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40회를 맞이하는 “제팬컵”은 초호화 맴버 들이 참여하는 유래 없는 레이스가 되었다. 무패라는 기록으로 클래식 타이틀을 거머쥔 3세의 암수마(牝牡馬) 데어링텍트(Daring Tact)와 컨트레일(Contrail)이 가장 먼저 “제팬컵”에 도전장을 내밀며 시작된 레이스 출전 등록에 2019년 홍콩바즈(HongKong Vase) 챔피언 글로리베이즈(Glory Vase)를 비롯해 2019년 기카쇼(菊花賞) 챔피언인 월드프리미어(World premiere), 2019년 사츠키쇼(皐月賞) 챔피언인 사툴나리아(Saturnalia) 그리고 GⅠ8개 획득으로 기록경신을 하며 은퇴 레이스로 “제팬컵”을 선택한 여왕 아몬드아이(Almond Eye)까지 “제팬컵”에 도전장을 내민 14마리의 GⅠ 개수를 합하면 무려 22개로 이러한 숫자가 보여주듯 초호화 맴버들이 집합하는 대회가 되었다.

“제팬컵” 알파벳 첫 글자를 따와서 “JC”라는 약칭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이 대회는 1981년에 창설된 국제초청경주로 일본 최초의 국제 GI 레이스이다. 2014년부터 스위스의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 론진(Longines)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되면서 전면적으로 론진이 서포트를 하게 되는 경기가 되어서인지 2020년의 정식 명칭은 “재팬∙오텀 인터내셔널 론진상 제40회 재팬컵”으로 부르게 되었다.

(사진= japanracing.jp)
(사진= japanracing.jp)

일본은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에 통용되는 강한 말(馬) 만들기”라는 이슈를 외치며 해외의 서러브레드를 초대해 국제 경주를 개최할 계획을 세웠었지만 초대하려는 말의 선정에 있어서 JRA와 각 국가 간의 의향이 어긋나 쉽게 국제 대회를 개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끊임없는 노력 끝에 명실상부한 일본 최초의 국제 초청경주로 이 대회가 창설될 수 있었다.

“40회”라는 기념적 대회를 앞두고 JRA에서는 메모리얼 뮤지엄을 개최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기획전은 “역사갤러리” “호스맨갤러리” “명마갤러리”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경마저널리스트 스즈키요시코(鈴木淑子)가 사회를 맞아 진행하였고, JRA 통산 2943승의 성적으로 은퇴한 오카베유키오(岡部幸雄) 전 기수가 코멘테이터로 참가해 “제팬컵”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었다.

“역사갤러리” 부분에서 오카베 전 기수의 제일 추억에 남는 “제팬컵”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는데 1984년 제4회 대회였다고 한다. 당시 오카베씨는 일본 경마 역사상 처음으로 3세 무패 클래식 3관을 달성한 수마 심보리루돌프(Symboli Rudolf) 와의 콤비로 출전을 하게 되었고, 데뷔 이후 8전 8승 무패의 기록으로 도전하게 된 만큼 세간의 이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심보리루돌프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개최 3회 대회까지 일본말(馬)의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국의 말(馬)이 우승하기를 염원하고 있는 시기였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일본말(馬)이 우승을 했다. 그런데 심보리루돌프는 아니었다. 스타트부터 빠른 스피드로 앞장서 질주하던 카츠라기에이스(Katuragi Ace)가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켰고, 그 여세를 몰아 아름다운 라스트 핏을 완성하며 우승을 해버렸다. 무패 행진을 계속하던 심보리루돌프는 3위로 들어오면서 1패의 쓴맛을 보는 레이스가 되었다.

오카베씨는 레이스 중반까지 뒤에서 달리던 외국말들만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라스트 직선에서 선두 말이 차를 벌리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 놀랐고, 끝 힘을 발휘해 봤지만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하였다. 본인이 생각한 레이스 작전상 자국의 말(馬)은 없었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본말(馬)의 우승에 대해서는 기뻤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패배의 여운이 싫어서 였을까? 리벤지로 출전한 다음 해 “제팬컵”에서 굴욕을 만회하듯 “심보리루돌프 & 오카베유키오” 콤비가 1985년 제5회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랑프랑코 데토리 기수(사진= Lanfranco Dettori 페이스북)
랑프랑코 데토리 기수(사진= Lanfranco Dettori 페이스북)

메모리얼 전시에서 필자가 재밌게 보며 들었던 부분은 “호스맨갤러리”부분이었다. 기승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는 멋진 남자 “프랑키(Frankie)” 정식 명칭 “란프랑코 데트리(Lanfranco Dettori)” 기수의 스토리였는데, 2002년 데트리 기수가 이틀간에 걸처 제펜컵 더트와 제팬컵을 싹스리 하면서 테트리 점프로 불리던 유명한 위닝 셀모니인 “플라잉 디스마운트(flying dismount)”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얘기에 필자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명 기수였던 아버지의 기승 능력과 말(馬) 곡예를 잘하던 서커스단 출신인 엄마의 부드러운 신체적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기승도 점프 셀모니도 잘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명마갤러리”에서는 역시 “아몬드아이” 스토리가 주를 이루었다. 2018년 2분20초6이라는 경이한 기록으로 코스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거머쥔 3세의 암마가 세상을 흔들었던 이야기로 진행자도 코멘테이터도 흥분을 가라 않치지 못하는 분위기로 뮤지엄의 엔딩을 고했다.

“제팬컵” 자체의 역사와 호스맨 그리고 명마의 이야기를 다룬 컨셉이 짜임새 있고, 재밌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편의 유닉한 다큐를 보는거 같아 좋은 느낌이었다.

“2020년 40회 제팬컵” 여왕 “아몬드아이”가 은퇴 경기로 선택한 레이스이다. 만약 우승을 한다면 총상금액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무려 우승상금이 3억엔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몬드아이는 16억엔을 보유하고 있고, 우승을 한다면 키타상블랙(Kitasan Black)의 18억엔보다 무려 1억엔이 많은 19억엔으로 기록 달성을 할 수 있게 된다.

기록은 깨는 것이라고 누가 얘기했던가? “컨트레일, 데어링텍트, 아몬드아이” 삼파전에서 누가 우승을 하던 기록이 탄생한다. 그런데 필자는 사심을 담아 조금 다른 기록 탄생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필자의 애마 리스트 “글로리베이즈 혹은 사툴나리아” 가 훅! 치고 나와서 “기록이 기록을 깨”는 이변을 그려보는 꿈 같은 생각을 해보며 돌아오는 11월29일 일요일 3시40분 “제팬컵” 스타트를 기다려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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