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경주사진
주요 국제경주의 상금 지급 불이행으로 유럽 각국 반발
유럽 패턴 경주 위원회, 2015년부터 이탈리아의 경주 격하 사실상 합의

이탈리아 경마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주요 국제 경주의 지위가 박탈될 위기에까지 처해졌다.
이탈리아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원정마의 우승 관계자에게 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유럽 패턴 경주 위원회(European Pattern Race Comittee, EPRC)는 각국의 경마 통괄기관과 공동으로 이탈리아에서 시행되는 GⅠ경주 7개를 포함한 그레이드 경주의 지위를 2015년부터 격하(格下)시키는데 사실상 합의한 것.
경주 지위의 격하는 파트Ⅰ에 등재된 이탈리아의 경마 분류가 파트 Ⅱ또는 Ⅲ로 격하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그란테리움(GⅠ)경주 우승마 ‘로우 인포스먼트’(영국) 관계자에게 8만 파운드(약 1억4천만 원)의 상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해외 원정마에게 대부분의 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2년 9월 정부 재정 적자를 이유로 2013년 3월까지 경마상금 및 관계자 임금의 지급을 전면 유예함과 동시에 경마 운영의 모든 권한을 이탈리아 경마기구에서 농업성(농림부)로 이관한 바 있다. 때문에 이에 반발한 이탈리아 경마 관계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3개월 간 경마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임금 지불에 있어 타협점을 찾아 2013년 1월부터 부분적인 경마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상태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약속한 기한을 넘긴 지금까지도 경주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유럽 각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영국경마통괄기구(BHA)는 이탈리아 경주마가 경주에 출전하려면 출전등록비를 선불로 지불해야 한다는 등 강경 조치를 내놓으며 이탈리아의 상금지급 불이행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경마연맹(IFHA)도 이탈리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루이 로마네 연맹 회장은 “이탈리아가 미지급 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이탈리아 경마 관할이 농업성으로 이관된 마당에 경마 기구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마는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세계 경마 패권국 중 하나였다. 생산계의 거물 페데리코 테시오에 의해 생산된 ‘NEARCO’, ‘RIBOT’ 등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경주마들을 배출하면서 세계경마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맞으며 유럽 내에서 중진국의 위치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으나, 설상가상 금융위기로 촉발된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위기가 결국 이탈리아 경마의 존폐를 위협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관계자들은 유럽의 경마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만큼 이탈리아 경마의 파행 여파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며,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 성 자 : 조지영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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