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마방산책]경주마의 출발대 순치
[권승주의 마방산책]경주마의 출발대 순치
  • 권승주 전문기자
    권승주 전문기자 ksj122@sorabol.ac.kr
  • 승인 2022.03.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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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시행하는 스포츠 중에서 출발점에 서서 스타트를 하는 종목은 많다. 달리기와 관련된 모든 종목이 그렇고 수영과 사이클 이외에도 동계스포츠인 스키와 스케이팅도 그러하다.

이러한 종목들이 골인지점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를 다투는 경기이다 보니 스타트에서 동작을 먼저 움직여서 주의를 받게 되기도 하고 가끔은 실격이 되기도 한다.

 

영상=유튜브 권승주 경마산책(바로가기)

 

경마도 처음에는 모래 주로에 줄을 쳐 놓고 스타트를 했지만 좀 더 발전해 가면서 기계장치에 의해 문이 열리는 현대식 출발대로 변천되었다. 그러다보니 출발대 안으로 말이 들어 갈 수 있게 순치를 해야 하고 순치가 되었다고 해도 간혹 출발대 안으로 들어가는 진입과 그 안에서 차분하게 기다리는 주립과 문이 열림과 동시에 뛰어나가는 출발과정을 잘 따라야 한다.

말은 원래 좁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공포감을 느낀다. 그러나 사람과 말이 신뢰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사람이 끌어서 출발대 안으로 들어갈 경우 뒤따라 들어오게 된다. 출발대 통과는 조금이라도 공포감을 주지 않도록 넓은 출발대 칸을 통과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좁은 칸으로 옮겨 시행한다.

그러나 말은 생태학적으로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각자 떨어져서 좁은 출발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심한 말들은 공포감으로 인해 출발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안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에 앞다리를 들어 올려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심한경우는 뒤로 넘어지기까지 한다.

 

내가 관리했던 말 중에 성적이 좋아서 기대를 했던 '끝판히어로'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이 경주 때 출발대 안에서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공포심에서 앞으로 뛰어 나오려다가 앞문에 틈이 벌어지면서 거기에 턱이 끼면서 아래턱이 완전 골절되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떨어진 턱뼈에 구멍을 뚫고 와이어를 끼어서 당겨 붙이는 수술을 하고 1개월간 사료를 으깨어 튜브를 통해 말 입에 밀어 넣어 주었던 적이 있다.

그 후 완치가 되어 몇 번은 경주에 나갔지만 턱에 문제로 인해 재갈받이가 좋지 않아 결국 은퇴를 하고 말았던 적이 있다.

 

말은 두려움과 공포감을 쉽게 느끼는 동물이기 때문에 출발대 안에서 예상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출발대 문이 열렸는데도 늦게 뛰어 나가거나 심한 경우는 뛰어나가지도 않고 그대로 서 있는 고착상태도 있다.ⓒ권승주

 

말은 두려움과 공포감을 쉽게 느끼는 동물이기 때문에 출발대 안에서 예상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출발대 문이 열렸는데도 늦게 뛰어 나가거나 심한 경우는 뛰어나가지도 않고 그대로 서 있는 고착상태도 있다.

현재는 재 발주 제도가 없어졌지만 내가 기수시절에는 출발대에서 늦게 나오거나 고착하는 말이 있으면 1회에 한해 재 발주를 하는 제도가 있었다. 출발대 전방 200미터 앞에서 깃발을 들고 있는 발주위원이 깃발을 흔들어 재 발주 경기라는 것을 알렸다.

 

재 발주 경기와 관련하여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견습기수 시절에 일이다. 경주능력이 좋은 1등급 “대돌파”라는 말을 타고 출발대 문이 열려서 앞쪽에 가려고 강한 말몰이를 하는데 출발대 앞 200미터 지점에 있는 발주위원이 깃발을 좌우로 흔들었다. 재 발주를 알리는 신호였다. 그 신호를 보고 말을 세우려고 하는데 재갈을 강하게 물고 앞으로 내달리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나는 안장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점 더 내앞으로 내달렸다. 결국에는 정지를 시키지 못하고 골인을 하고 말았다.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며 1등으로 골인했으나 단승식 마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도 있었다. 안내방송을 통해 경마고객에게 경마 규정을 설명하여 진정 시켰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경주마라고 해도 출발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출발대 안에 들어가서도 심하게 요동을 하거나 원활한 출발을 하지 않으면 발주위원이 발주재검마로 지정하여 2회 연속 발주검사에 합격해야 다시 경주에 출주 할 수 있다.

한 마리의 경주마를 만드는데 원할한 발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대략 2개월 정도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경주에 출주하기 전 종종 새벽 훈련 중에 출발대에 가서 진입과 주립 그리고 출발연습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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