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마 붐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원인인즉 2021년부터 출시된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ウマ娘 プリティーダービー)라는 스마트폰 게임이 빅히트를 치면서 이전엔 경마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이 게임에 등장하는 말(馬)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해서부터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실제로 일본 경마에서 활동했던 레전드 말들을 여성으로 의인화시켜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그 유명한 사이렌즈스즈카(Silence Suzuka), 오그리캡(Oguri Cap)을 시작으로 1990년대부터 일본 경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명마들이 화려하게 출현을 하고 있고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60마리 정도의 말들이 캐릭터화되어 있었다.

 

그중 최근래 신인으로 등장한 게임의 간판스타가 있는데 필자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닉네임 “고루시”로도 유명한 황금배라는 마명의 회색빛 말 “골드쉽”이다.(사진=Pinterest 갈무리)

 

그중 최근래 신인으로 등장한 게임의 간판스타가 있는데 필자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닉네임 “고루시”로도 유명한 황금배라는 마명의 회색빛 말 “골드쉽”이다. 언젠가는 언급해 보고 싶었던 주인공이었기에 오늘은 이 멋진 “고루시”에 대해 얘기를 풀어보려 한다.

“골드쉽”은 2009년3월6일 홋카이도데구치(北海道出口)목장에서 부마 스테이골드(Stay Gold)와 모마 포인트플래그(Point Flag)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마명의 유래는 부마 이름의 일 부문인 “골드”의 단어를 연상시켜 붙이게 되었다.

2011년 데뷔 후 6세였던 2015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28전 13승 총상금 140억원을 벌어드리면서 회색마(灰色馬)로서는 처음으로 총상금 100억을 넘겼던 외조부마인 메지로맥퀸(Mejiro McQueen)이 보유했던 기록을 가볍게 갱신하였다.

무엇보다 승리를 한 13승 중 무려 10승이 중상 레이스 우승으로 결국 데뷔 레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이 빅 경주였으니 “골드쉽”의 경주마로서의 자질은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골드쉽”을 좋아하는 이유는 상황을 개의치 않는 남다른 행동에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좋게 말하면 강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에 보스기질이 투철한 말(馬)로 남자로 치면 정말 상남자라는 표현을 해도 될 정도로 얘기할 수 있고 약간 나쁘게 말하면, 아니 정확하게 성미가 격렬해서 아무도 못 말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은 성격의 말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사람이든 말이던 간에 싫고 좋음을 명확히 표현하고 싫은 상대를 보면 발로 걷어차거나 특유의 소리를 질러 경계를 했었다.

“골드쉽”이 유일하게 좋아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는데 육성을 담당하는 이마나미(今浪) 조련사였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마사의 대표인 스가이(須貝) 조교사로 옆에만 가면 자주 물었고 셔츠가 찢겨 어깨에 멍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러한 격렬한 성격 때문에 스가이 조교사는 “골드쉽”이 은퇴할 때쯤 무렵에는 원형탈모증까지 있을 정도로 심각했었다고 하면서 정말 알다가도 모를 어려운 말이었다고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가이 조교사가 “골드쉽”에게 미움보다 고마운 마음을 갖는 더 큰 이유는 마사 최고의 간판스타였고 개업 6년 만에 처음 GⅠ레이스에서 우승을 안겨준 엄친 말이었기 때문이다.

“골드쉽” 이 유일하게 좋아한 말은 옆방 친구였던 저스트어웨이(Just a Way) 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습 때마다 저스트어웨이를 동반시켜 달리게 하였는데 다른 말들이 근처만 와도 발로 찰 준비를 하던 “골드쉽”이 차기는커녕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연습량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고도 지치지도 않았다고 하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이좋음을 계기로 두 마리가 2014년 나란히 개선문상에 동반 출주하기도 했는데 머나먼 프랑스까지의 여정에서도 저스트어웨이와 같이 했던 탓인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프랑스에 머무는 내내 기분이 매우 좋았었다고 담당인 이마나미 조련사가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좋고 싫음이 정확한 “골드쉽”이 싫어한 말은 어떤 말이었을까? 유명한 에피소드를 얘기하자면 같은 해에 태어난 페노메노(Fenomeno) 라는 말이 있었는데 같은 레이스에 출주하게 되면 패독이나 웨이팅에리어, 심지어는 출발 게이트에서까지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한다.

2013년 봄 천황배 때인데 출발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골드쉽”이 페노메노를 향해 큰 소리로 마치 개와 같이 짖으면서 주위를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소리에 경기장 내에 있던 방송 아나운서와 리포터 그리고 기수들까지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는데 일반적 상식으로 말이 짓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골드쉽”은 페노메노가 자기보다 아주 강한 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기 싸움을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증명하듯 강한 말만이 이긴다는 3200M의 장거리인 그날 레이스에서 페노메노가 우승하였고, 리벤지로 도전한 2014년 같은 레이스에서도 역시 페노메노가 우승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페노메노가 불참한 2015년에 “골드쉽”이 우승 하면서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었다.

달려봐야 아는 말, 아니 달려도 모르는 말이라는 평으로 늘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골드쉽”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극도의 기분파의 경주마였다.

레이스에 있어서 리더를 해야 할 기수보다 자기가 리더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기분이 상하면 달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팬들은 우승할 거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오늘은 어떻게 달려줄까라는 궁금함과 설렘을 가지고 레이스를 보게 되고 잘 달리면 와~역시 오늘은 기분이 좋은 멋진 레이스를 했군! 그리고 스타트가 아주 늦거나 뒤처져서 못 달리면 아~오늘도 큰일을 냈군! 하며 생각을 접게 만드는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그런 말이었다.

이런 “골드쉽”이 큰 사건을 낸 것이 바로 2015년 다카라즈카기념(宝塚記念) 이었는데 당시 사상 처음 3연패라는 기록을 위해 출주했던 레이스에서 바로 옆 게이트에 있던 도호자칼(Toho Jackal)이라는 말이 조금 시끄럽게 하고 있다는 이유로 “골드쉽”이 앞다리를 일으켜 세우며 위협을 가했고 그 영향으로 게이트가 열리면서 모든 말들이 출발을 한 가운데 “골드쉽” 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 순간 팬들은 아!! 하고 탄성을 불렀고 결국 8 마신이나 늦은 스타트로 아무리 달려도 아니 달리기를 포기한 상태로 16마리 중 15착으로 들어오는 참패의 결과를 나아버렸다. 한신경마장에 모인 관객들의 마권은 순식간에 하늘로 날려졌고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날 “골드쉽”으로 연관된 마권이 무려 1200억원이라는 거액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레이스로 “골드쉽 1200억원 사건 ”이 종종 화제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엄청난 기록을 남긴 “골드쉽”은 여전히 찾아주는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씨수마라는 제2의 마생을 지내고 있고 우마무스메라는 게임 캐릭터로 변신하여 게임 속에서도 보스 기질을 여전히 발휘하며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카카오 게임에서 우마무스메가 런칭이 된다고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을 통해 한국에서도 “골드쉽”의 팬이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1호 팬이 아마도 필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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