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 더미 속에 보석이 섞여 있다면, 비록 보석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대단히 깨끗한 돌이다”라고 눈치챌 것이다. 예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만약 부진마들 속에 GⅠ우승마가 있다면, 웬만하면 누구라도 주목하기 마련이다. 물론 보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개인의 안목과 감성에 따른 것이며, 그 차이를 느끼는 것이 바로 예시장에서의 ‘상대비교’와 관련한다.

예시장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상대비교’와 지난 시간 알아보았던 ‘절대비교’, 그 어느 쪽도 필요하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상대비교’에 보다 비중을 두는 편이다.

그리고 ‘상대비교’의 기본적인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말의 격(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태권도나 무술을 배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얘기로, 상대와 맞붙기 전 서로 마주보고 있기만 해도 “이 사람은 나보다 강하겠군”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 반면, 덩치는 크지만 “이 사람은 나의 상대는 아니다”라고 승패를 어느 정도 직감할 수 있다.

소위 맞붙어 보지 않더라도 상대의 능력을 예감할 수 있으며 그것은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격조(格調)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馬)에게도 마찬가지로 격(格)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말 스스로에서 풍겨져 나오는 격조를 의미하며, 경주를 뛰어보지 않더라도 예시장에서 그러한 말의 격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일 것이다.

지난주 에 출전했던 ‘내츄럴나인’은 말의 격을 설명하는데 좋은 사례일 것이다.
지난 5월에 출전했던 2군 경마대회인 에서의 ‘내츄럴나인’의 격은 확실히 한 수 위였다. 물론 약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500kg이 넘는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인상적이었으며, 역시 결과는 낙승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를 앞둔 예시장에서의 ‘내츄럴나인’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2군 시절에만 하더라도 다른 말들과 다른 격조를 보였던 ‘내츄럴나인’ 이었지만, 1군 강자들 틈에서는 더 이상 강한 격조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다른 상대들과의 비교에서 부족해 보였다는 얘기다.

예시장에서 걷고 있는 말들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큰 발견이 있다. 경마대회와 같은 큰 경기에서도 그렇지만, 최하위군의 일반경주에서도 그만한 보물은 널려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섬싱뉴’라는 말.

8월에 있었던 이날 경주에서 ‘섬싱뉴’는 크고 작은 병력 때문에 정상 출전주기를 가져가지 못했던 말로, 데뷔이래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불과 5전째를 맞고 있었다. 당시 예시장에 나온 ‘섬싱뉴’를 본 필자의 소감은 “보석을 찾아냈다!”라는 것. 물론 ‘섬싱뉴’는 데뷔 당시의 어느정도 잠재력을 지닌 말이었지만 필자가 주목한 것은 역시 다른 말과의 비교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낄수 있었고 그 격조가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찬스를 놓칠 수 없었고 ‘섬싱뉴’를 축으로 인기마 2-3두 정도를 엮었다. 결과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2위에 입상, 복승식 100배가 넘는 고배당을 선사해주었다. 이후 ‘섬싱뉴’는 가볍게 6군을 벗어났고, 5군에서도 우승을 거두며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에게 예시장은 “자, 봐주세요” 라고 하는 매물을 진열해 놓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어떤 물건을 사야할지 하나하나 바라보면 된다. “모두 엇비슷하다”라고 생각되면, 그동안의 성적이나 훈련상황을 감안하여 우승마를 선정하지만 이처럼 격이 다른 보물을 발견한 경우라면 이유불문이다.

물론 말의 격이라는 것이, 단순히 큰 체구와 작은 체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위의 ‘내츄럴나인’의 경우처럼 500kg이 넘는 대형마도 격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며, 400kg이 갓 넘는 소형마도 대형마 사이에서 격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말의 격이란 불변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격이 높아지는 반면, 격조가 떨어지는 말들도 있음을 기억해두어야 겠으며, 그 과정을 예시장에서 발견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이다.

‘상대비교’에서는 이처럼 말의 격을 구분하는 방법과 함께 말이 그날 보여주고 있는 컨디션의 상호비교도 해당된다.

출전마 가운데 능력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컨디션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당연히 재고되어야 할 것이며,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능력이 월등한 말은 입상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러한 점에서 과연 그 말의 능력 우수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그 능력마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의 상태인가를 고려해 실전에서 충분한 활용을 하기 위한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역시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말의 컨디션 파악법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겠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