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의 신체부위별 좋은 유형 ②등, 발굽


말의 병력사항을 살펴보다 보면, “요배통”이라는 질병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요배통(腰背痛)이란, 한자 그대로 허리(腰)와 등(背)에 걸쳐 오는 통증으로 경주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다. 그만큼 말에 있어서 허리 뿐 아니라 등은 민감한 부위이며, 좋은 경주마를 선별하는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기도 한다.

말의 “등(背)”이라 함은, 척추 전체의 총칭을 말한다. 즉, 말의 등성마루에서 시작해 요골(선결절)의 위치까지다. 다시 말해 말안장을 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간혹 경마팬 가운데에서는 말의 등과 허리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우리가 밸런스 강의 시간을 통해 알아본 바와 같이 허리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말의 등은 에서와 같이 완만한 유선형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이따금 이러한 형태를 벗어나 거의 평평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말도 있지만 이 경우를 “소(牛)의 등”이라 하여 경주마로는 낙제점을 줄 수 있는 형태다. 또한 등의 가운데 부분이 일반적인 형태보다 다소 주저앉은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도 잘 달리는 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등이 좋다”라는 것은 그 말이 잘 달리는 것 뿐 아니라 “타고 있어도 진동이 없다” 라는 뜻과도 통한다. 이 것을 자동차에 비유해본다면 승차감, 즉 달릴때의 부드러움은 그 차의 전체적인 성능을 대변해 준다. 그래서 우리가 예시장에서 걷고 있는 말을 관찰해보면, 능력이 좋은 말은 주행시에 등의 상하 움직임이 적고 평행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의 주행메카니즘을 통해 생각해 보면, 말은 고양이나 개와 다르게 등뼈를 크게 굽히거나 늘리지 않고 등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달린다. 물론 뒷다리를 앞으로 디딜때 미세하게 등이 휘어지지만, 등이 부드러운(좋은) 말은 빠른 중심이동이 이루어지면서 조금이라도 허리의 움직임이 적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빠른 발놀림으로 인해 스피드는 더욱 배가되기 때문에 “등이 좋은” 말이 잘 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말의 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현역 기수들에게 막연히 “이 말은 어떤가, 저 말은 어떤가” 라고 묻는다면, 기수 중 열의 여덟은 “매우 부드럽다. 등이 좋다”라는 대답을 하기 십상이다. 과거 필자도 김효섭 기수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잘나가던 ‘머스코카프라스펙’(통산 28전 11승 준우승 4회)이라는 경주마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질문에 김 기수는 마치 “벤츠를 타듯 편안한 기분” 이라고 말한 기억이 떠오른다. 필자는 그 말의 특징이나 능력에 대해 물어본 것이지만, 기수들은 그 말의 “타는(기승하는) 맛이 어떠한가” 라는 질문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당시엔 조금 뜬금없는 대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돌이켜보면 이 것은 같은 맥락의 얘기로서 경주마의 능력을 한마디로 잘 표현해준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던 셈이다.



경주마 가운데에서는 유독 불량주로에서 약한 말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양호 혹은 건조주로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다가도 비나 눈으로 인해 주로가 질퍽해지기만 하면, 이상 하리만큼 부진하다. 그런 현상을 보이는 말들의 대부분은 발굽에 그 원인이 있다.

발굽은 기본적으로 말이 주행중 지면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지난호 “말의 다리”에 대해 알아본 바와 같이, 마체의 하중을 많이 받게되는 부위가 바로 앞다리이기 때문에 일단 앞다리의 발굽형태를 살피는 것이 기본이다.

유럽 쪽에서는 기본적으로 좋은 말을 고를 때 우선적으로 발굽이 크고 튼튼한 말을 선호한다. 발굽이 큰 만큼 충격 흡수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굽이 큰 말들은 코너링 시에 약점을 지닐 수 있다. 발굽이 너무 크면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자칫 미끄러지기 십상이고, 그만큼 스피드의 날카로움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굽이 작은 말은 코너링에서는 유리할 수 있어도 기본적인 충격흡수기능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역시 적당한 크기의 발굽이 필요하다.

그러나 발굽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코너링이 서툴다고 하는 선입관은 버려야 한다. 를 살펴보면, (a)의 형태는 발굽이 큰 경우라 하더라도 코너링 즉, 중심이동이 수월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알 수 없지만, 경험상 발굽이 다소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말은 비록 큰 발굽을 소유한 말들도 결코 스피드의 손실이 없다. 반면, (b)의 형태를 가진 발굽은 상대적으로 중심이동이 서툰 경향을 보이며, 더군다나 큰 발굽인 경우라면 불량주로와 같이 질퍽한 경주로에서는 분명 약점을 보이기 마련이다.

말의 발굽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말의 컨디션이나 영양상태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손톱 표면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 하듯이, 말의 발굽 표면에 유독 횡선이 많이 들어가 있는 말을 간혹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발육상태가 원활치 못하고 체질이 약한 말이기 때문에 예시장에서 이러한 말들을 보게 되면 반드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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