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열애스콧, 비대면 방식으로 열려···120개국 중계
일본·홍콩, 온라인 발매 통해 매출 증대 및 세수 확보
북미경마 중심으로 ‘위드코로나’ 적응 시도도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경마 시행 중단으로 인해 100여 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온 한국경마가 현실적인 위기 상황에 처했다. 1차 산업인 말 생산업은 물론이고 사료‧설비 제조와 같은 2차 산업, 경마서비스, 관광산업과 같은 3차 산업까지 모두 송두리째 붕괴될 우려 속에 있다. 말의 생산부터 경매, 발매까지 유기적 시스템을 구성하는 경마산업 특성상 말산업 전체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 경마를 시행하는 다른 세계 각국은 어떠할까. 레저로서 경마를 즐기는 주요 경마시행국은 비대면 방식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가 엄중한 가운데에서도 자국의 말산업을 유지 존속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영국 로열애스콧,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자국 경마산업 보호 차원

경마 종주국인 영국은 세계적인 경마대회 ‘로열애스콧’을 6월 16일부터 5일간 온라인 발매를 통한 무관중 경마 형태로 개최했다. 코로나가 크게 유행할 당시였음에도 비대면 방식을 통해 전통을 이어간 것이다.

경마 애호가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자국의 경마산업 고용률 유지를 위해 무관중 개최를 적극 지지했다고 전해지며, 로열애스콧은 전파를 타고 120여 개국에 중계, 전년대비 50% 증가한 베팅규모를 기록했다.

경마 종주국 영국을 대표하는 경마대회인 ‘로열애스콧’이 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개최됐다. '로열애스콧'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모습(사진= BBC).
경마 종주국 영국을 대표하는 경마대회인 ‘로열애스콧’이 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개최됐다. '로열애스콧'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모습(사진= BBC).

일본·홍콩, 온라인 발매 통해 매출 증대 효과 및 세수 확보

아시아 경마시행국인 일본과 홍콩은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경마 시행을 통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가 발생 이후 경마를 계속 시행해왔는데 온라인 발매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예년에 비해 오히려 매출이 상승했다. 일본경마중앙회(JRA)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매출은 1조 4,753억엔(한화 16조 3,9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일본 경마팬들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마권을 살 수 있다.

또한, 홍콩도 ‘비대면’ 발매로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광풍에도 2019-2020 시즌은 역대 3번째 매출을 기록했다. 홍콩자키클럽은 ‘세금ATM’이라는 별칭답게 121.1억 홍콩달러(한화 1조 8,503억 원)를 조세로 납부하며 올해도 홍콩 경제를 이끌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홍콩은 지점(장외발매소)을 폐쇄하며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온라인 발매 덕택에 직전 시즌 대비 매출 감소는 2.6%에 머물렀다.

일본마사회(JRA)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고객 경마(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마권 발매는 허용된다(사진= JRA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마사회(JRA)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고객 경마(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마권 발매는 허용된다(사진= JRA 홈페이지 갈무리).

북미경마 중심으로 ‘위드코로나’ 적응 시도도

온라인 발매를 주 기반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관중을 입장시켜 위드코로나 시대에 적응하려는 시도도 여럿 있다.

미국 뉴저지주 몬머스 경마장은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7월부터 2000명 입장을 허용했다. 일리노이주 알링턴 경마장도 수용인원의 1%인 300명을 입장시키고 있다. 알링턴 경마장 관계자는 “매출의 85%가 온라인발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응원의 열기를 가미한다는 뜻에서 부분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주 퀸즈랜드주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다가 6월 22일부터 일부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퀸즈랜드주의 둠번 경마장과 경마자 이글팜 경마장은 주 정부가 규정한 1인당 4제곱미터, 2미터 기준에 따라 관중을 입장시키고 있다. 2016년 레이싱퀸즈랜드에 따르면 호주 퀸즈랜드주 경마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9억 6천만 달러(한화 1조 1,423억)에 이르고 정규직 종사자만 7,500명을 넘는다.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 정부에서도 경마산업을 지속 시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올해 10월 열리는 개선문상에 5천명 이내 관중 입장은 허용한다. 개선문상은 1920년부터 시작되어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경마대회로 코로나 위기 속에도 명맥과 전통을 이어간다.

매년 열리는 개선문상에는 5만여 명 가량의 관중이 찾는데 올해는 5천명만 현장에서 경마를 관람할 수 있다. 그 외는 경주실황 중계를 통해 온라인으로 대회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 유행에 따라 봉쇄 기간 동안 경마를 중단했으나, 5월 무관중으로 경마를 재개했고 7월부터는 5천명으로 입장인원을 제한해 경마장을 개장했다. 온라인 매출은 2분기 연속 전년대비 증가추세다.

올해 10월 열리는 프랑스 개선문상 경마대회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 상황에 따라 5천명 이내 관중 입장만 허용된다(사진= 롱샹경마장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10월 열리는 프랑스 개선문상 경마대회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 상황에 따라 5천명 이내 관중 입장만 허용된다(사진= 롱샹경마장 홈페이지 갈무리).

 

아울러, 경주마 경매 시장도 비대면 형태로 개최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경매 회사인 패시그-팁톤社는 국가 간, 주(州) 간 이동제한을 고려하여 응찰수단을 온라인과 전화까지 확대했다. 보이드 브라우닝 회장은 “말(馬)이든 부동산이든 자동차든 품질만 좋다면 수요는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매년 구매자들의 구매환경에 따라 공급방식에 있어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당세마(6개월령) 경매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국은 무고객으로 시행하고 있던 경마마저 중단되었다. 비대면 발매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에서의 무고객 경마는 곧 산업으로 재투자할 재원이 고갈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폴릭리포트, 포커스GN과 호주의 레이싱앤스포츠, 저스트홀스레이싱 등 관련 외신들도 한국 경마의 중단 소식을 보도하며 경마중단이 한국 말산업과 해외 경주수출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특히 호주의 저스트홀스레이싱紙는 한국과 일본, 홍콩을 비교하며 온라인 발매 현황, 경마산업이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 보도하는 등 최근 한국 경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호주의 관심이 컸다. 올해 한국에서 무고객 경마 시행기간 동안 호주의 한국경주 실황 매출액은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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