이 말옷을 입고 고드름이나 눈과자를 먹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기도 장흥군의 마구간승마클럽(고성규 대표)에서는 말을 활용한 눈썰매와 스키 체험도 할 수 있게 했다. 난로에 군고구마 등을 구워 먹으며 수다를 나누는 낭만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추억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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