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교류경주 경주장면
큰 대회를 우승하기 위해서는 실력 뿐 아니라 운이 따라야한다는 말이 있다. 경주전개, 주로상태, 그날의 컨디션 등 그만큼 변수가 많은 것이 경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수들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와츠빌리지’의 선전에는 역시 단순한 실력만이 아닌 최적의 여건과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경주가 있기 전날 도쿄에는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렸다. 이를 두고 우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 비가 한국에게 유리할 것인가, 아니면 반대급부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왈가왈부가 있었다고.
우리 경마장 주로와 비슷한 성질의 모래가 깔린 오이경마장은 적당한 비가 내릴 경우 선행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와츠빌리지’가 일본마들의 종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던 여건으로 분석된다.
경주가 열린 오이경마장은 일본 지방경마 중에서도 약간은 다른 성질의 모래를 쓴다. 가령, 미국 경마장과 가까운 성질의 모래를 쓰는 카사마츠 경마장의 경우는 비가 내리면 주로가 질퍽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주로상태가 무거워지는 경향을 보여 선행마에게 불리한 여건이 된다는 것. 때문에 오이경마장이 아닌 다른 경마장에서 한일전이 펼쳐졌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상상하기 싫은 대목이다.
또, 한일전 2차전을 앞두고 이달 중순 발표된 일본 출전예정마의 면면은 그야말로 녹록치 않았다. 마일 그랑프리 준우승마 ‘피에르타이거’, 도쿄 대상전 출전 경력의 ‘케이아이겜부’ 등 일본 지방경마에서도 정상권에 근접한 경주마들을 상대로 우리 경주마들이 얼마만큼 선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강자들이 모두 출전을 포기하면서 우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했다.
예정된 강자들이 출전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경주일에 임박할수록 우리 팀이 심리적으로 상승무드를 타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와츠빌리지’의 우승에는 조력자의 역할이 컸다.
경마를 볼 줄 아는 이라면, 같이 출전한 우리 팀 ‘플라이톱퀸’과 ‘풀문파티’의 활약상은 우승이라는 타이틀에 가려지지 않을 만큼 빛났다.
원정마들이 최종 확정되면서 국내 관계자들은 이들이 모두 선행마들이기 때문에 혹시 경주전개 과정에서 서로 경합을 벌이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우리 말 중 가장 빠른 스타트를 보인 ‘와츠빌리지’가 선행을 나서자 ‘플라이톱퀸’과 ‘풀문파티’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차분히 2,3위권을 마크하며 일본 말들의 견제를 원천 봉쇄시켰다. 특히 ‘풀문파티’는 결승주로 초반까지 안쪽자리를 지키며 인코스에서 추격에 나선 준우승마 ‘미야상큐티’의 추입타이밍을 잠시나마 늦춰준 것은 결정적이었다. 물론, 경마가 팀워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기는 아니지만 미세한 경주전개의 변수가 코,머리 차를 다투는 순위경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이톱퀸’이나 ‘풀문파티’ 관계자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 결과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대한민국 경마라는 더 큰 테두리 속에서 최선을 다해주었다는 점에서 우승마 이상의 큰 찬사를 보내고 싶다. 또, 경주상황에 맞추어 발빠른 대응을 해준 박태종, 조인권 선수의 순발력도 국내 최고 선수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한일 2차전은 ‘와츠빌리지’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숨은 주역 ‘플라이톱퀸’과 ‘풀문파티’가 이번 대회 경험을 거울삼아 내년 한일전에서는 꼭 시상대 맨 위에 서주기를 고대해본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