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투지’와 ‘흥분’을 구별하는 기준에 대한 강의를 이어가겠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사람의 눈을 보게 마련이다. 물론 사람의 인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눈빛 속에는 마음의 한 모습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우리가 예시장에서 말(馬)을 관찰할 때에도 눈을 통해 말의 컨디션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눈빛이 날카로운 말들은 여지없이 좋은 성적을 내지만, 흐리멍텅한 눈빛의 말이라면 소위 바닥을 치기 일쑤다.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는 눈빛이 그들의 유일한 의사표시수단이기 때문에 그만큼 눈빛을 통해 정신상태를 짐작할 수 있으며, 또한 ‘투지’와 ‘흥분’을 가늠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먼저, 차분한 정신상태를 가진 말의 눈을 살펴보자. 의 눈을 주목해주기 바란다. 사진상으로는 쉽게 구분이 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눈빛이 매우 맑은 듯한 모습으로 시원한 느낌까지 주고 있다. 이러한 눈빛의 말들은 안정적인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예시장에서는 차분해 보이기도 있지만 실전에서는 의외로 강력한 투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흥분되었을 경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의 말의 눈빛은 과다하게 충혈된 모습을 하고 있어 보기에도 냉정함을 잃고 있는 듯 하다. 초조한 정신상태의 발현인 것이다. 물론 충혈된 눈만을 가지고 흥분되었다고 단정짓기는 무리다. 그 충혈 정도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겠는데, 기가 넘치는 상태에서의 약간의 충혈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충혈된 상태에서 다소 지친 듯한 눈빛이라면 분 명 그 충혈 정도도 심할 것이 분명하고 흥분된 상태의 발현으로 해석해도 무방하겠다.

그리고 과 를 비교해보자. 언뜻 보기에는 모두 모두 “학(鶴)의 목”을 한 채, 상당한 기합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지만, 2두의 눈을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의 눈빛은 충혈되지 않은 범주 내에서 적당한 날카로움 마저 배어나오고 있어 그야말로 최상의 투지를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반면, 는 똑같이 “학의 목”을 하고 있지만, 과다하게 충혈되어 혼탁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것은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로 실전에서 경주를 그르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러한 말은 자꾸 고개를 아래로 내려깔려는 경향도 엿보인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학의 목”은 투지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 과도한 흥분상태로도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투지’와 ‘흥분’을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과 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말의 눈빛 외에도 뭔가 다른 것에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마필유도원의 손이 뭔가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 흥분된 상태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으로 유도원이 고삐를 쥔 손놀림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의 마필유도원의 손은 가볍게 한 손으로 말을 잡아 제어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학의 목”을 한 채로 투지가 보이지만, 이렇게 한 손으로 가볍게 제어가 가능한 정도라면 차분함을 함께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를 보면, 마필유도원이 말의 고삐를 양손으로 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어찌보면 유도원이 말에 끌려 다닌다는 느낌도 주고 있다. 이 것은 말의 흥분이 지나쳐 제어가 쉽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심지어는 2명의 마필유도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음의 를 함께 비교해보자. 2명의 마필유도원이 양손으로 고삐를 붙들고 있음에도 말의 걷는 모양새가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쉽게 제어가 안되는 듯한 인상으로, 역시 흥분된 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일반 경마팬들은 2명의 마필유도원이 있는 경우를 좋은 상태의 말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흥분된 상태일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2명의 마필유도원이 있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은 2명의 마필유도원이 붙어 있지만 2명 모두 가볍게 한손으로 고삐를 쥐고 있고, 말도 차분히 제어되어 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개 2명의 마필유도원이 있다는 것은 말이 흥분되어 날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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