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빙 과정에서 아래턱이 울타리 철봉에 끼어서 급사한 말. Ⓒ양재혁
크리빙 과정에서 아래턱이 울타리 철봉에 끼어서 급사한 말. Ⓒ양재혁

말복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말의 행동이다. 그러나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던가, 의미없는 반복적인 행동이나 앞니나 발굽이 닳게 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정상적이지 않는 행동을 이상행동 또는 행동장애라 한다. 여기에는 생산자나 조교사의 명령에 대한 불복종, 물거나 뒷발로 차는 공격적 행동 또는 마사 안에서 나타나는 행동장애 등이 있지만 사람에 위협이 되는 행동장애가 위험하고,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장애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말에서 나타나는 행동장애에는 앞니로 울타리나 마사시설 등을 물고 끙끙거리는 크리빙, 벽에 입술을 대고 공기를 빨아들이는 석벽, 뒷발로 마방벽이나 문을 차는 뒷발차기, 테크노댄스를 추는 거처럼 몸좌우로 흔들기, 고개끄덕이기, 고개 좌우로 흔들기, 앞니로 물기, 앞발로 바닥긁기, 급히 먹기, 풀사료를 바닥에 던져서 먹기, 앞니로 마사벽긁기, 마방맴돌기, 말똥 먹기 등이 있다. 

오래 전 연구에 의하면, 크리빙(앞니로 마사시설을 물고 끙끙거리기, 석벽과는 다른 행동장애이다), 뒷발차기, 몸좌우로 흔들기, 물기, 앞발긁기, 급히먹기, 앞니로 마사벽긁기 등의 순서로 많이 발생하였고, 전체 행동장애 유병율은 16.7%로 나타났다. 이런 행동장에는 말의 잠재적인 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주에 쏟을 에너지를 소진하며, 공기가 소화기관에 들어가면서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등 폐해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행동장애들이 나타나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동료들과 떨어져 있기에 불안이 증가하고, 혼자 있기에 무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무료함을 느끼는가? 그 이유는 말이 진화과정에서 그룹을 지어서 살아왔기 때문인데 혼자 다니는 것보다 무리지어서 다니는 게 천적으로부터의 공격에 빨리 인지할 수 있고,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지에 있는 말보다 마사에 있는 말에서 행동장애가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해결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방에 가둬두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둘째, 초지에 방복하는 시간을 늘여야 한다.

셋째, 다른 말이나 염소와 같은 동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넷째, 사료에 풀사료 비율을 늘려야 한다.

다섯째, 나무표면을 금속으로 덮어야 한다.

여섯째, 식초와 같은 말이 혐오하는 물질을 울타리에 바른다.

일곱째, 전기철조망을 이용한다.

 

어미말과 망아지가 명성목장 초지에서 행복하게 달리고 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박건도 제공, Ⓒ박건도
어미말과 망아지가 명성목장 초지에서 행복하게 달리고 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박건도 제공, Ⓒ박건도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주마(마명. 아주좋아)는 혼자있을 때 행동장애가 나타나서 능력도 떨어지는 등 심각한 피해가 있었지만 반려동물로 아기 흑염소를 마방에 넣어주니 밥도 잘 먹고, 불안증세도 사라졌으며, 3주만에 경주에서 2위와 25미터나 따돌리고 우승한 것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다.

반려자 혹은 반려동물을 나타내는 companion은 회사 혹은 중대를 의미하는 company와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데 이는 ‘함께com’ + ‘빵pan’이 합쳐진 말이다. 즉 ‘함께 밥을 먹는 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식구(食口)라는 말이 생겨났고, 가족(家族)이라는 낱말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겨울이다. 외로움을 달래주고 함께 밥을 먹을 동료는 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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