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역사는 어언 8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8번이나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보내면서도 한국경마는 많은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한국경마는 태동에서부터 불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강점기 그러니까 1919년 기미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이후 일본은 식민지통치 정책을 규제와 통제정책에서 문화정책으로 전환한다. 문화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조선민족을 우민화시켜 독립의지를 꺾으려 했다. 그 일환으로 경마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래서 1922년에 한강철교 아래 백사장에 새끼줄을 쳐놓고 경마를 시작했다. 해방 이후 경마는 우리의 손으로 넘어왔지만 제도와 모든 시행시스템은 일본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야 했다. 지금까지도 일본식 용어며 제도가 남아 있다.

게다가 80년이 넘는 동안 한국경마는 마권판매 위주로만 발전해왔다. 그러다보니 부정경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패가망신하는 경마팬이 늘어나면서 경마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도박의 황제’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마장에 데려가라’ ‘기수를 알고 경마하면 1년 안에 망하고 조교사를 알고 경마하면 3년안에 망한다’ 등의 경마를 비하하는 은어들이 시중에 난무했다. 경마의 본질에 입각한 철학과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이토록 부정적인 사슬에 얽매어 있는 경마산업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무려 1백20여 국가가 시행하는 글로벌산업이다. 호주와 아일랜드 등 일부 나라에서는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의 영화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경마산업은 영화산업보다도 규모가 크다. 이들 나라는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부문산업인 축산업(경주마생산)과 건설업(경마장과 목장건설) 서비스업(마권판매업) 정보산업(정보제공업) 등이 잘 발달돼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왜 경마산업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국민들이 경마를 그저 도박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

법률적 의미나 사전적 의미로도 경마는 도박이 될 수 없다. 경마는 경주마의 능력을 70% 기수의 능력을 30% 정도 전제하여 경주마의 탄생과정부터 모든 정보를 수집해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로 분석과 추리를 통해 우승마를 골라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경주마다 우승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행운이나 요행으로 적중시키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행성 게임물이나 로또복권 카지노 등과는 확연이 다른 특징이 있으며 분석능력에 따라 적중률의 차이도 많이 나게 된다.

경마산업은 특히 서러브레드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세계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산업이다. 경마를 시행하면서 세계와의 경재을 회피하면 그는 곧 ‘낙오’(落伍)를 의미한다. 경마를 시행하는 이상 세계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인 것이다. 세계와 경쟁을 하지 않겠다면 이는 곧 경마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서울경마장과 부산경마장의 경주마들이 모두 출전하는 경마대회를 두고 경마산업 관련 단체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모두가 경마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경마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갈등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서울에 있든 부산에 있든 다같은 서러브레드 경주마들이다. 이들 중에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를 선별하여 우대를 하고 또 더좋은 경주마 생산을 위해 번식마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경마산업 발전의 순리이고 원칙이며 명분이 있는 일이다. 원칙과 명분을 던져버리면 철학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옳은 일이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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