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A의 공식 캐릭터 터피(자료= JRA 홈페이지 갈무리).
JRA의 공식 캐릭터 터피(자료= JRA 홈페이지 갈무리).

이렇다 할 빅레이스도 없는 한여름에 무슨 스토리를 해야 할까 고심한 타임이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위대한 '딥임펙트'에 대한 얘기를 줄줄이 써가고 싶은 충동이지만, 세계가 코로나19로 경마산업도 그리 밝지 않은 분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인지라 이 세상에 없는 '딥' 얘기는 더욱 우울감을 일으킬 것 같아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JRA의 공식 연예말(馬), '터피(Turfy)'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터피'는 JRA의 공식 캐릭터로서 경마장에서 열리는 행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역할을 하며 경마팬, 특히 아이들과 여성들에게는 인기 넘버원의 경마계의 '연예말'이다.

'터피'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쇼핑몰이 있는가 하면 '터피랜드'라는 공식 홈페이지도 있는데, 홈피를 통해 가족소개와 각 지방에서 사용되는 '터피패션' 그리고 '터피퀴즈'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터피'를 좋아하는 이유를 들자면 우선 눈이 크고 잘생겼고 귀엽다. 가족과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춘다. 그냥 이것이 필자가 '터피'에게 빠진 이유다.

'터피'는 JRA에서도 아주 귀하고 유능한 사원이다. 공식 캐릭터로서 매상에 아주 많은 기여를 하고, 레이스 홍보를 위해 길거리에서 춤을 추며 캠페인도 벌이고, 사진 찍어 주기를 서슴치 않는 팬서비스 만점의 인기 '연예말'이다. 그래서 일본 경마팬들은 '터피'를 아주 좋아한다.

자! 이쯤되면 '터피'가 어떤 말인지 궁금해지는 시간, '터피'의 공식 홈피에 소개된 내용을 도움받아 신상 공개를 해보자면 현역시절 유성(流星)의 왕자라고 불리며 국내는 물론 국외의 빅레이스에서 활약했지만 지금은 약간 배불뚝한 부마 '터피파파'와 외국의 초 유명한 명마 혈통가의 출신으로 빅레이스에서 다소의 우승을 하고, 은퇴 후 목장에서 '터피파파'와 달달한 연예에 빠져 결혼하게 된 요리를 잘하는 모마 '터피마마'사이에서 탄생했다. 특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취미는 당근 재배, 좋아하는 음악은 GⅠ팡파레, 혈액형은 빅토리V형, 좋아하는 컬러는 그린, 최애 음식은 당근과 사과의 각설탕 무침, 매력포인트는 JRA의 별이 되라는 의미의 이마의 별점이다. '터피파파'는 빅(Big)형이라는 혈액형으로 5개국어를 하는 언어의 달인이며 하늘색을 좋아하고, 가족과 온천가는 것을 즐기는 가족형 가장이다. 손이 거칠어지는 것을 싫어해서 네일아트(Nail art)가 취미인 '터피마마'는 핑크색을 좋아하고, 가족을 위한 옷을 만드는 봉재가 취미이며 혈액형은 꽃(Flower)형이다.

가족의 설명만 보아도 캐릭터 설정이 정확한 아주 유닉한 구성인 듯 한 것이 느껴지는 컨셉이다. 또한 '터피'에게는 예쁜 여자친구와 멋진 그냥 친구도 있다. '포니타(Ponyta)'라는 이름을 가진 여친은 '터피'가 좋아하는 당근요리가 취미이며, 남친이 유유부단해질 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약간 기가 센 누나와 같은 말이다. 그리고 '터피'에게는 초유명한 캐릭터 친구 '헬로키티(Hello Kitty)'라는 연예냥이도 있다.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헬로키티지만 '터피'와는 허물없는 사이여서 그런지 터피 홈피에 키는 사과 5개분, 몸무게는 사과 3개분이라고 숨김이 없는 파격적인 노출을 아끼지 않았다.

터피의 전국 윈즈 버젼(자료 제공= 김기현 박사).
터피의 전국 윈즈 버전(자료 제공= 김기현 박사).

필자가 경마장에 가면 꼭 구입하는 품목이 하나 있는데 바로 '터피'의 기념 벳지이다. JRA의 '터피'의 공식 의상은 그린색 셔츠의 가슴 부분에 이름이 들어가 있는 반면, 일본 전역의 10개 경마장은 지역 특색을 고려한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전국 32개의 장외 판매소 윈즈(Wins)에도 '터피'의 지역 버전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 전국 버전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경마장 투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인기가 많아서 품절 현상이 일어나 구매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옥수수를 든 삿포로(札幌) 경마장 터피 캐릭터가 너무 갖고 싶은데 아직도 손에 넣지 못했다. 전국 버전을 다 모으려면 아마도 몇 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주말 연인 사이나 가족 동반이 많은 일본 경마장에서의 '터피'의 활약은 엄청난 파워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 뺄 수 없는게 있다면 힘 넘치는 즐거운 파티 분위기를 조성하는 “터피의 레츠고 댄스(Let’s go dance)”이다. 경마장 일각에 있는 무대에서 안무를 설명하며 고객들과 공감하는 시간을 연출하는 센스에 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레츠고 댄스는 말(馬) 특유의 제스처를 춤동작으로 편성하여 구성한 안무로 배움과 동시에 말의 행동을 이해하게 하는 매력도 겸비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댄스와 같이 즐기는 파워풀한 음의 선율 또한 빠질수 없는 렛츠고 댄스의 매력 자본이다. 들으면 경마장에 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터피'는 2004년 일본경마회의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2대째 캐릭터이다. 초반에는 '터피50'라고 불렀지만, 초대 터피의 2003년 은퇴식을 계기로 “Turfy”라는 이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마장이 어떤 곳이야? 라고 물으면 일반적으로 말이 경주하는 곳, 경주를 보며 응원하는 말의 마권을 사는 곳과 같은 인식에서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주말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격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터피'와 같은 캐릭터나 경마 자체를 뒷받침하는 부수의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김기현 키레아 대표.
김기현 키레아 대표.

세계가 무관중 경마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절박한 상황이 빨리 종식되어 “터피의 레츠고 댄스” 한국이라면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라도 좋다. 경마장에서 '터피'를 따라다니며 사진찍기를 구걸하는 그런 팬으로, 달리는 말과 기수를 응원하며 함성을 외치고 말춤을 즐기고 따라 하는 그때로 하루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산업저널>은 김기현 박사의 ‘김기현의 일본 경마 이야기’를 매주 연재합니다. 김기현 박사는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뷰티디자인을 전공한 박사 출신으로 명지대학교 뷰티&퍼스널케어 경영대학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 시절, 말을 사랑하는 주위 지인들을 따라 경마를 접하게 됐고, 좋아하는 말이 생기면 응원하는 문화에 매료돼 경주마 경매 참관 및 도쿄, 삿포로,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경마장 투어를 했고 프랑스 개선문 대회도 참가했습니다. 현재 응원하는 말은 ‘사툴레리아(Saturnalia)’, 제일 좋아하는 기수는 다케 유타카(Take Yutaka)라고 밝힌 김기현 대표는 일본의 △명마 △기수 △조교사 소개는 물론 일본 경마 팬들의 팬심과 경마 일상 이야기, 경마장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일본 경마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해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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