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최우수 경주마 생산 목장에 선정된 ‘챌린저팜’ 이광림 대표도 대를 이어 경주마 목장을 하고 있다.
제주 이스트팜·금영목장·남원목장 2세 경영인 주도…2세 모임도 가져
선진 기술·뉴스에 대한 목마름 커…후대에도 물려주도록 노력 다짐


지난해 11월 발간된 이라는 책이 있다.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소신을 따라 다른 길을 걷는 청년들, 특히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평생을 곁에서 지켜 본 부모의 가업을 따라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가업을 잇는 청년들은 제주 경주마 목장 한복판에도 있다. 2013년 최우수 경주마 생산 목장에 선정된 ‘챌린저팜’ 이광림 대표는 용문목장을 운영하는 이용대 대표의 대를 이어 2대째 경주마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개장한 제주 이스트팜의 강문혁(34) 대표는 (사)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강영종 회장과 부자지간이다. 그 외 금영목장의 김영남 대표, 남원목장의 김영도 대표도 대를 이어 2세 경영을 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2014 교배 시즌이 시작됐다. 혈통이 중요한 경주마, 사람도 대를 이어 경주마 생산에 주력한다. 경주마 생산 목장 2세 경영 당사자인 이들의 포부와 생산 현장에서 겪는 애환 등을 직접 듣고 종합해 기획으로 엮었다.


- 최근 제주에서도 대를 이어 경영하는 2세 전문 경영인이 등장하고 있다.
저(제주 이스트팜 강문혁 대표)는 아버지(강영종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가 운영하는 로얄목장 인근에 이스트팜이라는 목장을 새로 만들고 생산자로 등록했다. 축산업을 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생 때부터 말을 보고 자랐다. 컴퓨터를 전공했고 7년 정도 회사를 다녔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목장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저(남원목장 김영도 대표) 또한 어릴 때부터 말을 보고 자랐고,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목장 일을 배우며 일하고 있다. 현재 8두의 경주마를 키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목장 일을 했고, 지속적으로 말을 봐 왔기에 말산업에 애착이 많다.

- 2세 경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축산업이라는 게 휴일이 따로 없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말들에게 밥을 주고 순치하고 장제하는 일 등을 하며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 결혼 2년 차인데 가족에게 소홀한 것 같아 미안하다. 아내가 잘 이해해 줘 그나마 다행이다.
말산업은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규모나 성장 면에서 열악하다. 제주도가 이번에 말산업특구로 지정됐어도 아직 생산 농가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되레 농가 지원이 줄어들어 생산자 이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젊은 경영인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말산업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이 있을 듯한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경마산업을 규제하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에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하는 일인데 불법사행산업을 단속하기는커녕 합법사행산업을 규제하는지 모르겠다. 탁상 행정의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경주마·경마산업은 갈 길을 잃었다. 경매에서는 고가마만 팔리고 중저가 말은 팔리지 않으니 ‘평균’이 안 나온다. 고가마가 나와도 실제 농가에는 도움이 안 된다. 농가는 바로 타격을 입고, 마주님들은 고가의 말만 사려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경마 대회와 관련해서는, 대상 경주 활성화를 위해 아이돌 가수를 부르는 이벤트 대신 외국 경마 이벤트처럼 최강 암말과 수말이 맞붙는 1:1 대결 이벤트 등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말산업은 첫 걸음을 뗐다고 본다. 따라서 세계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시장에 우리 말을 수출할 수 있게 외국 경마 뉴스와 경주마 뉴스를 쉽게 접하고 외국에서 인기 있는 종마와 자마를 소개받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 우리 말산업계는 홍보나 마케팅 면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듯하다.
이 우리나라 최초 말산업 전문지로 발행돼 개인적으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또한 평소 뉴스란을 즐겨 보고 있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터뷰 기사, 목장이나 마주들의 에피소드 기사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기사들이 많아지면 말 관련 종사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정책 면을 집중적으로 다뤄져 도움도 되지만 목장과 승마장 등 현장 중심의 취재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타 목장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면 우리 목장에도 접해볼 수 있고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을 것 같다. 독자 투고와 사설 등 쌍방 통행이 가능한 기사도 기대해 본다.

- 우리 말산업 발전을 위해 생각하는 대안이 있다면.
농축산업 분야는 2세 경영 비율이 높은 분야다. 단체와 협회를 지원하는 만큼 개인과 생산농가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예를 들어 2세 경영인에 대한 해외 연수 등을 지원해 선진 기술을 습득하게 하고 혈통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말을 수입할 때 부가세를 10% 매기는데 타 동물에는 없는 제도다. 이 부가세를 폐지하고, 농지구입 자금을 융자하고 씨수말을 구입하는 세금 혜택 제도가 있어야 한다. 또 마주님들이 말을 구입하는데 세금 감면 혜택도 필요하다. 조세 혜택은 농가와 마주에게 다시 투자할 기회를 주는 ‘환원’ 개념에서 필요한 일이다. 제주에서 목장을 하는 2세 경영자 모임이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말산업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버지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고, 이 일을 물려받아 할 수 있어 참 좋다. 대를 이어 같은 일을 할 수 있고 아버지와 대화도 많이 느는 등 긍정적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자식에게 이 일을 하라고 선뜻 나서기는 현재로서는 고민이다. 우리 경주마·경마산업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하면서 경주마·경마산업을 발전 시켜 내 자식에게도 이 일을 하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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