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액형을 통해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파악하는 책이나 정보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실 혈액형에 의한 성격 구분법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좀 더 편하고 빨리 사람들의 특징과 성격에 대한 정보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내재된 욕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필자는 말(馬)을 관찰하는 경마팬들의 심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예시장에서 말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5-20분 정도. 이 짧은 시간 안에 말의 컨디션을 충분히 파악해야 하는 절박함(?)에 놓여있기 때문에 말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은 섣불리 판단하여 말의 컨디션을 잘못 파악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은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갑자기 멈춰서거나 하여 주위를 둘러보는 말. 다른 말들은 앞만 보고 씩씩하게 걷고 있는데 혼자만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면 대다수의 팬들은 “아~주위가 산만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또, 꼬리를 내리고 있는 말에 대해서도 소위, “꼬랑지를 말았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베팅권에서 배제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모두 말의 행동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로서, 이번 시간에는 여러분이 오판(誤判)할 수 있는 말의 행동습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① 주위를 쳐다보는 말

예시장을 보고 있으면, 간혹 가만히 걷고 있다가도 갑자기 멈춰서서 먼 곳을 바라본다거나 혹은 걷는 중에도 관중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던가 하는 행동을 하는 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많은 경마팬들이 이런 행동의 말은 정신을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니까 좋지 않다고 하는 얘기들을 한다. 물론 걷다가 잠깐 멈춰서서 무엇인가를 보았다고 한다면, 걷는 패턴이 일정치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컨디션이 나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이러한 현상은 말이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인 것이다. 말이 주변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증거이며, 좋은 평가재료로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멈춰 서있다면 곤란하겠지만, 이러한 말들은 마필유도원이 조금만 재촉해도 곧바로 걷기 시작할 것이다. 반대로 만약 무엇인가에 겁에 질려 멈춰선 것이라면, 마필유도원이 재촉하더라도 좀처럼 걸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간혹 드물지만 어린 말 즉, 2세-3세초반의 말 중에서는 멈춰선 채로 마필유도원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걷지 않으려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아직 예시장에 대한 적응이 익숙하지 않아서이지 뭔가 좋지 않은 징후라고 볼 수는 없다.

은 예시장 코너를 걸으며 관중을 바라보고 있는 경주마의 모습이다. 릴랙스(relax)한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좋은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말의 파행과 관련한 강의내용을 되짚어 본다면, 파행이 있는 말들은 코너를 돌때 종종걸음을 하거나 후다닥하고 빨리 돌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기 때문에 절대로 이러한 여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행동, 콧소리
는 말이 자꾸 마필유도원을 향해 콧등을 들이미는 모습이다. 과거 예시장에서 만난 한 경마팬은 필자에게 이런 모습을 보고서, "말이 뛰고 싶어 자꾸 유도원을 밀쳐내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다.

② 이러한 현상은 말이 어린티가 남아있다는 증거로서, 소위 응석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응석을 부리고 있어도 전체적으로 이상이 없이 좋은 걷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4세, 5세가 되어서도 그런 행동을 보인다면 고려 대상이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이 역시도 경주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어린행동 가운데 경계해야 할 사항은 울음소리다. 2세 혹은 3세초반의 말들이 뛰는 경주에서 예시장을 보고 있으면, 간혹 “히잉~”하는 말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응석 차원이 아니라 무언가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어린 아이처럼 울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소리를 내는 말은 투쟁심은커녕 공포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울음소리가 아닌 콧소리의 경우는 다르다. 콧소리란 “푸르륵”하면서 내뱉는 코울음 소리를 말하는데, 이것은 어린 2,3세마 뿐 아니라 성숙한 말에게서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어떠한 이유에서 이런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경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점이다.

③ 꼬리의 내림

“꼬리를 내린 말들은 나쁘다”는 견해가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꼬리가 올라가거나 내려져 있는 것은 허리의 형태나 엉덩이의 생김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강의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요골에서 엉덩이까지의 각도가 완만하지 않고 급한 말들은 대개 꼬리가 내려진 모양새를 하고 있기 마련이다. 또한 생김새를 떠나 말 스스로의 습관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몇몇 외국 자료에서는 말이 초조한 심리상태를 보일 때 꼬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충분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꼬리를 세우는 것은 어떤 동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경주는 그러한 경우와는 다르다. 결국 꼬리의 형태가 말의 컨디션과 관련이 있는 것은 속설일 뿐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꼬리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발정시기의 암말의 경우다. 암말은 초봄 즉, 2월말에서 4월까지 발정기를 거친다. 이때 눈에 띄게 꼬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암말은 발정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말이 근처에 있을 때 발정기의 암말은 꼬리로 엉덩이를 숨기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히 싸움에서 진 개(犬)가 꼬리를 말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특히 지금 시즌에는 그러한 동작의 암말들이 간혹 보이므로 주목해 보면 찾을 수 있으며, 발정한 말은 레이스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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