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분위기 있는 카페를 꿈꾼다. 수많은 경쟁, 치열하고 각박한 삶을 벗어나 차 한 잔의 여유와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테이블, 시선을 사로잡는 말 그림과 조각들, 정성 들여 모은 작은 말 소품들이 공간의 향기와 어우러져 말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삶의 오브제처럼 빛난다.

부라타 치즈 샐러드에 데이지꽃과 향긋한 드레싱이 버무려지고, 셰프의 정성 가득 한 요리들이 사람들에게 설렘처럼 전해지는 오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마(馬)문화 공간, 비스트로 카페 ‘Stable 14’를 소개한다.

 

 

경마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비스트로 카페 ‘스테이블14’

 

국내 최고 여성 기수에 이어, 국내 최초의 여성 조교사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이신영 조교사가 이번엔 경마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나섰다. 경마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마(馬)문화 홍보를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한 것. 경마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이 조교사의 새로운 공간은 떠오르는 비스트로 카페 ‘스테이블(Stable)14’이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14조 마방을 뜻한다.

올해 초 경기도 과천시 은행나무길에 들어선 이 카페에 오면 먼저 14조 마방의 상징 엠블럼이 사람들을 맞는다. 양재, 과천을 대표할 비스트로 카페 ‘스테이블14’는 도심 속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브런치 카페로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말(馬)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 유일의 여성 조교사답게 이곳은 말을 테마로 꾸며진 넓고 캐쥬얼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여유와 힐링, 독특함이 공존한다. 카페는 주인장의 인생을 짐작할 수 있는 다양한 말 조각과 그림, 소품들이 가득해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워진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분위기 속에 말에 대한 사랑과 경마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이곳의 최대 매력이지만 비스트로 카페답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해도 음식 맛이다.

카페 중심 안쪽에 있는 주방은 오픈형 주방으로, 열심히 요리에 집중하는 셰프의 모습을 직접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엘본더테이블 출신의 이재석 셰프를 모시기 위해 이신영 조교사가 무척 애를 썼다고. 엘본더테이블은 최현석 셰프 덕분에 더 유명세를 떨친 곳이지만 내로라하는 실력있는 셰프들만이 요리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와 신생 비스트로 카페라는 점은 약점이었다. 처음 ‘스테이블14’의 셰프 제안이 왔을 때, 큰 메리트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었다고 이재석 셰프는 웃으며 고백한다. 하지만 말(馬)에 대한 묘한 동경이랄까 카페 주인인 이신영 조교사의 열정 넘치는 당찬 모습에 끌려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게 되었다고. ‘스테이블14’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재석 셰프는 요즈음 고객들에게 더 사랑받기 위한 신메뉴 개발에도 열심이다. 수준 높은 브런치, 버거, 파스타, 스테이크, 환상적인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으며, 저녁에는 와인, 생맥주와 함께 즐겁고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답게 카페 수익금의 일부는 말 복지와 말 문화 전파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 시국에 카페를?

‘스테이블14’ 브랜드가 되다
  

삶을 지탱하는 것들이 무너졌을 때 인간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으로 경마산업은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였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셧다운에 폐업하며 고통 속에 내몰려야 했던 시간, 코로나 시기의 한 가운데 이신영 조교사, 그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경마 중단과 무고객 경마가 이어졌던 지난 한 해 경마장은 온통 불길한 소문과 진전없는 온라인발매 관련 소식에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경마가 중단되면서 생산자는 물론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말 관계자들은 당장 생계 위협을 느껴야 했다. ‘경마장에 들어오면 말 귀신이 씌어 밖으로 못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우리네 경마인들은 그저 말과 함께 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한 우물만 파온 인생들이다. 그런 경마가 무너지는 일, 경마가 멈춘다는 것은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이다. 이신영 조교사 역시 경마가 중단되면서 “경마가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그대로 멈추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새로운 선택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테이블14’를 브랜드화 하는 것, 그리고 경마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일이었다.

 

한국 경마 최초를 써 내려가는 이신영 조교사

한국 경마 최초의 여성 조교사, 언제나 그에게 붙는 수식어다. 올해로 벌써 11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이신영 조교사는 자신만의 열정과 섬세함, 도전에 대한 투지와 근성, 즉 끝까지 해내는 ‘그릿(Grit)’으로 서울경마의 대표 조교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수 출신 조교사로 2011년 아시아 최초 여성 조교사로 데뷔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총 3번의 대상경주 우승과 최근 1년을 기준으로 승률 12%, 복승률 19%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300승을 달성하는 등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기량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기수와 조교사에 이어 이제는 14조 마방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시키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그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해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초의 여성 조교사라는 부담감보다는 내가 잘해야지 후배들이 또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는 책임감이 크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도전 정신과 꾸준한 공부를 토대로 경마계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여성 후배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세상과 소통하는 ‘스테이블14’

마문화 홍보와 경마인들의 공간이 되길

 

올해 초 문을 연 ‘스테이블14’. 인터뷰를 위해 이신영 조교사를 만나러 간 날은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이었다. 아무리 코로나 기간 중이지만 마방 관리와 카페 경영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클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지켜내고 있는 신뢰와 도전들의 견고함을 잘 알기에 걱정하지는 않는다. ‘스테이블14’의 봄날은 무척 분주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여름, 이곳에는 새로운 활기가 넘친다.

말(馬)을 컨셉으로 한 이곳은 유니크함과 동시에 일반인들에게 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말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접하다 보면 말이라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더 나아가 경마문화에 대한 친근함도 갖게 된다.

 

이신영 조교사는 “스테이블14가 말산업을 일반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말 문화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경마 관계자들의 사랑방 역할도 기대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코로나 기간 동안 경마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마공원 입장이 16개월째 제한되고 있다. 최근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유튜브 방송에도 나섰다. 이신영 조교사의 유튜브 채널명 역시 ‘스테이블14’다. 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방송이 되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스테이블14 채널은 어느덧 1년 넘게 새로운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기존 경마팬들을 위한 경주마 소식은 물론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직업소개, 간식 먹는 경주마 먹방과 ASMR, 마방에 사는 어린양의 브이로그 등 경마가 낯선 이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올 만한 편안한 콘텐츠들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경마팬들에게 좋은 경주를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그는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경마가 속개될 날을 고대하며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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