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 장면
‘한일 간 경주마의 단기간 이동·체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수입위생조건’ 체결
경주마 국제교류에 새로운 물꼬.. 향후 세계대회 개최 가속화 전망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단순한 교류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경주마 국제 교류에서 가장 큰 난제로 지적되어 왔던 검역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이다.
검역이란, 소나 돼지 등 가축이 살아있는 상태로 국내로 반입될 경우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국장소(공항이나 항구)에 마련된 별도의 검역소에서 적게는 1~2주 머물면서 건강상태를 검사하는 일이다. 특히 경주마의 경우 1두의 몸값이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경우 상당한 손실은 물론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2011년 호주에서는 검역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나 40두의 말이 헨드라 바이러스(말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전염성을 갖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폐사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호주 최대의 국제경마대회인 「멜버른컵」에 출전예정이던 외국의 경주마들이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채 반쪽대회로 치러져 대회 위상이 크게 추락했던 사례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경마 선진국에 비해 경주마 검역이 흔치 않다 보니 다른 동물에 비해 예민한 경주마가 일반 가축 검역소에서 함께 검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폐사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일 양국 검역당국(한국 농축산부-일본 농림수산성)은 ‘한일 간 경주마의 단기간 이동·체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수입위생조건’을 체결해 철저한 검역은 물론 경주마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키로 했다.
입국장소에서의 통상적인 검역이 아닌 일본마의 입국과 동시에 서울경마공원에 마련된 임시 국제검역소로 신속히 이동해 검역을 실시하고, 임시 국제검역소에는 소독 시설, CCTV, 에어콘, 최고급 바닥재 등을 설치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 일본마들이 검역으로 인해 훈련이 부족할 수 있음을 우려해 시차를 두고 경주로 훈련을 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이러한 검역절차는 경주마 국제교류 경험이 많은 일본 측의 요구제안을 한국마사회와 농축산부가 수용했기 때문으로, 대회 유치를 위한 한국마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역 특례가 까다로운 일본과 교류가 성사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시스템이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며,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교류 역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향후 세계 대회를 유치할 계획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주마 국제교류에 새로운 물꼬를 트며, 한국경마 국제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또, 양국은 검역 뿐 아니라 도핑과 관련한 기준도 마련했다.
경주마의 국제교류에 있어 도핑(약물검사)은 검역 이상의 민감한 사안이다. 나라마다 규정하고 있는 금지약물이 다르다 보니 국제 경마대회에서 도핑으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다. 실례로 일본의 ‘딥임펙트’라는 경주마는 2006년 프랑스를 원정해 개선문상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일본에서는 도핑대상이 아닌 약물이 프랑스에서 금지약물로 규정되어 있어 결국 실격 처리된 바 있다. 양국간 금지약물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이번 대회 도핑과 관련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대회를 앞두고 점검한 양국 간 도핑 금지약물 규정에서 크고 작은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제도적 차이를 양측이 충분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혼동은 없을 것”이라며,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며 축적된 우리의 도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오히려 일본 측이 금지약물에 대해 더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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