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셰이크
세계 경마산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13년 벽두에 던져진 화두였다. 그리고 올해 끝자락에서 바라본 세계 경마계의 현주소는 완전한 회복도, 우려했던 침체도 아니었다.
주요 경마 국가들이 일제히 매출신장의 반등세를 보인가 하면, 생산두수 급감과 생산자들의 잇따른 파산 소식 등 경마의 근간을 이루는 경주마 생산 분야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많았다.
이러한 상반된 현상은 세계 경마계가 본격적인 산업구조의 조정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활황을 타고 몸집 부풀리기에만 급급했던 주요 경마국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때문에 세계 경마계는 미래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본질적인 경마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데 의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른바 ‘퀀티티(양)는 줄이고, 퀄리티(질)는 높이는’ 전략을 통해 포화상태인 경주마 생산구조를 양질의 경주마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종사자 수를 정예화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온라인 마케팅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부 분야에서는 고통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거품을 걷고 기초체력을 얼마나 내실있게 다지느냐 여기에 향후 세계경마 산업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지가 선정한 해외경마 5대 뉴스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2013년의 세계경마를 되돌아본다.
(경마문화 편집국)


회생의 시그널?
영국 자키클럽은 지난 4월 발표한 연차 보고에서 2012년은 과거를 통틀어 최고의 매출을 올린 한해였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는 새로운 미디어권 계약이 시작되고, ‘터프 TV’(Turf TV)를 통해 언론권 수입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2012년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12년 총매출 1억4210만 파운드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8%의 증가치를 보인 영국경마는, 올해 1억5000만 파운드를 가볍게 넘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그 예측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매출대비 지난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내년 경마상금의 획기적인 증대를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는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15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2~3년간 증가세가 다소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유럽에서 대표적인 경마 흑자국 임을 올해도 과시했다.
미국도 11월 열린 브리더즈컵 매출이 전년 대비 11%나 상승하면서 하반기 북미 전체매출의 상승세를 주도했으며, 일본의 2년 연속 매출 증가, 홍콩의 역대 최고 매출액 기록 등 주요 경마국의 매출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큰 상승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올 한해 이목을 끈 것은 경주마 경매의 활황이었다. 지난해부터 회생의 조짐이 엿보였던 경주마 경매 시장 규모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0월 영국 테터솔 이얼링 세일에서는 ‘갈릴레오’ 자마가 무려 85억 원의 낙찰가를 기록하면서 역대 1세 암말 경매가 최고 기록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미국 킨랜드 9월 경매에서는 전년대비 27.6%가 증가한 낙찰률을 기록하면서 북미 관계자들을 흥분케 했다.
호주에서는 ‘블랙캐비어’의 반형제마가 호주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가볍게 경신했고, 경매시장의 변방이라는 프랑스 아르카나 경매에서도 평균가 37% 상승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보이면서 세계경주마 산업은 회생의 시그널을 보였다.
지난 2년 간 경주마 경매의 수요층은 중동 부호와 일본이 주된 고객층이었지만, 올해 유럽과 호주 경매에서 중국인 구매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도 주목할 일이다. 중국 구매자는 ‘차이나 호스 클럽’으로, 몇몇의 중국인 부호들이 공동투자를 통해 설립한 법인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쿨모어 목장의 컨설팅을 받아 낙찰가 20~30억 원대의 경주마를 구매, 주로 홍콩이나 유럽에 경주마를 대리마주 형태로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외신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 부호들이 경주마 구매의 매력에 빠진다면 향후 10년 내 세계 경매 시장의 최고의 수요자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생산분야의 구조조정과 재정악화
올해 주요 경마국의 경주마 생산 분야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던 생산두수는 올해 최저점을 찍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자키클럽이 발표한 2013년 서러브렛 생산두수는 역대 최저치인 2만2천 두에 불과했고, 영국 역시 4년 연속 생산두수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경주마 생산이 국가 기간산업인 아일랜드의 경우는 2008년 당시와 비교해 무려 30% 가까이 생산두수가 줄면서 일부 생산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 처지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유력 씨수말을 보유한 대형목장들이 지난 3~4년간 하향조정 또는 동결로 일관했던 씨수말 교배료를 올해부터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교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생산자들이 소유한 씨암말들을 대량 폐사시키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비단 영세 생산자 뿐 아니라 유럽 최고의 생산목장 중 하나인 저드몬트(Juddmonte)의 소유주 칼리 압둘라 전하는 보유한 번식마들을 순차적으로 매각, 생산업계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세계경마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양질의 경주마만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경주마 생산분야의 구조조정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정(自淨)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및 시행체의 재정악화가 갈등을 야기한 일도 있었다.
프랑스 갤럽(경마협회)은 지난 11월 파리 근교의 메종 라히또 경마장에 대해 재정 악화에 따른 폐장계획을 발표하자 해당 경마장 종사자를 비롯한 프랑스 마필 관리사와 감독 대다수가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경마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다. 폐장계획을 잠정 보류한다는데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신년 초까지 경마장 재정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제2의 파업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이탈리아에서 정부 재정악화를 들어 경마상금 지급을 잠정 중단하면서 감독, 선수들의 총파업으로 2개월간 경마시행이 중단된 바 있다.


