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마일 펜스 경주의 절대자, 세 번째 시즌도 순항 중

장애물 경주의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영국 장애물 경주에서 또 하나의 화젯거리는 연대율 100%를 자랑하는 하나의 말이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2016년생인 이 말은 15번의 경주를 치르는 동안 딱 세 차례 패배했으며, 그마저도 모두 2착이다. 공식 경주 착순은 111121111211112. 지구력 소비가 상당한 장애물 경주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강선행을 펼치고, 다른 선행마와 경주 내내 맞붙으며 선두 싸움을 펼친다. 오늘 소개할 말은 영국 2마일 펜스 경주의 절정을 보여주는 경주마,  존봉(Jonbon)이다.

(주. 존봉은 마생 첫 경주인 포인트-투-포인트 경주를 제외하고는 전 경주를 영국에서 치렀다.) 

(출처: PA Images)
(출처: PA Images)

존봉의 부마는 몬쥬(Montjeu)의 자마 워크 인 더 파크(Walk In The Park)로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달린 평지 경주마였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진 못했다. 모마 스타 페이스(Star Face)는 경주 경력 없이 곧바로 번식마가 된 말이지만, 모부마 생 데 생(Saint Des Saint)는 프랑스 허들 대상 경주 4승을 포함 14전 7승의 준마였다.

마주는 아일랜드 기업가 존 패트릭 맥마너스(John Patrick McManus)로,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들어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의 전 대주주였다. 데인힐(Danehill)의 자마이자 영국과 아일랜드의 2,000기니 스테이크스를 포함 G1 7승의 전설적인 경주마 락 오브 지브롤터(Rock Of Gibraltar)의 소유권을 놓고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Sir Alex Ferguson)과 충돌한 그 마주이다. 

 

공식 경주 데뷔전에서 4마신차 승리한 존봉은 이후 두 차례의 G2 경주를 포함해 3연승을 추가한 후, 첫 G1 경주인 슈프림 노비시스 허들(Supreme Novices' Hurdle)에 나섰다. 마지막 두 번째 장애물까지 컨스티투션 힐(Constitution Hill)과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경주 중 왼뒷다리 편자가 떨어지는 불운이 발생하면서 힘을 잃고 22마신차로 2착을 기록했다. 한편 컨스티투션 힐은 펜스로 전환하지 않고 허들에 남은 경주마로, 8전 8승에 G1 7승을 기록 중인 또 하나의 전설을 쓰고 있는 말이다. 

 

아쉽게 첫 번째 G1에서 우승 트로피를 따내지 못했지만, 존봉은 좌절하지 않고 두 번째 G1인 탑 노비시스 허들(Top Novices' Hurdle)을 제패한다. 1/1이라는 압도적으로 낮은 배당률 속에 경주가 시작되었지만, 경주는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존봉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이후 존봉에게 두 번째 패배를 안긴 엘 파비올로(El Fabiolo)가 마지막 1펄롱 내내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존봉은 간신히 목 차이로 엘 파비올로를 떨쳐냈다. 

2022 Top Novices' Hurdle(G1), Aintree, 2m 1/2f, Good to Soft, 9 hurdles

 

존봉은 두 번째 시즌부터 펜스 경주로 종목을 전환했다. 펜스 경주 데뷔전에서 7마신차 낙승을 거둔 후 17일 만에 치른 첫 펜스 G1 경주 헨리 8세 노비시스 체이스(Henry VIII Novices' Chase)에서는 한 번도 다른 말에게 선두를 내어주지 않은 채 8마신차로 승리했다. 이 경주 이후 70일 휴식을 취하고 나선 G2 경주에서도 5 1/2마신차 승리를 거두면서 펜스 경주에 떠오르는 강자로 올라섰다. 

존봉의 다음 행선지는 3월에 열리는 첼트넘 페스티벌(Cheltenham Festival)이었다. 거기서 열리는 G1 아클 챌린지 트로피(Arkle Challenge Trophy)에서 앞서 언급한 엘 파비올로를 다시 만났다. 진창길에 대한 주력이 검증되지 않아서일까? 존봉은 2/1이라는 낮은 배당률을 받았지만, 1번 인기를 11/10 배당률을 받은 엘 파비올로에게 뺏기고 말았다. 경주 결과는 인기를 따라가면서 존봉은 5 1/2마신차로 패배했다. 마지막 두 번째 펜스까지는 경합을 펼쳤지만, 이후 벌어진 마신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존봉에게 연패란 없었다. 한 달 후 아인트리(Aintree)에서 열린 G1 마그헐 노비시스 체이스(Maghull Novices' Chase) 후위와 43마신차라는 큰 차이를 만들어내며 쉽게 따냈다. 그리고 2주 후, 샌다운(Sandown)에서 열린 영국 내셔널 헌트 시즌 마지막 G1 경주 셀레브레이션 체이스(Celebration Chase)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샌다운에서만 G1 3승을 기록했으며 셀레브레이션 체이스 3연패를 도전한 그레네틴(Greaneteen), 아일랜드 대상경주에서 3승을 기록한 캡틴 기네스(Captain Guinness),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관록의 에디터 두 지(Editeur Du Gite)와 우승 경쟁을 펼쳤다. 경주 초반 잘 뻗어나간 존봉은 네 번째 장애물에서 큰 실수를 범하며 뒤로 처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후방에서 달리게 된 존봉은 마지막 세 번째 장애물을 넘으면서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막판 폭발적인 질주를 선보이며 캡틴 기네스를 3 3/4마신차로 꺾었다. 페이스가 말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잘 모아 마지막에 뒤집기를 성공하면서 이 말이 각질에서도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준 경주였다. 

