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단기면허 자격으로 일본 경마에 발을 디디기 시작해 18년간 현역생활을 하고 있는 경마계의 슈퍼스타 “르메르(Christophe Patrice Lemaire) 기수” 정확히 얘기하면 “페드리스 르메르” 이지만 일본에서는 통상 “르메르”로 불리는 이 미스터는 올해 41세로 프랑스 출신이다.

“르메르”의 아버지 “크리스토퍼 페트리스”도 장애물 경기 기수였는데, 이 아버지는 르메르가 경마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주말마다 축사를 도우며 기승 훈련을 하면서 면허취득을 했는데, 프랑스에서 경마학교를 거치지 않고 일반 평지 기수면허를 취득한 경우는 아주 드문 예라고 할 만큼 “르메르 기수”는 일취월장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는 평가이다.

“르메르”기수가 일본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레전든 급 레이스가 있는데, 바로 2005년 “하츠크라이(Heart's Cry)”를 기승 해서 우승한 역사적인 경주 아리마 기념(有馬記念) 이었다. 클래식 3관을 차지하며 종횡무진 질주하던 “딥임펙트(Deep Impact) & 다케유타카(武豊)”기수 콤비에게 1패라는 흑역사를 쓰게 하였고, 이로써 미스타 “르메르”는 명 기수로서의 이름을 올리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두바이, 홍콩 등 세계를 누비며 멋진 레이스로 활약하던 중 2014년 일본에의 이적을 생각하게 되었고, 2015년 이탈리아 기수인 “미르코 데무로(Mirco Demuro)” 와 함께 외국인 기수 최초로 JRA의 연간 면허를 취득하게 되었다.

(사진= https://www.liberation.fr)
(사진= https://www.liberation.fr)

“르메르 기수”가 이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은 힘겨운 결정이 따랐을 거라 생각을 한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이중 기수면허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국인 프랑스의 면허를 반납해야만 하는 중대한 선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마 산업에서도 르메르 와 데무로 기수의 일본 도전기는 새로운 바람이자 레이스의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다케유타카, 에비나마사요시(蛯名正義) 등 일본 국내 탑 기수들 특유의 사무라이풍 신사적 레이스 스타일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승부사 가득한 다소 거친 그러나 레이스에 힘을 실은듯한 파격적인 경기 풍경에 경마팬들이 즐거워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생각해 보니 2015년 이후 매 경주가 “환호”에서 “흥미”로 전환된 느낌이다. 어떤 말이 우승할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기수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경마팬들의 응원 또한 격렬해진 느낌이 든다. 그 덕을 입은 은혜로운 결과라 해야 할까? 일본 말들이나 기수들이 개선문 대회의 벽은 아직 넘지 못했지만, 두바이, 홍콩 등 해외의 빅레이스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르메르 기수”에게 2018년은 기수 인생 정점을 찍은 해라고 할 수 있다. 다케유타카 기수가 보유하던 불멸의 숫자 연간 212승의 최다 기록을 보란 듯이 경신하듯 215승을 달성했고, 당시 3세의 아몬드아이(Almond Eye) 와의 콤비로 슈카쇼(秋華賞)을 우승하면서 기수 사상 3번째로 암마(牝馬) 한정 GⅠ 6개의 타이틀을 제패하는 기록에 더해 이후 3주를 연속해서 “피에르맨트(Fierement)”와 키카쇼(菊花賞)를, “레이데오로(Rey de Oro)”와 텐노우쇼(天皇賞) 그리고 2017년 코리아 스프린트에서 우승한 “그레이플립(Graceful Leap”)과 함께 JCB 스프린트를 우승하면서 이것 또한 사상 처음이라는 기록으로 4주 연속 GⅠ제패를 이루면서 기수 대상과 MVJ(Most Valuable Jockey)를 수상해 기수 4관을 독점하는 화려한 해를 장식했다.

말(馬)에 대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기억에 남는 “르메르 기수”의 이야기를 얘기하라면 2017년 오크스(Oaks) 우승을 들 수 있다. 당시 지인이 한계좌 마주로 관여하고 있어 응원을 했던 16관 베이비라고 불리던 “솔스타링(Soul Stirring)”라는 화제의 암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16관이란 솔스타링의 부마(父馬) 프랑켈(Frankel)의 GⅠ10개와 모마(母馬)인 스타세리타(Stacelita)의 GⅠ6개를 합쳐서 불려진 환타스틱 베이비라는 뜻이었다. 더욱이 모마 스타세리타는 “르메르 기수”가 2009년 프랑스 오크스(디안누:Prix de Diane)에서 기승해 우승을 했던터라 솔스타링과의 오크스 우승이 누구보다 간절했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국가는 다르지만 같은 기수가 모녀간을 기승 하여 오크스를 제패했다는 아름다운 스토리 연출에 많은 경마팬들은 감동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필자와 같은 우마조(UMAJO:馬女)들은 잘 달리는 말(馬)도 좋아하고, 멋진 말(馬)도 좋아하고, 쿨 한 기승 자세의 기수도 좋아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말(馬)과 연관된 스토리가 있으면 좋아하게 되고 몰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語)을 못하는 말(馬)이지만 그리고 비록 사람이 주체가 되어 말(馬)의 이야기를 만들기는 하지만, 더욱 세련된 경마 산업의 미래에 있어 스토리텔링은 산업 자체를 활성화 시키는 신동력의 원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르메르 기수”는 일본 경마 데뷔 후 통산 1299승으로 2020년 현재 178승을 하면서 리딩 탑을 찍으며 무려 35억엔이 넘는 상금을 획득하고 있다. 연말까지 본인의 기록인 215승까지는 “37” 이라는 숫자가 카운트되기 시작했고, 팬들은 기록경신이라는 결과를 오매불망 염원하고 있다. 올해 남은 경기는 7주 15일간의 레이스가 있는데 “르메르 기수”는 지난 2주간 15승의 우승몰이를 하면서 팬들에게 짜릿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중이다. 남은 7주간 개최되는 모든 경기를 다 소화한다면 걸어볼 만한 꿈인 것 같기도 해서 필자도 은근히 그 기록이 달성되길 기대하고 있는 마음이다.

“르메르 기수”는 각종 기록을 갱신하면서 명실상부한 일본 경마의 레전드가 되어가고 있다. 필자도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타국에서의 생활을 해봤지만 어떠한 환경이든 힘들 수 밖에 없다는게 원칙같은 룰인 것이 타향살이 그 자체이다.

어렵다는 일본어를 NHK 대하 드리마를 보며 습득하면서 JRA 기수에 합격해 활동하고 있는 미스타 “크리스토퍼 페트리스 르메르”에게 필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가득가득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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