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게는 체력과 함께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뛰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말이라면, 격렬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길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가 예시장에서 말을 볼 때는 근육의 완성도, 당일 컨디션 등과 함께 정신 상태의 점검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레이스에 임하는 말의 모습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투지에 불타올라 뛰고 싶은 욕망이 엿보이는 말이 있는가 하면, 무엇을 하러 왔는지 모를 정도로 멍하니 예시장을 터벅터벅 걸어다니는 말도 있다. 이렇게 언뜻 보더라도 확연히 구분될 수만 있다면, 좋은 정신상태를 가진 말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시장은 엄연히 함정이 숨어있는 곳이다. 특히 겉으로는 활기가 있어 투지에 넘쳐 보이지만, 실제로는 흥분된 상태일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도, 대부분의 팬들이 활기있게 느껴지는 말은 좋은 상태일 것이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지난 “목의 자세를 통해 투지를 엿본다”(1/31일자 19회) 강의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학(鶴)의 목”을 한 채 깡충깡충 뛰고 있어 겉으로는 투지가 강해보이지만 그것이 과연 투지에 넘쳐있는 상태인지 혹은 흥분한 상태인지에 대한 구분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가 말의 정신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투지’와 ‘흥분’ 이 두 가지의 구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번 강의에서는 그것을 구분짓는 일반적인 판별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투지’와 ‘흥분’은 미세한 차이에 따라 갈리게 되므로 어디까지가 “투지에 넘친 상태”이며, 어디까지가 “흥분된 상태”인지에 대해 명확한 경계를 긋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종(縱)의 비교” 강의편에서도 경주마 ‘보니비’(35조 소속, 5세, 암, 휴양중)의 예를 들며, 드물지만 흥분된 상태로 보인 경우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베스트 상태인 경우도 있었던 만큼 말에 따른 개체별 특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지에 넘친 상태란, 육체적으로는 기력이 충만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레이스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라고 볼수 있다. 반면 흥분된 상태라는 것은, 레이스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정신적으로 냉정함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냉정함을 잃어버리게 되면 초초한 나머지 늦은 출발을 한다거나, 레이스 도중 다른 말의 페이스에 쉽게 휘말려버려 종반에 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흥분된 상태의 말은 각별한 경계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경주마가 땀을 흘린다는 것은 흥분된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관점이된다.

적당한 땀흘림은 경주마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땀흘림은 분명 흥분되었다는 발현의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럼 어느 정도라면 자연스럽고, 어떤 땀흘림이 요주의인가. 그림①을 보면, 재킹(번호)아래 근처에 흰 거품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땀이 재킹에 스쳐서 거품이 된 것이다. 또한 그림②에서도 가랑이 사이에 약간의 흰거품이 보이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땀흘림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반면, 땀이나 흰 거품이 과다하게 흘러 배에서 뚝뚝 흐르고 있다면 경계대상이다. 그러한 경주마는 분명 겉으로는 활기가 있는 즉, 종종걸음을 한다거나 깡충깡충 뛰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흥분된 상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물론 여름철에서 초가을까지는 대부분의 경주마들이 크고 작은 량의 땀을 흘리게 마련이다. 오히려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로는 말에 따라서 마체가 흠뻑 젖을 정도의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분명 다른 말에 비해 부자연스러운 수준의 땀흘림이라면 우선 배제해야 될 대상이다.

또한 겨울철의 경우는 제아무리 활기있는 모습이라도 추운 날씨로 인해 웬만해서는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만약 땀을 흘리고 있다면 흥분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말의 체중이 증가한 경우라면 특히 땀을 흘리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 군살이 많은 경우에도 땀을 흘리기 쉽기 때문인데 그것은 생체리듬의 언밸런스에서 기인되는 현상이다.

둘째로, 흥분된 상태인지에 대한 윤곽을 잡으려면 말의 걸음걸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초보자라 하더라도 예시장에서 활기있는 말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하지만 활기가 있는 가운데 걸음걸이의 패턴이 일정치 않다면 일단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종종걸음을 했다가도 후다닥 뛰어가고 또 어느새 인가 보통걸음으로 패턴을 바꾼다든가 하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방향으로 걷는 것이 아닌 이리저리로 왔다가다 하며 어지럽게 행동을 한다는 것도 흥분된 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한 두번 정도 이러한 현상을 보인다고 해서 지레 판단해서는 곤란하겠지만 그러한 행동들이 수시로 나타난다면 흥분된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투지’와 ‘흥분’을 분별하는 기준은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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