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구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관

최준구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관
최준구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관

말전염성자궁염(馬傳染性子宮炎, contagious equine metritis, CEM)이 국내에서 감염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15년 5월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시험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도에서 사육 중인 더러브렛(Thoroughbred)종 종마 39마리를 검사한 가운데 17마리에서 원인균이 검출되어 양성률이 43.6%나 되었다. 국내 첫 발생 확인이었고, 이로 인해 상당 기간 교배 중지 조치가 취해져 당시 많은 혼란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높은 양성률에 검사 범위가 확대되었고 전체 더러브렛종 종마의 약 1/5 규모로 검사가 진행되어 2015년 상반기 CEM 양성률은 13.5%로 나타났다. 최초 소규모 검사 결과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13.5%는 높은 정도의 양성률이다.

CEM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OIE)에서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 질병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는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당연히 말 및 관련 생산물의 국가간 교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발생국에서는 비발생국으로 수출이 통제된다. 1977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여 영국은 물론이고 이후 유럽 여러 국가로 전파되어 말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 일본, 중동지역으로까지 발생 범위가 확대되어 현재까지도 많은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원인체는 Taylorella equigenitalis. 수컷의 외부 생식기에 감염되어(질병을 유발하지는 않음) 번식을 위한 교배 과정에서 직접 접촉에 의해 암컷의 생식기 내 감염이 이루어지게 되고, 감염된 암컷 말에 급성 화농성 자궁내막염과 일시적인 불임을 일으켜 생산성이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나서야 이 질병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식기 화농성 삼출물 분비, 불임 등 원인균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나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판단할 만한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 질병에 대한 전국 감염 현황 파악과 양성 개체 검색 및 치료를 통한 양성률 저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15년부터 더러브렛종 종마 약 2,100여 마리를 대상으로 전국 일제 검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초 13.5%에 달했던 양성률(일부 더러브렛 종마에 대한 결과)이 실시 첫 해인 2015년도에는 2.1%로 대폭 낮아졌으며, 해마다 감소하여 2019년도에는 전체 2,269마리 중에서 3마리에서만 원인균이 검출되어 양성률은 0.13%를 기록하게 되었다. 신속한 검사법(실시간유전자검사법) 적용과 적절한 치료제(항생제) 사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산자와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검사 시료 채취 및 치료에 대한 적극적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그림 1. 연도별 말전염성자궁염(CEM) 전국 일제조사 결과(양성률 변화)
그림 1. 연도별 말전염성자궁염(CEM) 전국 일제조사 결과(양성률 변화)

0.13%의 양성률이라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시아 최초 CEM 발생국이자 근절에 성공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아직 국내 CEM 청정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1980년 5월 북해도 이다카-이부리 지역의 자궁내막염 증상을 보이는 암말에서 처음으로 CEM 발생을 확인한 일본은 매년 번식기 전 전체 더러브렛종 번식마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여 1997년까지 점차 양성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으나 근절되지 않고 한 자릿수의 발생이 이어졌다. 이후 검사법 교체(세균배양법에서 유전자검사법(PCR)으로 변경)와 양성개체 도태 및 치료를 근간으로 하는 근절 프로그램을 더러브렛종 번식마 및 같은 농장에서 사육되는 말로 확대 적용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01년에 12,000여 마리 중 양성 11마리가 검색되던 것이 이후 감소하여 2006년까지 5년동안 양성 개체 총 8마리가 검색되었고, 2006년부터 발생되지 않아 2010년 이후 CEM 청정화를 선언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첫 발생부터 청정화에 이르기까지 3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 셈이다.

일본의 경험을 우리의 제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질병 진단 능력이나 말산업 수준도 그간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보면 CEM 근절에 이르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일제검사를 통한 양성마 검색 및 치료사업의 지속적 추진과 더불어 검사 시기(현재 번식기 이후 9월~11월) 적절성, 양성개체 동거사육마 검사 확대, 더러브렛종 이외 승용마, 제주마, 한라마 등 번식마 감염현황 파악 및 대책 마련 등 추가로 검토해야 할 사항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생산자, 수의사, 한국마사회, 정부 등 관련 주체 간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일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말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병인 CEM 근절이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최준구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관 happythoma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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