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비인가’ 승마클럽.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기초 자치 단체 부서별 행정 입장 차 여전…‘갈지자’ 행보에 혼선
농림부, “관계 법령 개정 여부, 의견 수렴 후 신중하게 추진” 해명

창조경제와 규제 완화, 지하경제 양성화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말산업 육성이 각 지자체와 기초 자치 단체 부서별 행정 입장 차이와 여전한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내 일부 승마장에 대한 무차별한 단속이 계속돼 승마산업계 관계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는 지난달 27일, ‘馬산업 키운다는 농림부, 馬훈련장 못 짓게 발목’이라는 기사에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M승마클럽의 K 대표가 조만간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 배경을 보도했다. 양주시청 측은 3월까지 승마장(기마훈련장)을 철거하지 않으면 농지법 위반으로 벌금 4,500만 원을 부과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는 것. M승마클럽은 우리 고유의 말 문화유산과 기마민족 전통을 전승하기 위해 승마장에 기마훈련장을 운영하는데 이 훈련장이 농지에 들어선 불법 체육 시설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KBS 등 공중파 방송이 일부 승마장을 ‘불법’으로 매도하며 안전 문제를 지적하자 경기도 김포·성남시가 일대 비인가·그린벨트 내 승마장을 일제히 단속하기 시작했고 이 연장선상에서 양주시도 문제를 삼고 나선 것.

이번 보도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일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농지과가 발표한 해명 자료에서는 “(양주시청에 확인한 결과) 해당 기마훈련장은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건축, 불법용도 변경 등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양주시청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며 미이행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 “현행 농지법에 따라 농축산물 생산시설인 축사(마사)와 그 부속시설(가축운동장 등)의 설치는 정당한 농지 이용행위로서 농지전용허가 없이 설치 가능하며 승마체험 시설인 기마훈련장 등은 농지전용허가를 받아 1만㎡이하까지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식량 안보 및 우량농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지역 내에는 그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

농림부는 “향후 승마장 신규 설치 등 말산업 육성을 위한 관계 법령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농지 보전 필요성,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관한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말산업육성 정책 ‘무색’…관계 법령 조속한 개정 필요 지적
농림부가 밝힌 대로, ‘현행’ 농지법의 규정을 따른다 해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왜 하필 지금에 와서 문제 삼는가”하는 의문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M승마클럽은 그린벨트 내 ‘농업진흥지역’에 있지만 이미 이 지역에서 10년 여 가까이 승마장을 운영해 왔고, 단순히 개인 영리의 승마장이 아닌 우리 전통의 말 문화와 전통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것. 또 축사 및 부속시설(가축운동장)과 ‘기마훈련장’의 차이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타 시에서 승마장 단속을 하고 감사가 시작되자 일부 ‘만만한’ 승마장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주시청의 입장도 미묘하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M승마클럽에 대한 단속은 양주시청 말산업육성TF팀이 아닌 도시계획과에서 처리했다. 말산업육성TF팀 관계자는 M승마클럽이 그린벨트 안에 있던 옛 축사시설을 승마장으로 운영한 점을 알면서도 말산업 육성을 위해 승마장을 지원하고 장려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2011년도에 이를 인지, 적발하고 최근에 고발조치하게 된 것”이라며, “(M승마클럽이)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어 농지를 훼손했다. 양주시에 3~4곳 승마장도 이런 문제가 걸려 추가 고발 조치했다. 허가를 내고 하면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양주와 김포·성남시가 있는 경기도는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2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71년부터 정부가 총 5천397㎢에 걸쳐 설정한 그린벨트는 지역 개발과 부동산 정책 등으로 점차 해제되고 있으며 그린벨트 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가 화성 에코팜랜드에 말산업특구 유치를 위해 말산업 육성에 본격 나서겠다고 했고, 축산산림국 축산정책과 내 말산업육성팀을 만드는 등 의욕적으로 말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의회를 중심으로 말산업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법규를 개정하면서 도 차원에서 말산업 육성을 지속 추진하고 있지만, 도 내 일부 기초 자치 단체가 ‘법 규정’을 운운하며 무차별적 단속을 계속하는 터에 결국 승마장 측만 피해를 입고 있다.

