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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주 조교사 마방산책]

[권승주 조교사의 마방산책] 여자 경마기수의 세계를 아시나요?

2020. 01. 14 by 권승주 전문기자

1989년 나는 한국 기수를 대표하여 몇 명의 기수와 함께 일본 초청경주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일본 동경근교인 지바 현에 있는 지바경마장이었다.

내가 경주에 출전한 날은 아침부터 비가내리고 안개도 내려 앉아 있었다. 예시장에서 출전기수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그때 여자기수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현역 여자기수가 없었기에 신기하여 관심을 갖고 경주에 임했다.

그날의 날씨는 시야가 좋지 않았기에 나는 선행 전개가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힘차게 말을 몰았다. 스타트 후 200미터 지점을 지나고 있는데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기수가 보였다. 곁눈질로 쳐다보니 예시장(말을 걸음걸이를 보는 장소)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여자 기수였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기수의 기승실력은 어느 정도 될까? 그 궁금함을 알아보기 위해 여자기수의 뒤를 따라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시선을 그 여자기수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문제가 일어났다. 나의 오른쪽에 위치한 말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깜짝 놀라서 바로 내가 기승한 말을 안쪽으로 유도했지만 이미 밖으로 한참 밀어낸 후였다.

결과는 뻔했다. 경주 후 심판실에서 나를 호출하는 방송이 들려왔다. 결국 여러 명의 일본 심판위원들 앞에 앉았다. , 옆에서 달리는 말을 계속해서 밖으로 밀어 냈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비가오고 안개도 끼여 있다 보니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로인해 옆에 말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지를 몰랐다고 대답했다. 심판위원들이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위기는 그렇게 넘겼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자기수는 1975년 기수양성소 단기 2기 출신의 이옥례기수였다. 서울경마공원의 지용철, 배대선 조교사가 동기생이다.

2000년대 들어 여자 기수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1년 이신영, 이금주, 이애리 기수가 그들이다.

이신영 기수는 한국 최초의 여성 조교사가 되어 현재 서울경마공원에서 좋은 성적으로 활동 중이다. 이금주 기수는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릉영동 대학교의 승마학과 학과장 뿐 만 아니라, 한국말조련사협회 부회장으로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 2, 부산경남경마공원에 3, 제주경마공원에 4명의 여자기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부산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는 얼마 전 박재이 기수와 결혼식을 올렸다. 기수들은 직업의 특성상 외부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기 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또 다른 기수 커플이 탄생 할 가능성이 크다. 김혜선 기수는 다부지게 말을 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출산 후 경주로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혜선과 박재이 기수의 커플사진
김혜선과 박재이 기수의 커플사진

 

승마와 경마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남.여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한다. 남자기수에 비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짧은 등자를 밟고 말을 타야하므로 근력과 체력이 많이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여자 기수들은 추입마(뒤에서 달리는 습성의 말) 보다는 선행이나 선입마(앞그룹에 달리는 말)에 기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남자에 비해 빨리 저하되기 때문에 늦은 나이까지 말을 타기가 쉽지 않다.

여자 기수로서 가장 애로점이 무엇이냐고 최은경기수에게 물었다.

경주 출주 전 최은경 기수의 모습
경주 출주 전 최은경 기수의 모습

마주나 조교사들이 남자 기수에 비해 체력과 근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능력이 좋은 말을 탈 기회가 적을 뿐 만 아니라, 경주에 출전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 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남자 기수들과 경쟁하여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몇 명의 여자기수는 남자 기수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여자 기수들의 좋은 활동을 기대하면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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