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競馬のおはなし(바로가기)

 

1년을 기다렸던 2020 도쿄올림픽이 무더위 속에서도 기쁨과 눈물과 환희 등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성황리에 끝났다. 저마다의 감동을 가져갔던 경기들이 있어서인지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로 산란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대한 훈훈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조금은 사람 냄새나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가져보기도 한 것 같다.

도쿄의 무더운 날씨 탓에 올림픽 마라톤 레이스가 홋카이도(北海道)의 삿포로(札幌)시로 이동해 진행되었지만, 서늘해야 할 날씨가 기후 이상 변화로 인해 체감온도 40도에 가까운 찜통더위였고 경기중 쓰러지는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홋카이도”는 여름 경마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말(馬)들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도의 남쪽 하코다테(函館)와 도의 중심도시 삿포로에서 7월과 8월에 경마를 개최하는데 시원하다고 정한 전통적인 장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덥디더운 레이스가 진행되는 모양새이다.

7월 초에는 일본 경마관계자들의 관심이 온통 홋카이도 노던호스파크(northern hose park)로 쏠리게 된다. 이유인즉 경마는 아니고 경주마, 바로! 경주마 경매인 “셀렉트 세일”이다.

지난해 필자가 일본 경마에 대한 글을 시작하고 5번째 테마로 종모마(種牡馬) 세대교체의 이야기를 전개한 적이 있었다. 2020년은 “킹카메하메하(King Kamehameha)와 딥인펙트(Deep Impact)”의 종모마 양대산맥이 죽은 후 탑 부마(夫馬)의 행방을 예측할 수가 없었지만, 동세대인 “하츠크라이(Heart's Cry)”가 베스트로 등극을 하였고 코로나 19 감염 확산 방지 대책으로 좌석 감소와 사전 등록 구매자 한정 입장에도 불구하고 187억6200만엔의 낙찰가를 보이면서 역대 2위의 놀라운 기록으로 행사를 마쳤다는 글로 마무리를 했었다. 이야기에 숫자를 언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이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음을 양해 바라며 글을 이어간다.

올해는 어떠했을까?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아마도 사상 최악의 매출이 될 거라는 어두운 예측하에 개최된 경매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언빌리버블한 숫자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경매 내용은 2일간 478두가 상장되어 439두가 낙찰되었고 그 중 1억엔을 초과하는 고액의 말들이 24두나 나오면서 무려 225억6100만엔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로 역대 1위 낙찰가의 기록을 세웠다.

20살이 되는 노령의 하츠크라이는 종모마 은퇴 선언과 함께 남은 자마(子馬)들 가운데 21두가 낙찰되면서 18억1900만엔의 경매가격으로 아쉬운 2위로 고군분투하였고 영예로운 왕좌 1위는 위대한 딸 “아몬드아이(Almond Ey)의 엄청난 활약으로 13살의 파워풀 스타 부마가 된 세계의 “로드카나로아(Lord Kanaloa)”가 자마 20두 낙찰에 21억2700만엔의 경매가를 올리며 넘버원의 자리에 등극했다.

이 정도 숫자면 최고 낙찰가도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어떤 말(馬)일까? 아니 어떤 망아지(駒)일까? 짜잔~하고 외치며 얘기하고픈 주인공은 4억1천만엔으로 낙찰된 부마가 2013년 더비 챔피언 호스 키즈나(Kizuna)인 “세루키스(Selkis) 2021” 이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경매에서 고가의 낙찰을 기록하는 것은 종모마와 종빈마(種牝馬)의 활약과 혈통의 가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해당 부마와 모마(母馬)의 자마들의 성적이 좋아야 높은 가치로 평가되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netkeiba

 

경마 붐 시대의 획을 그었던 킹카메하메하와 딥인펙트 등의 위대한 호스들이 사라지고 개최된 이번 셀렉트 세일은 에피파네이어(Epiphaneia), 키즈나(Kizuna), 레이데오로(ReydeOro), 듀라멘테(Duramente), 리얼스틸(Realsteel), 사토노다이아몬드(Satono Diamond) 등 젊은 자마들이 부마로 선을 보이면서 혈통을 내세운 활약이 두드러졌던 그야말로 힘 넘치는 위대한 망아지들의 대회였다고 볼 수 있었다. 자마들을 갓 배출한 젊은 부마들에게 앞으로 이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뛰어주느냐에 따라 대를 이는 부마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다가올 미래에 펼쳐질 레이스가 개인적으로 아주 많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부마의 세대교체가 있었다면 말(馬)의 미래의 가치를 사는 사람, 마주(馬主)의 트렌드 변화는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대박 사드리기를 하면서 쇼킹한 등장을 알린 마주가 있었다. “말(馬) 아가씨 프리티더비”라는 게임 콘텐츠로 알려진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올해 48세의 실업가 “후지타스스무(藤田晋)” 씨다. 해마다 엄청난 액수로 낙찰가를 올리던 이름만 대면 아는 몇몇 빅마주들의 이름도 무색하게 총 18두 23억6700만엔의 거액을 투척하면서 말 관련 아이템 게임으로 벌어드린 은혜를 경마계에 환원하고 싶다는 의지로 마주 활동의 시작을 고했다. 마주 데뷔에 이 정도면 내년이 어떻게 될지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또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올해의 “셀렉트 세일”은 차세대 부마들과 씀씀이가 큰 새로운 마주가 참가하면서 결과적으로 호화롭게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일본 마주에 대해서도 풀어놓을 이야기가 많은데 다음 기회에 선물 보따리를 언박싱 하듯이 예쁘게 전개해 볼 생각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마권 판매가 주를 이루었던 일본 경마는 상반기 1조5천억엔이 넘는 매상으로 전년 대비 106%의 매득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올림픽의 영향으로 여름 경마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JRA의 여름 경마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한 번도 없었고, 세상에서 처음이라는 “무관중”으로 진행된 올림픽이었기에 JRA는 승승장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이야기이다.

이 정도면 일본의 경마는 대중화가 된 문화 스포츠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동해  바다 건너의 저들처럼 그야말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기는 이 말(馬 )과의 즐거운 레이스를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평온하게 같이 할 수 있을지 하염없이 그날이 그리워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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