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과 똥고집이 만들어 낸 적폐 콜라보, 코로나19가 ‘치유’하기를

7월 27일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경마산업 정상화를 위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제주시을, 행정안전위원회)과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주최·주관했다.

정부 측에서는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과 이장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감독지도과장이 참석했으며 경마산업계에서는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 김창만), 축산경마발전위원회(위원장 권광세), 서울마주협회(회장 강석대),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회장 박대흥), 한국경마기수협회(회장 신형철), 부산경남조교사협회(회장 오문식) 등 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경마팬을 대표해서는 정명근 씨, 언론을 대표해서는 김문영 <말산업저널> 발행인 그리고 한국마사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경마산업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로 주제 발표를 한 류원상 경영전략부장과 지정 토론자로 김종국 경마운영본부장이 참석했으며, 강현수 고객보호처장 겸 언택트발매추진단장도 함께 자리했다.

▲좌담회에서 언급된 토론의 자세한 부분은 생략한다. 꼰대들도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시대다. 곧 단독 풀영상으로 미디어피아 유튜브에 올라오니 조금만 기다리시라(좋아요와 구독은 필수다). 특히 코로나19로 경마산업이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도 담겨 있으니 꼭 영상 보기를 추천한다. ⓒ미디어피아 이용준
▲좌담회에서 언급된 토론의 자세한 부분은 생략한다. 꼰대들도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시대다. 곧 단독 풀영상으로 미디어피아 유튜브에 올라오니 조금만 기다리시라(좋아요와 구독은 필수다). 특히 코로나19로 경마산업이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도 담겨 있으니 꼭 영상 보기를 추천한다. ⓒ미디어피아 이용준

애초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을 더 넘겨 끝냈고, 뒷자리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제주 말 생산 목장 관계자와 경마팬 여러 명 의견까지 청취했지만, ‘끝 맛’이 뭔가 찜찜했다. 개운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 세 시간 내내 카메라를 지키고 서서 제삼자 입장에서 지켜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마산업,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또는 “세대가 바뀌지 않고는 결코 이 구조는 바뀔 수 없다.”

좌장을 맡은 정승헌 한국축산학회 마연구회장(건국대 교수)의 모두발언이 의미심장했다. 그간 경마산업계의 비정상적인 점들, ‘적폐’가 뭐였는지 협회와 팬들을 대표해 참석한 토론자들이 먼저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100% 맞는 말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지 않고는 주변을 바꿀 수 없고, 남 탓만 하고 모른 체하거나 미루는 건 잘못된 시스템을 그대로 안고 간다는 ‘기득권의 적폐화’ 아닌가.

다른 말들은 사실 귀퉁이로도 안 거쳤다. 좌담회 말미, 멀리 제주에서부터 온 이광림 챌린저팜 대표의 간절한 호소, 현재 생산 농가가 직면한 어려움을 토로한 말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도 않았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자기 취재처 일을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워해야 하며 변화할 수 있도록 함께 ‘언론 운동’을 하는 게 맞다. 필자가 출입이 일천하고 능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날 역시 냉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간 칼럼 절필의 이유기도 하다.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적폐를 껴안은 채 추락하기 원하는, 쓴소리 해도 못 알아듣는 이들에게는 ‘채찍’도 ‘자갈’도 ‘막대기’도 아깝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관리, 감독을 포기하지 않고 국민 공감대, 눈높이에 맞춰 정상화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당장 급한 사안, 정상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공언 역시 안심이다. 필자 판단에는, 이광림 대표의 호소처럼 초토화된 말 생산 농가부터 살려야 한다. 말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돈이 있어서 키우는 게 아니라 한국 경마 선진화를 위해, 우수한 국산 말을 생산하기 위해 동원돼 개인 빚 수억 원을 들여 겨우겨우, 하루살이 해왔다. 지금은 정말,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입사 전부터 회사에 있던 이 작은 빗돌, 그 위에 쓰인 글은 지난 8년간 필자 자신을 늘 돌아보게 한 원동력이었다. 필자 역시 말도, 나귀도 차마 될 수 없었던 그저 미련한 자였다. 이제는 미련함을 버리고, 기투든 음부강하든 때려치우고 주제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따르려고 한다.
▲입사 전부터 회사에 있던 이 작은 빗돌, 그 위에 쓰인 글은 지난 8년간 필자 자신을 돌아보게 한 원동력이었다. 필자 역시 말도, 나귀도 차마 될 수 없었던 그저 미련한 자였다. 이제는 미련함을 버리고, 기투든 음부강하든 때려치우고 주제에 맞는 삶, 본래 소명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한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먹고사는 일이 녹록지 않고, 이상한 전염병은 조직 내에 빠르게 확산되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지배하기 전, 대한민국 경마산업계에 이미 퍼져 있던 극단적 아니 그저 일상이랄까. 이제는 코로나19 덕분에 우리 모두가 그 ‘개인’이 됐다. 신의 직장이라던 마사회조차 결국 두 손, 두 발 들고 구조조정에 들어가지 않았나.

마지막 기회다. 나폴레옹이 되겠다는 꿈을 꾸다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 라스콜니코프가 몸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창녀 소냐를 만난 뒤 죄를 고백하고 갱생을 이루도록 한 속죄를 향한 마지막 손길. 필자에게도 이 칼럼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아무쪼록 모든 독자께서는 마스크 잘 쓰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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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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