■법과 규정에 발목 잡혀 ‘토사구팽’…승마장 정리 단계 수순?
실제 피해 사례는 또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B승마장은 화성과 수원시의 지역 축제 행사 때마다 불려나가 꽃마차와 기마단 운영을 하고 관내 장애인을 위해 무료 재활승마 봉사에도 앞장섰지만, 타 승마장에서 민원을 제기했고 전(前) 시장의 단속 명령에 따라 승마장이 좌초되기까지 했다. 2곳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비인가 승마장인 인천 지역에도 조만간 적지 않은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말산업육성법이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침이 아니라 결국 단속을 위한 근거 마련이 됐다는 한탄이 승마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낙마사고와 관련한 ‘안전’ 문제가 있고, 일부 비인가 승마장의 부실 경영 등의 문제도 있다지만 승마장마다 다른 영업 방식과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단속하는 건 결국 말산업 육성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M승마클럽 K 대표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 몸이 다 부서지면서까지 우리 말 문화 전통을 살리고자 20년 이상 이 일을 해 왔는데 이제 이 업종을 떠나야 되는 건지 괴리감을 느낀다. 말을 어디다 버릴 수도 없다. 내가 대한민국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정부가 말산업 육성을 한다지만 수십 년간 말을 키워오고 기다려온 사람들에게는 지원과 혜택은커녕 단속 규제만 심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K 대표는 “소치 올림픽을 보면서 안현수 선수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우리나라가 문화 융성한 선진국 시대로 가는 길을 막는 제도와 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 정부가 말산업 육성을 하려면 열악한 현장을 직접 찾아 목소리도 듣고, 콘텐츠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지원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신문고에 제안 올라와…‘승마산업 활성화 포럼’ 초미 관심사 대두
한편, 이번 문제와 관련해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는 ‘말산업육성법 중 농어촌승마시설 신고 개정안’에 대한 공개 제안이 3월 5일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이번 문제를 공개 제안한 제안인은 “말산업육성법은 지방자지단체와 시·군의 조례 및 내규에 저촉돼 민생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며, 이번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제안에 따르면, 승마장은 교통 문제 등으로 도시와 근접해야 하는데 농어촌승마시설 신고 입지 조건 항목에서는 농지가 대부분인 도시 인근 지역을 규제하고 있다. 그렇기에 ‘농지·전답·임야에도 말 운동을 할 수 있다’라고 관련 법안을 고쳐야 말산업육성법 본래의 취지가 살아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추가로 △신규 승마장도 체육시설에서 농어촌시설로 변경해 농지전용부담금 등 세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할 것 △법 개정이 어려우면 한시적으로 무허가 승마장을 양성화·구제해 담당 공무원들과의 마찰이 적도록 할 것 △개발제한구역 내 축사를 농어촌형 승마시설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나마 경북 영천시·전북 장수군 등 말산업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기초 자치 단체는 승마장 설치 및 관련 법안 충돌의 문제와 관련해 그간 정부와 각 지자체, KRA한국마사회와 관련 워크숍, 토론회 등지에서 이 문제를 ‘현실화’할 것을 요구해 오기도 했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10일부터 30일까지 3주간 ‘승마산업 활성화’ 온라인 정책 포럼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관련 정책에 반영하고자 준비 중에 있어 승마산업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사진 설명 - 경기도의 한 ‘비인가’ 승마클럽. 이곳은 2000년대 초 지역 내 승마동호인들이 모여 운영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승마동호인들의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다. 시설은 열악하지만, 승마장 전체 관리는 잘 되고 있으며 지역 아동들을 위한 무료 승마 강습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