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운동선수들은 하루라도 운동을 게을리 하면, 그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이 일반인과 비교해 근육량이 많은 것도 그 이유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많은 운동량에 신체 메카니즘이 적응을 해왔기 때문에 조금만 운동을 소홀히 해도 군살이 붙기 쉽다. 반대로, 욕심을 부려 운동량을 늘리게 되면 그 역시도 실제 경기에서는 쉽게 지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운동에는 체계적이고 일정한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경주마도 마찬가지로 좋은 경주마로 성장하기 위해 1세와 2세 시절부터 엄청난 훈련을 소화해온 만큼 중간에 공백이나 병력으로 인해 훈련량이 줄어들게 되면 군살이 붙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소화해내기 힘든 과격한 훈련을 한 경우에도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인해 좋은 경주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앞으로 2주간 강의할 내용은 예시장에서 좋은 경주마를 찾는 요령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다. 필자 역시 예시장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어 보는 내용으로, 경주마가 훈련이 부족해 군살이 붙었는지 혹은 과한 훈련으로 인한 체중감소로 이미 경주를 뛰기 전부터 지친 상태가 아닌지를 파악하는 요령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본 강의내용은 다소 난해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철저한 학습을 통해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되, 공식을 암기하듯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학습했던 내용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책으로만 익혀서는 결코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배운 정석은 잊어라”라는 바둑의 격언처럼 내용을 충분히 익혀 초석을 다지되 감각을 배양하는데 보다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물론 거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자꾸자꾸 말을 보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 를 비교해 보자.

의 말은 가슴에서 시작한 배의 선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가랑이 아래로 들어가 있어 완벽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는 배의 곡선이 완만하기 보다는 그 굴곡이 심해 다소 배가 처진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군살이 심하게 붙어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살찐 상태의 말은 배가 아래로 처지기도 하지만 옆으로도 퍼지게 되어있다. 뒤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말과 비교가 쉬울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단거리 적성의 말의 경우 전체적으로 골격이 크기 때문에 가슴이나 배가 튀어나와 보인다. 이때는 살찐 형태의 말이라 단정짓지 말고, 이 것이 군살인지 혹은 근육인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배 부분에 근육선을 보면 알게 된다.

다음의 은 다소 살찐 형태인 듯 보이지만 배의 옆선이 가랑이까지 깊게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의 말은 잘 발달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살찐 형태가 되면, 근육이 지방으로 메워지기 때문에 이 선이 분명히 나오지 않게 된다.
배를 확인했다면 다음은 어깨와 가슴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살찐 말은 어깨쪽에도 지방이 쌓여 근육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

의 ⓐ부분은 “어깨선”이라 불리는 곳으로, 군살이 붙으면 이 선이 희미하거나 상실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또한 가슴(ⓑ부분) 역시 근육의 도드라짐이 없고 목에서부터 가슴까지의 선이 밋밋하게 빠져 어찌보면 매끄러운 기분도 느껴지는데 이 역시 군살이 붙은 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론상으로는 어렵게 생각되지만 예시장에서 좋은 근육을 가진 말과 비교해보면 의외로 쉽게 판별이 가능하다.

살찐 상태의 말은 허리부분에서도 현저하게 그 특징이 나타난다. 의 ⓒ는 허리와 등의 경계인 요각(腰角)이라 불리는 부분으로, 말이 살이 찌게 되면 이 부분에 살이 붙게된다. 그러면, 허리와 등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옆에서 보게 되면 등과 허리가 평평해져 일직선에 가깝게 느껴진다. 좋은 형태인 과 나쁜 형태인 를 비교해주기 바란다. 또한 ⓓ는 배와 가랑이의 경계로서, 좋은 상태의 말은 그 경계가 뚜렷해 명암이 도드라져 보이고 근육이 있어 타이트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살찐 말은 그 부분이 다소 밋밋한 형태가 되어 버려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외에 심하게 몸이 불어난 말의 경우는 목과 엉덩이 등에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 가운데 “과연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들이 군살이 붙은 상태로 나올까”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본 강의내용에 비추어 예시장에서 말을 보고 있으면 실제로 그런 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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