고돌핀의 약물 스캔들
올한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마계는 약물 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다름 아닌 지난 5월에 있었던 ‘고돌핀 스캔들’ 때문이다.
고돌핀의 유럽지부 총감독을 맡고 있는 알 자루니 감독은 관리 경주마 15두에 대해 금지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영국경마기구(BHA)로부터 8년 간의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사자인 알 자루니 감독은 물론 세계적인 경마 그룹 ‘고돌핀’의 이미지에도 엄청난 타격을 가져왔다. 특히 고돌핀의 소유주이자 두바이 왕족 셰이크 모하메드는 그동안 경주마의 약물투여 사실을 묵인하지 않았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고돌핀 스캔들은 비단 영국 뿐 아니라 세계경마계에도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경마가 진정 대중의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약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통일된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는데 세계경마계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간 완벽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듯했다. 10월 IFHA(국제경마연맹) 주관 연례회의에서 각국은 약물규제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저마다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유럽과 호주에서는 절대 투여불가 약물로 지정하고 있는 ‘사릭스’(이뇨제)에 대해 북미에서는 경주마의 피로회복과 결석치료 효과를 들어 제한적 투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또한 동유럽 국가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대해서도 일부 투여를 허용하고 있어 세계 공통의 약물 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고 있다.

유럽 경주마, 미국을 제압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브리더즈컵 챔피언쉽 대회는 유럽마의 초강세가 두드러졌다. 11월 2일과 3일 양일간 미국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즈컵 대회는 시리즈 14개 경주 가운데 ‘브리더즈 마일’을 제외한 잔디주로(터프) 전 경주를 모두 유럽마들이 가져간 것을 비롯해 개막전으로 열린 마라톤 경주 우승과 클래식 경주 3위 등 모래주로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유럽 세는 북미를 크게 위협했다.
이는 양대륙 경마산업의 회복 시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 이후 2011년부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 유럽과는 달리 올해 들어서야 반등세를 나타낸 북미의 경주마 공급은 물론 수요에서 과거 유럽을 압도하던 것과 달리 소강기를 가지면서 유럽에게 패권을 내주게된 빌미가 된 셈이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으로 넘어온 세계 경마의 패권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유럽으로 넘어가게 될지 내년에도 그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바야흐로 국경없는 베팅 시대
스포츠 베팅을 제외하고는 카지노, 경마 등 자국 내 사행행위를 일체 불허해왔던 이스라엘이 드디어 경마베팅의 문호를 개방,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영국 베팅샾(토토발매소와 같은 일상의 경마베팅 편의점) 업체인 GBI레이싱(GBI Racing)社와 이스라엘 스포츠 베팅위원회는 이스라엘 내 베팅샵 운영 및 웹사이트를 통한 베팅 수익 분배에 합의하면서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또, 이스라일 IT업체인 아이네다(i-neda)가 IT개발 일체를 담당한다.
세계 각지에 베팅샵(토토발매소와 같은 일상의 경마베팅 편의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온 엣더 레이스(At the Races)와 레이싱 UK(Racing UK)는 공동으로 투자 설립한 GBI레이싱社(GBI Racing)를 내세워 지난 2년 간 이스라엘 문호 개방에 공을 들인 끝에 결국 굳게 닫힌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최초 1개 지역에 한해 베팅샵을 허용키로 하면서 지난 11월 이스라엘 1호점을 런칭하였으며, 히브리어로 제공되는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경마경기의 인터넷 베팅(패리뮤추얼에 한해)이 가능하게 되었다.



작 성 자 : 편집국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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