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들도 멈춰 섰다. '2020 도쿄 올림픽'도 1년이 연기됐고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가 됐다. 이어 우리에겐 '2020 도쿄 패럴림픽'이 남아 있다. 올림픽에 이어 22개 종목, 540개 경기로 펼쳐지는 대축제의 대장정을 다시 시작한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이들의 명승부, 패럴림픽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말과 함께 펼쳐지는 경마 스포츠에도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우뚝 선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극적인 그들의 감동 스토리를 만나보자.

 

07년 KRA컵 결승선 지나는 루나(사진=한국마사회 제공)

 

■ '루나스테익스' 대상경주로 영원히 기억될 명마, 왼쪽 앞다리 장애를 딛고 달린 '루나'

2003년 등장한 '루나', 왼쪽 앞 다리에 장애가 있는 말이 경주마 경매장에 등장한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지만 루나는 970만원이라는 최저가에 간신히 낙찰되며 주인을 만났다. 루나는 2004년 부산경남 모의경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뒷다리를 절었고, 정밀진단 결과 천장관절 인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경주마로서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희귀질환이었고, 이성희 마주와 김영관 조교사에겐 숙제와도 같았다.

2005년 9월 30일, 루나는 많은 걱정과 우려를 안은 채 제10경주에 데뷔전을 치뤘다. 당시 인기 최하위를 기록하며 누구도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루나는 중위권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바깥쪽으로 치고 들어와 결승선을 50m 앞두고 1위로 올라서는 승리를 기록했다. 이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첫 대상경주인 경상남도지사배에서 1회, 2회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2연패를 이뤄냈다. 이어진 제3회 KRA컵 마일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5년 동안 33전 13승이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을 이뤄냈다. 루나가 벌어들인 상금만 7억 6천만원으로 경매가 970만원의 78배였다.

그렇게 루나는 5년의 경주마 생활을 마무리하는 8살이 되던 해, 마지막 은퇴 경주에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아름다운 마지막을 그려냈다. 루나가 보여준 감동 실화는 영화 '챔프'로 제작됐다. 루나의 은퇴경기를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이후 한국마사회는 대표적인 암말 명마로 기적을 보여준 '루나'의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해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의 첫 관문인 '루나 스테익스(Luna Stakes)' 경주를 신설했다. 루나는 장애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루나의 기적은 국가대표 암말을 선정하는 경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

 

동화로도 만들어진 경주마 라갓

 

■ '라갓(Laghat)', 이탈리아 아이들이 사랑하는 '하얀 눈의 경주마'

이탈리아의 경주마 '라갓(Laghat)'은 2003년에 태어나 2006년에 데뷔했다. 라갓(Laghat)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시력을 잃고 눈이 보이지 않지만 장애는 라갓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고 왼쪽 눈 시력 또한 95% 상실했다. 하지만 9년 동안 총 123번의 경주에서 26번의 우승과 10만 파운드가 넘는 상금을 획득하며 장애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라갓이 은퇴하던 2015년 11월, 데뷔했던 경마장인 산 로소레(San Rossore) 경마장에서는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라갓의 이야기는 이탈리아 동화책으로 출간되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사랑받는 말이 됐다.

 

1940년 산타 아니타 핸디캡 경주 우승한 씨비스킷(사진=한국마사회 제공)

 

 

■ '씨비스킷(seabiscuit)'과 레드 폴라드 기수,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다.

1930년대 대공황에 허덕이던 미국인들 사이에서 '씨비스킷(seabiscuit)'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저체중으로 체격도 적은 씨비스킷은 그저 자는 것을 좋아하고 난동만 피울 줄 아는 말썽쟁이 말이었다. 씨비스킷의 첫 트레이너는 '죽을 정도로 게으름뱅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교사 톰 스미스는 씨비스킷의 가능성을 눈여겨봤고, 마주를 설득해 8,000달러에 씨비스킷을 구입했다. 그리고 권투 선수 출신 기수 레드 폴라드와 짝을 지었다. 폴라드는 어릴 적부터 권투와 기수 생활을 병행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오다 오래된 복싱 생활로 한쪽 눈마저 실명한 상태였다.

톰 스미스는 말에게 고급 건초를 먹이고 오랜 시간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며 숨은 재능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그런 씨비스킷의 성장은 과히 놀라웠다. 1937년부터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더니 1938년에는 미국 경주를 지배했다. 그의 소식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아돌프 히틀러보다 많은 지면을 차지하기도 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최고의 콤비 씨비스킷과 레드 폴라드는 1940년 산타 아니타 핸디캡 경주에서 우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경마는 힘과 스피드가 가미된 격렬한 스포츠이지만 신체적 장애는 결코 장벽이 되지 않는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도 투혼과 열정으로 가득한 기적의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시원한 선물을 선사할 우리 선수들의 빛나는 활약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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