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전대학 김제 재활승마장 개장 기념 주관

안중호 한국말산업학회장은 “말산업 발전 위해 전문가·학계·정부 융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지난해 말 창립한 재활승마학회(KRAD·회장 서정숙 전주기전대학 총장)가 7월 5일 전주기전대학 채플관에서 제1회 재활승마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주기전대학이 김제시 용지면에 재활승마장을 개장하면서 기념해 열린 대회로 200여 명의 말산업 관계자와 학생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전북대학교 김현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서 서정숙 총장은 “말산업 육성의 비전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을 찾던 중 승마 대중화에 뜻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재활승마학회를 설립하게 됐다”며, “말을 치유의 수단으로 활용해 봉사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것”이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축사를 한 안중호 한국말산업학회장은 “국내 말산업은 한쪽으로 치우치고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재활승마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과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 인프라 구축 등 말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 발전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특히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학술 연구는 해당 분야의 자양분이기에 지속돼야 한다”며, “재활승마가 부흥하기 시작하는 때 이번 대회가 열린 만큼 재활승마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부 기조 강연에서는 일본과 국내 말 전문가들의 발제가 있었다. 일본의 히로미 아시우치(Hiromi Ashiuchi) Horse-Friends 목장 이사장은 ‘말을 이용한 활동의 미래’란 발제에서 일본 목장의 현실과 김제 재활승마장을 둘러본 소감 등을 요약해 발표했다. 십여 년 전 결핵을 앓았지만 승마를 통해 병을 극복한 히로미 아시우치 이사장은 “말은 사람과 닮은 점이 많지만 일상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동물”이라고 했다.

‘목장’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시골 한적한 곳에서 말을 육성하는 곳으로만 인식되지만, Horse-Friends 목장은 오사카 도심 인근에서 지역 종합병원과 연계해 지역사회를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히로미 아시우치 이사장에 따르면, 특히 Horse-Friends 목장은 △재활승마 △지역 커뮤니티 △말 육성 및 조련 △승마인의 정신 치유를 위한 거점으로 말을 이용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말을 통로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다”며, “재활승마 등 승마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인간상을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김제 재활승마장을 직접 둘러본 소감에서는 “일본에서는 경주보다 치료를 위한 말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로 ‘말에게 감사하는 날’을 제정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제 재활승마장의 시설이 훌륭하고 마장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있는 공간이므로 “자원봉사위원회 등을 만들어 지역민에게 승마장을 개방하고 인근에 주말농장 등을 꾸미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중호 한국말산업학회장은 ‘말산업 육성 몇 가지 과제들’이라는 발제를 통해 국내외 말산업 현황을 소개한 뒤 국내 말산업의 문제를 진단해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안중호 회장은 국내 말산업의 문제로 제주에 사육농가 집중, 경마에 대한 부정 인식, 민간승마장 관리 미흡, 연관 산업 시장 불충분 등을 지적했다. 특히 안중호 회장은 한국말산업학회 3년을 회고하며 말에 관한 각각의 전문가는 있지만 함께 엮어져 산업적으로 접근하는 점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점을 언급했다. 안중호 회장은 “자기 영역에서만 말을 보고 접근할 뿐 함께 융합하려는 노력이 없다. 학제적으로도 융합된 연구가 있어야 하고 정부 부처간에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이런 노력 없이는 모든 걸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를 잘 극복하는 것이 현재 말산업의 발전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히로미 아시우치 Horse-Friends 목장 이사장, “지역민에 승마장 개방하라”
안중호 한국말산업학회장, “말산업 발전 위해 전문가·학계·정부 융합 절실”
권정이 한국재활승마학회 총무이사, “승마 인구 늘어야 재활승마 발전 기대 가능”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 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권정이 교수(한국재활승마학회 총무이사)는 ‘소아에서 재활승마의 적용 및 효과’란 주제로 발제했다. 권 교수는 청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뇌성마비’와 ‘장애’의 개념을 소개하고, KRA의 후원으로 재활승마가 뇌성마비 아동들에게 어떤 치료적 효과를 보이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권정이 교수는 “재활에는 결정으로 민감한 시기가 있다”며, 초기 치료 시기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재활승마는 의학적으로 운동 치료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 ‘에비던스(evidence·의학적 연구 결과)’가 부족한 분야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연구들은 재활승마가 뇌성마비 아이의 기능적 훈련 향상과 자신감 성취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권정이 교수는 “최근 재활승마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 반갑기도 하지만 우려도 크다”고 했다. 말산업 선진국 등 서양에서는 승마 및 말산업 기반이 갖춰진 상태에서 재활승마가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라는 것. 권 교수는 삼성전자승마단의 재활승마 사업 진행 현황에 대해서도 발표하며 “그간 3,229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원해 재활승마가 이뤄졌다. 말을 사랑하는 분들이 재활승마의 사이드워커나 호스리더 등의 자원봉사를 감당하지 않으면 재활승마 발전은 분명 어렵다”고 했다. 그렇기에 “승마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사람들이 말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고, 재활승마의 치료 효과에 대해 알 때 발전도 기대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기조강연 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말산업 현장의 실질적 고충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말산업 특성화 고교로 지목돼 올해 학교명을 변경한 한국말산업고등학교 정문화 교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심포지엄과 말산업 관련 행사 때마다 적극 참가해 한국말산업고등학교 학생들의 진로와 방향을 고민하고 국내 말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사다.

정문화 교장은 한국말산업고등학교의 조련사와 비육마 생산, 장제 등 분야별 과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뒤 “국내 승마장은 너무 열악하고 정부 지원도 미미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고 밝혔다. 소속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다닌다는 것. 정 교장은 “구슬이 꿰이지 않은 현재에서 내년도 우리 학생들을 어디로 보낼지 걱정이 앞선다. 취업이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참 어렵다”며, “여기 계신 학회, 대학, 승마장 등 말산업 관계자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또 “구슬은 반드시 꿰어야 한다”면서도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할까요…”하면서 한탄했다.

이에 대해 안중호 회장은 정문화 교장의 ‘구슬론’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면서 “국내 말산업 수요가 있어도 현장에서는 잘 모르거나 이를 연계해 주는 시스템 부재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교육부가 초등학교 운동장 일부에서 학생들에게 말을 타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전문 인력의 취업에도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안중호 교수는 “여러 사람이 나서야 할 일은 아무도 안 나서는 문제가 있다”며, 한국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 이후 학회 및 대학 관계자 및 행사 참가자들은 김제시 용지면에 있는 전주기전대학 재화승마장으로 자리를 옮겨 개장식에 참가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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