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사)대한재활승마협회장

모든 이들의 마음에 희망과 설렘을 주었던 2019년이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갔습니다.

전국의 교수들은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합니다. 공명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입니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나는데,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를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어느 한쪽이 없어져도 자기만 살 것처럼 생각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입니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분열된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어 모두가 다시 한번 뒤돌아보며 올해를 마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말산업과 재활승마의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아도 이 사자성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한 몸임을 얘기하는 듯 역시 큰 공감이 갑니다.

말을 키우는 생산농가부터 승마와 경마를 즐기는 일반 국민, 승마를 통하여 삶이 달라지기에‘재활승마’를 목마르게 갈망하는 장애인과 가족들, 이들 모두의 말에 대한 사랑과 말을 통하여 희망을 찾고자하는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만, 우리사회에서 아직 그 문은 활짝 열려져 있지 못한 것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한해 대한재활승마협회에는 두 가지 업적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2021년 서울에서 개최될 세계재활승마연맹(HETI : Federation of Horses in Education and Therapy International, 이하 HETI) 세계대회를 위한 활발한 해외 홍보 활동과 아시아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2021년 재활승마 세계대회를 한국마사회와 대한재활승마협회가 공동개최하기로 협의한 것입니다. HETI 세계대회는 매 3년마다 개최되며 회원 간의 교류, 협력, 학술적 발전 및 네트워크 형성 등 의 목적을 갖고, 35개국 55개 정회원 단체의 대표 및 다수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재활승마 관련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세계대회는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되는데, 우리나라 말산업 종사자들이 세계재활승마의 현황을 한 눈에 조망하고, 총회에 직접 참여하여 보고 느끼고 비젼을 갖는 변곡점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재활승마를 통해 한국의 말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사회 통합의 효과까지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장애인과 정서·행동에 문제를 가진 사람은 물론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가 함께 참여하는 재활승마 세계대회를 개최함으로서 사회계층의 통합을 기대할 수 있으며, 다양한 정부 부처가 참여하여 부처간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재활승마 세계대회는 약 30억원가량의 직접적 경제효과(관광산업)와 간접적인 한국 말산업의 이미지 상승 및 유,무형의 경제효과 발생과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두 번째로는 협회와 학회가 협력하여 한국마사회의 지원을 받아 세계 최초로 소방관과 함께 방역, 교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말매개학습(EAL, Equine Assisted Learning)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하고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입니다.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 직접적인 부상이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하는 1차 외상, 재난 피해자들의 고통, 참혹한 광경, 훼손된 신체 등을 목격하는 2차 외상 경험, 그리고 이런 사건에 지속적 노출이 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소방관을 비롯한 군인, 경찰들을 대상으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퇴역군인들에 대한 효과 연구만 이루어 졌을 뿐, 소방관이나 방역이나 교정 업무 종사 공무원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회 제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근무자들이 겪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승마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라며, 그동안 연구 결과의 확대를 통해 국민 건강에 크게 기여하며 더욱 사랑받는 재활승마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재활승마는 사람과 말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활동입니다. 1969년에 설립된 미국 내 한 재활승마협회는 재활승마만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센터가 881개가 소속되어 있고 4,800명의 재활승마지도사가 66,000명의 참가자에게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62,000명의 자원봉사자와 수천 명의 기부자 그리고 7,800마리의 재활승마 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센터들은 기부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강습에 직접 참여하여하는 봉사자들은 말을 이끌거나(말리더) 말 옆에서 걸으면서 기승자를 직접 도와주는 역할(사이드워커)을 중점적으로 수행합니다. 우리도 이러한 부러운 환경에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 내딛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공공승마장을 중심으로 재활승마가 확대 보급된다고 하는데 자원봉사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승마 운동도 하면 어떨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말산업의 경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재활승마의 발전은 말산업에 종사하는 일자리 창출, 농촌 경제 활성화와 함께 소외된 국민의 어려운 삶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다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재활승마협회는 말을 통한 국민 건강, 국민 행복, 사회공헌을 실현하는 큰 힘이 되고자 2020년도에도 더욱 발돋움 할 것입니다. 새해에는 말산업이 더 힘찬 도약을 하면서 또한 재활승마가 농촌경제 활성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말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경자년은 풍요와 희망, 번성과 번영을 상징하는 흰 쥐의 해입니다. 변덕스러운 국제사회의 이합집산식 경쟁구도 속에서 눈치 빠르게 적응하여 경제적 어려움에서도 탈피하고 국력이 부강함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삶도 윤택하고 여유있고 행복이 넘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올 한해 동안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더 굳건하게 하는 계기가 마련될 뿐 아니라,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말산업의 중심에 재활승마가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한 해가 되어,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심신의 어려움을 겪는 모든 국민들의 삶의 질이 한껏 높아지는 풍요로운 경자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2021 재활승마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사)대한재활승마협회 회장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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