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더비 통산 5승…2연패·부자(父子) 재패 등 레전드 행진 계속
5000승 향해 팬들 마음 위안하는 멋진 현재진행형 기수로 나아가길

일본 한류에 ‘욘사마’가 있다면 경마에 있어서는 ‘유타카사마’가 있다.

다케 유타카 기수의 4000승 달성 기념행사(사진= www.yutaka-take.com 갈무리).
다케 유타카 기수의 4000승 달성 기념행사(사진= www.yutaka-take.com 갈무리).

다케 유타카, 1969년 3월 15일 교토생으로 만51세, 일본중앙경마회(JRA) 기수이다. 18번의 리딩자키(Leading Jockey)와 9번의 최우수 기수, 일본과 해외를 합친 GⅠ100승 이상 등 이 모든 일들이 일본에서는 최다 기록이다.

이런 기록들은 사실 다케 유타카 기수에게는 배경 정도에 불과하다. 무려 생애 4000승이라는 기록을 2018년에 달성했고, 자신의 기록 갱신은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록만 봐도 다케 유타카의 이야기는 한두 번에 끝나는 스토리가 아니기에, 기수라면 그 누구도 바라고 원하는 일본 더비 우승에 관한 글을 풀어 보려 한다.

다케 유타가의 첫 기승은 1987년 3월 1일 한신경마장 4레이스였다. 데뷔 일주일 후 3월 7일에는 기수 인생 첫 우승을 시작으로, 그해 69승을 잡아내면서 카가타케미(加賀 武見) 기수 이래 27년 만에 JRA 신인 최다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기수라기에는 약간 큰 키라고 할까? 170cm의 그는 미소년과 같은 외모에 특유의 풋풋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일본 젊은이들에게 경마붐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1988년 19세 8개월의 최연소로 클래식 GⅠ기카쇼(菊花賞)에서 우승함으로써 “경마 천재”라고 불리며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 매스미디어까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수가 말(馬)을 잘 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다케 유타카는 말(語)도 잘하는 기수였기에 그가 가는 곳에는 수많은 카메라가 뒤를 이었다.

3세마(馬)의 경주에 있어 정점이라 불리는 일본더비에서 다케 유타카는 통산 5승이라는 최다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밖에도 일본더비 두 개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하나는 1998년과 1999년 일본더비 연패라는 기록과 엘리트 경마 집안답게 기수였던 아버지 다케구니히코(武邦彦)에 이어 부자간 일본더비 재패라는 아름다운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더비 첫 도전은 1988년 ‘코스모암버(Cosmo Amber)’라는 말(馬)을 기승했었는데 안타깝게도 16등으로 참패를 기록했다. 그 후 1989년 ‘타니노쥬리아스(Taninojuryas)’ 10위, 1990년 ‘하쿠타이세이(Haku Taisei)’ 5등, 1991년 ‘심홀리스키(Symholiski)’ 19등, 1993년 ‘나리타타이신(Naritataishin)’ 3등, 1994년 ‘후지노마켄오(Hujinomakeno)’ 4등, 1995년 ‘오스미베스트(Osumibest)’ 8등, 1996년 ‘ 댄스인더다크(Dance In The Dark)’로 아쉬운 2등에 이어 1997년 ‘러닝게일(Running Gale)’ 기승으로 5등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영상= Yutaka Take Victory Races 유튜브 갈무리)

데뷔 후 늘 화려한 성적으로 세기 이목을 집중시킨 그에게도 일본더비는 손에 넣을 수 없는 하나의 ‘형상’과 같았다. 이렇게 승리를 놓치는 사이 주위에서는 “다게 유타카는 더비는 이길 수 없다”라는 징크스까지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 감정을 휩쓸리지 않게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것도 프로페셔널로서 필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하고, 표면적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내심 “쓸 때 없는 참견”이라고 할 만큼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하는 게 훗날 인터뷰에서의 고백이었다.

‘스페셜위크(Special Week)’는 다케 유타카에게 더비 우승이라는 큰 영광을 안겨준 명마다. 9번의 일본더비 도전 끝에 1998년 우승한 당시, 무려 17만 명의 경마팬들이 있었고, “유타카! 유타카!” 소리에 기쁜 나머지 평소 잘 안하는 승리 포즈를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때 기억을 지금도 “지금까지 인생에서 최대, 최고의 순간”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기세를 몰아 1999년 ‘어드마이어베가(Admire Vega)’로 일본더비 연패 기록을 세웠고, 2002년 ‘타니노기무레(Taninokimuret)’ 기승으로 일본더비 3승이라는 최다 기록을 세우게 됐다. 2005년 ‘딥임팩트(Deep Impact)’, 2013년 ‘키즈나(Kizuna)’와 함께 더비 5승을 거머쥐었는데, ‘키즈나’는 ‘딥임팩트’ 자마로서 동일 기수가 부자 관계인 말에 기승해서 우승한 것 또한 다케 유타카 밖에는 없다.

다케 유타카는 ‘승부사의 비법’이라는 글에서 일본더비 제패에 대한 생각을 “쌓아온 경험과 몇 번이고 이를 악물었던 씁쓸한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손으로 움켜쥐려는 강고한 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밝혔다. 글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일본더비에 대한 집념은 기수 인생에 있어 가장 숭고한 승리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아마도 필자를 포함한 다케 유타카 팬들이라면 그에게 앞으로 바라는 몇 가지 기록이 있을 것이다. 극적으로 29세에 쟁취한 20대 더비기수 타이틀을 시작으로 30대, 40대의 더비기수에서 50대가 된 그에게 50대 더비기수 타이틀을 잡는 역사를 보는 일이다. 일본은 천왕이 바뀌면 연호가 생기는데 다케 유타카가 데뷔 후 3번의 왕이 바뀌었다. 쇼와(昭和)시대, 헤이세이(平成) 시대에서 얻었던 더비기수 타이틀을 지금 레이와(令和) 시대에도 더비의 대한 집념을 한 번 더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4000승 기록에서 ‘5000승!’을 향해 팬들의 마음을 위안하는 멋진 현재 진행형 기수로 같이 나아가길 기원해 본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키레아 대표의 ‘(가칭)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대표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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