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2월 16일은 내게는 의미있는 날이다.

첫 번째는 나의 사랑스런 첫째 딸의 생일이다. 

그런데 2월 16일은  지금은 죽은 북한지도자 김정일(1941.2.16~2011.12.17)의 생일과 같은 날이다. 물론 큰 의미는 없다.

 

세번째가 '경마'와 관계 있는 날이라 할까?  하일지의 소설  '경마장가는 길'의  주인공 R이 실연의 좌절 속에 써내려 간 글 속에서 고국에  K(주인공 R을 의미)가 돌아온 날이 2윌 16일 이다.  그  글의 제목이 '경마장 가는 길'이다. 그래서  세 번째의 '경마장 가는 길'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이다.

" ~『경마장 가는 길』은 주인공 R이 두꺼운 공책을 꺼내어 급한 손길로 다음의 글을 써 내려 가는 것으로 끝맺는다.​

 “2월 16일, K가 돌아왔다~. ~ 지구를 반 바퀴 돌아왔기 때문에 막상 도착했을 때 그는 곧 시간의 혼동 속으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

 

유명한 하일지의 소설 '경마장 가는길'에는 정작 경마장은 등장하지 않는다.  실연을 당하고 좌절한 주인공이 여행을 하며 고독한 자신의 처지를 소설로 쓰며 적어낸 제목이 '경마장 가는 길'이다.

이 길이 주인공에게 행운을 바라는 '희망의 길'이 될지, 도박에 빠지는 '불행의 길'이 될지는 독자의 몫이다.

우선 하일지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은 원작 소설과 이를 각색해 영화화한 '경마장 가는길' 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줄거리는 대동 소이하다.

 

'경마장 가는 길'의  외국과 한국의 모습, 소설과 영화의 의미(사진=네이버 영화 제공)
'경마장 가는 길'의  외국과 한국의 모습, 소설과 영화의 의미(사진=네이버 영화 제공)

 

프랑스에서 3년 반 동거한 J가 국내에 들어와서 R을 피해 불화가 시작되고 본처와 이혼하려는 R이 아내에게 거부당하고 새로이 출발하자는 제의를 뿌리치는 J의 거절로 R이 좌절하게 되는 게 소설이다.

영화는 J와의 섹스에 집착하는 R을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며 완강히 섹스를 거부하는 J가 R의 문학평론을 가지고 박사학위를 받고는 배신하여 R을 좌절시킨다.

좌절한 R이 여행을 하며 산사로 떠돌아 다니다가 R이 자신의 답답하고 복잡한 심경을 급히 써내려 가다가 마지막에 공책의 상단 여백에 쓴 제목이 '경마장 가는 길'이라는 건 소설이고 '경마장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내려 간 것은 영화이다.

사랑했던 여인과 이별을 하고 마음에 안 맞는 본처와도 불화는 이어지고, 현실에서 되는 일은 없는 중년 남자의 고통과 좌절을 그린 건 소설 영화나 같은 '경마장 가는 길'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흔히 '경마장'하면 가보지도 않은 이들이 나서서 가지는 이미지를 하일지 작가는 제목으로 썼을까?

돈을 잃고 따며 중독에 빠지고 불행에 빠지는 모습을 소설에 단 한마디 등장시키지 않고도 좌절, 분노, 고통에 빠진 현대인의 고뇌를 작가는 중의적 기법으로 경마장을 용어로만 등장시켰다.

국내 경마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외국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특히 경마의 전통이 수백년이나 되는 전통 경마 선진국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이라면 경악할 일이다. 일본을 포함해서다.

특히 아랍 말이 세계를 주름잡는 더러브렛의 조상이라며 세계 최고의 더러브렛을 아랍말의 종주국인 두바이로 끌어들이는 상금 1천만달러(130억원)의 두바이월드컵을 시행하는 두바이라면 놀랄 일이다. 두바이는 국왕이 두바이 월드컵을 창설(1995)하고 세계인들을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 가는길'로 인도한다.

이에 뒤질 새라 아랍국의 장자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고의 상금 2천만달러(260 억원)의 사우디컵 경마를 창설(2020년)해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두바이나 사우디가 여성들의 인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걸 상쇄하려는 듯 경마날은 외국 여성들은 패션 모자와 정장을 착용하고 의상을 뽐내는 날이다. 호주멜본컵, 프랑스더비나 개선문상, 영국의 엡섬더비, 미국의 켄터키더비, 일본 재팬컵과 천황배 날의 패션의 장과 다름없다.

 

우리나라도 건국 초기 김구선생도 뚝섬경마장을 찾고, 박정희 대통령도 대통령으로서는 전무후무하게 뚝섬경마장을 찾은 적(1966)이 있다.

1998년에 서울올림픽 승마경기를 위해 당시 대통령(전두환)의 전폭적 지원으로 오늘날의 과천경마장 건설이 가능했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나중에 대통령이 된 대통령(노태우)도 과천 올림픽 경기장 착공식에 참석하는 등 국내 유명인들은 한국마사회가 주도하는 승마에 참석했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경마 '대통령배'가 창설되기도 했고, 현명관 회장 때는 당시 박 대통령이 경마장을 방문한다는 얘기가 실현될 뻔 한 적도 있다.

ARC(아시아경마협회) 서울대회 유치, 국제 코리아컵, 코리아스프린트 경주 개최, PART ll국가 진입 등으로 국제적 지위가 절정에 올라가던 한국경마의 위상이 코로나19 로 인해 " 무관중입장"으로 몰락하지만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 경마는 분명 전성기를 걷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선진경마국의 지도자가 이끄는 '경마장 가는 길'을 한국 정부지도자가 외면한다면 한국마사회가 나서 긍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자칫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경마위상이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길'로 고착되지 않게 말이다.

'과천 경마장 가는 길'이 '행운의 길'이 될지는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의 '공정한 시행'과 고객의 '분수에 넘치지 않는 구매 절제'의 몫이다.

 

김종국정책학박사 럭산업정책연구소

사감위 자율광고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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