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
   윤한로

안중근 도마 의사를 존경해서
엄청 존경한 나머지
왜적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는 동상까지 세웠으니
우리나라 곳곳, 골골을 짯짯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한 나머지
본적마저 경기도에서 저 전라도 장성 땅으로 파 갔으니
용산으로 밀양 현장으로 강정마을로 삼보일배로
투사로 애국자로 농사꾼으로 살았으니
뱃놈으로 사제로 머슴으로 내던져졌으니
맨날맨날 싸우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아니다
, 밑바닥에 깔리기 위해
이름마저 구들장으로 바꿨으니
, 방구들장 신부님
그러나 하느님께도
이 세상 것 본인이 좋아하는 걸루 하나쯤
희생 봉헌해 드려야 했기
, 회로다 하자!
그러구러 회 또한 평생 안 먹는대니

, 그 손 어디 한 번 잡아보실라우
우리 그렇게 부드러운 손은 난생 처음일 게요


시작 메모
이 땅에는 가람도 있고
, 방울도 있고, 외솔도 있고, 늘봄도 있고, 흰돌도 있고, 언년이, 언눔이도 있지만 구들장도 있습니다. 그것도 김구들장, 이구들장, 박구들장도 아닌 방구들장.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높이 평가되는 것이야말로 혐오스러운 것. 그대 높이면 높인다고 평가받고 낮추면 낮춘다고 평가받고 찌그러지면 찌그러진다고 평가받고 깨지면 깨진다고 평가받을진대, 그대 다행입니다. 쑥 빼면 한없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그 손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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