2023 Celebration Chase(G1), Sandown, 1m 7 1/2f, Good to Soft, 13 fences

2023-24시즌 존봉은 복귀전을 손쉽게 따내면서 산뜻한 출발을 기록했다. 첼트넘에서 열린 G2 슐로어 체이스(Shloer Chase)를 9 1/2마신차로 잡았다. 해당 경주에는 에디터 두 지와 G1에서 2승을 기록한 에드워드스톤(Edwardstone)도 달렸지만, 존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존봉에게 이 경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첫 번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첼트넘 경마장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고, 다른 의미는 포화된(Soft) 주로에서 열린 대상경주를 승리했다는 것이다. 

2023 Shloer Chase(G2), Cheltenham Old, 2m, Soft, 13 fences

다음 경주는 2023년 12월 9일 샌다운에서 치른 G1 팅글 크릭 체이스(TIngle Creek Chase). 이번 경주에는 2022년 이 경주 우승마이자 바로 직전 경주에서 존봉에게 패배한 에드워드스톤이 설욕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존봉과 에드워드스톤의 주력은 제법 차이가 있었다. 존봉은 불량한 마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 자신이 하던 방식으로 전방에서 선두를 끊임없이 압박했고, 마지막 펜스 전 선두를 탈환하더니 그대로 최종 직선을 뚫어버렸다. 결과는 2 3/4마신차 1착. 

2023 Tingle Creek Chase(G1), Sandown, 1m 7 1/2f, Heavy, 13 fences

그러나 가장 최근에 펼친 경주 G1 클라렌스 하우스 체이스(Clarence House Chase)에서는 불안한 점프를 연속으로 보여주면서 프랑스 출신의 다크호스 엘릭시어 드 넛(Elixir De Nutz)에게 목차로 패배했다. 마지막 네 번째 펜스를 넘다가 거의 넘어질 뻔 했음에도 선두를 차지했지만, 이후 마지막 펜스에서 또다시 점프 실수를 저지르면서 선두를 내줬다. 1마신차의 간격을 극복하는가 싶었지만,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경주가 끝났다. 이렇게 존봉은 통산 세 번째 패배를 당했다. 한편 엘릭시어 드 넛은 펜스 경주 G1 첫 우승을 기록했고, 기수인 프레디 진젤(Freddie Gingell)과 조교사 조 티자드(Joe Tizzard)는 통산 첫 번째 G1 우승을 기록하는 경사가 났다. 

2024 Clarence House Chase(G1), Cheltenham New, 2m 1/2f, Good to Soft, 14 fences

존봉의 다음 경주는 3월 중순에 열리는 첼트넘 페스티벌(Cheltenham Festival)에 열리는 경주 중 하나가 될 예정이다. 출주가 유력한 경주는 첼트넘 구(舊) 코스에서 열리는 2마일 경주 퀸 마더 챔피언 체이스(Queen Mother Chamption Chase)로, 존봉과 경합을 펼쳐온 엘 파비올로, 에드워드스톤, 에디터 두 지, 캡틴 기네스, 그레네틴, 그리고 바로 직전에 존봉을 꺾은 엘릭시어 드 넛도 이 경주에 출주를 예고했다.

존봉이 평지를 주파하는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다음 경주에는 두 가지로 인해 다음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생기고 말았다. 첫 번째는 유독 낮은 첼트넘에서의 승률이다. 첼트넘 경마장 전체를 놓고 보면 4전 1승에 2착 3번, 구 코스만 놓고 보면 3전 1승이다. 그나마 그 1승이 이번 시즌 초반에 기록한 점이 고무적이다.

두 번째는 최근 경주에서 계속 불안한 점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주였던 셀레브레이션 체이스부터 이번 시즌에 치른 세 번의 경주까지 한 경주도 깔끔하게 끝낸 적이 없다. 착지 불안을 자주 보여주고 있으며, 심지어 직전 경주에서는 경력상 최초로 경주 중단의 위기까지 몰렸었다. 

과연 존봉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마들을 제쳐낼 수 있을까? 경주마 경력에서 3 이상의 숫자가 기록되지 않는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남은 7주 동안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지가 성패의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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