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장에서의 말(馬) 보는 요령에 대해 그동안 개론적인 얘기를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다소 포괄적인 의미의 내용이었다면, 이번 강의부터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전적인 내용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과연 예시장에서 걷고 있는 말들의 어디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말의 걷는 모양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말이 걷고 있을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전진해 나가는 모습이다. 얼마나 매끄럽고 힘있게 전진하고 있는가라고 하는 것. 즉, 말의 걷는 모양에 대한 전체적인 밸런스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앞다리의 내딛는 모양새에 주목한다. 무리 없이 앞다리의 뻗음이 좋다면 일단 파행의 우려는 없다. 실제로 예시장에서 말을 보고 있으면, 크고 작은 파행을 가진 말들을 상당수 발견하게 된다. 물론 경주력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찌됐건 앞다리의 뻗음이 좋다는 것은 앞다리와 뒷다리 파행이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앞다리의 뻗음과 뒷다리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앞다리 쪽의 밸런스가 좋은 말들은 당연히 뒷다리의 내딛음도 시원하게 마련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4개의 다리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뛰는 말의 습성을 고려할 때 한쪽 다리가 삐그덕 거린다면 나머지 다리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다만 말의 다리만을 보고 걷는 모양새의 좋고 나쁨을 파악하기란 초중급자에는 쉽지않은 일이기에 말의 걷는 모양새를 등(背)의 움직임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지난 밸런스 강의시간에서 좋은 말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등(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말의 걷는 모양새와 등의 움직임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말의 등이라 함은 등성마루에서 요추까지의 부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기수가 타는 말의 안장이 위치한 부분이 되겠다.

말이 걷고 있을 때 등 부분이 상하로 흔들리거나 하지 않고 수평을 유지한 채 물 흐르듯 일정한 리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경우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등이 상하로 요동이 있다거나 좌우로 흔들림이 있다면 당연히 걷는 모양새도 흐트러지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말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말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는 한, 대부분의 말은 예시장에서 직선부분을 걷고 있는 경우 등의 흐름이 흔들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 미묘하게 어딘가 좋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것을 판별해내는 일은 꽤 높은 안목을 지닌 사람만이 가능한 작업으로, 그 차이가 명쾌하게 드러나는 곳은 바로 말이 코너를 돌며 걷고 있을 때다.

파행이 있거나 허리가 좋지 않은 말들은 코너를 돌때 걷는 모양새가 흐트러진다. 독자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예시장에서 말이 예시되는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다. 말이 코너를 걷는다고 가정하면, 오른쪽 다리를 좀더 뻗어 안팎의 밸런스를 잡지 않으면 안되지만 상태가 나쁜 말은 그것이 힘들다.

상태가 나쁜 말은 직선을 걷고 있을 때는 정상적이다가도 코너를 돌면서 걷는 보폭이 줄어들거나 심지어 종종걸음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등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등이 상하 혹은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보인다. 직선을 걷고 있을 때와 비교하자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1987년 북미 2관마 ‘알리시바’(Alysheba)를 키워낸 조교사 출신의 핸디캡퍼(경마 전문가) 잭 반 버그는 좋은 상태의 말은 걷고 있을 때 마치 완만한 산비탈을 오르는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걷는다”라고 하기 보다는 말의 몸통이 요동없이 완만한 비탈을 부드럽고 천천히 오르고 있는 풍치를 느끼게 해준다고 덧붙이고 있다.

말을 보는 안목은 개개인마다 제각각 특징을 갖게 마련이지만, 수십 년간 말을 보며 터득한 전문가들의 느낌을 배워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그러한 감성을 키워나가는 트레이닝을 거듭할 때 언젠가 여러분도 좋은 말을 보고 산비탈을 오르는 느낌을 받는 안목의 소유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