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멀린스 조교사, 전체 15경주 중 9개 경주에서 우승마 배출하는 쾌거

 

2024년 2월 3~4일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Dublin Racing Festival)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인근 레퍼즈타운 경마장(Leopardstown Racecourse)에서 열렸다.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은 장애 매년 2월 첫 번째 주에 열리는 대회로, 아이리시 골드 컵(Irish Gold Cup), 아이리시 챔피언 허들(Irish Champion Hurdle) 등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양일 합계 36,020명이 레퍼즈타운 경마장을 찾아 18개의 경주를 관람했으며, 2023년 페스티벌과 비교해 총관객 수는 약 4%, 2022년과 비교해 약 20%나 증가했다. 이번 글에서는 양일 진행된 경주 중 주목할 만한 경주 몇 가지를 다뤄본다. 

 

1. Golden Cygnet Novice Hurdle

더블링 레이싱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경주로, 1977-78년 시즌 데뷔하자마자 기라성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5개월 만에 심각한 부상으로 명을 달리한 골든 시그넷(Golden Cygnet)을 기리는 경주이다. 5세 이상 허들 경주 데뷔 시즌인 경주마가 참가할 수 있는 경주로, 2마일 6펄롱이란 아주 긴 거리를 달리기에 속도와 동시에 지구력을 요구하는 경주이다. 이번 경주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경주마 3두, 프랑스 출신의 경주마 3두, 총 6두가 경쟁에 나섰다.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마 육성의 대가 윌리 멀린스(WIllie Mullins) 조교사가 네 마리나 이 경주에 출주시킨 가운데, 가장 낮은 배당률을 받은 경주마는 그가 육성한 프레데터스 골드(Predators Gold)였다. 두 달 전 불량한 마장에서 열린 G1 퓨처 챔피언스 노비스 허들(Future Champions Novice Hurdle)에서 2착을 기록하며 주력을 증명한 덕분에 1/1의 배당률을 받았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한 말은 역시 멀린스 조교사가 키워낸 댄싱 시티(Dancing City)였다. 2달 전 재수 끝에 미승리전을 통과한 댄싱 시티는 다른 경주마와 비교해 대상경주 실적이 없었기에 가장 높은 배당률인 16/1을 받았다. 

비가 내린 덕분에 주로가 완전히 진창길이 되었지만, 경주 페이스는 빠르게 흘러갔다. 출주한 6두가 처음부터 하나의 마군으로 달렸고, 중반까지 선두와 가장 후위와의 간격은 4마신차 이내가 유지되었다.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선두에 나선 말은 G3 우승 경험이 있는 암말 제타라(Jetara). 그러나 최종 코너를 지나면서 힘이 다소 빠지더니 선두를 댄싱 시티에게 빼겼다. 댄싱 시티는 최종 직선에 설치된 마지막 장애물에서 살짝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잘 버티면서 추격하는 프레데터스 골드와 제타라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세간의 기대를 제대로 엎어버렸다. 2위 프레데터스 골드와의 마신차는 1 1/4마신. 

2024 Golden Cygnet Novice Hurdle(G1), Leopardstown, 2m 6 1/2f, Soft, 11 hurdles

2. Arkle Novice Chase

35전 27승이란 전설적인 기록을 작성한 아일랜드의 경주마 아클(Arkle)을 기리기 위한 아클 노비스 체이스(Arkle Novice Chase)는 5세 이상 펜스 경주 데뷔 시즌인 경주마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이번 경주에는 G1 4승의 파사일 베가(Facile Vega)를 비롯해 G1 2승의 마린 내셔낼(Marine Nationale), G1 1승의 파운드 어 피프티(Found A Fifty)와 일 에테 탕(Il Etait Temps), 그리고 11살이며 G1 6승을 기록한 백전노장 샤르자(Sharjah)가 참가했다. 출주마들의 화려한 경력으로 인해 이번 경주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맞대결은 파사일 베가와 일 에테 탕의 라이벌 관계였다. 2022-23 시즌 둘은 마지막 네 번의 G1 일정을 똑같게 치르며 자웅을 가렸었다. 기록은 파사일 배가가 2승 1무 1패로 우세. 파사일 베가가 일 에테 탕을 이긴 두 번의 경주에서 일 에테 탕은 모두 2착을 기록했다. 일 에테 탕이 파사일 베가를 이긴 경주에서 파사일 베가는 20마신차 패배를 기록했다. 둘이 승부를 가리지 못한 나머지 한 번의 경주를 우승한 말은 마린 내셔낼로, 파사일 베가는 3 1/4마신차 2착을 기록했다. 

비가 그친 가운데 햇살이 조금씩 비치며 시작된 경주. 노장 샤르자가 최후방에서 나머지를 지켜보는 가운데 먼저 치고 나간 말은 파운드 어 피프티였다. 파사일 베가는 선두를 바짝 따라다니면서 선행했고, 마린 내셔낼과 일 에테 탕은 중단에서 경주를 진행했다. 

경주 내내 이어진 진형이 최종 직선에 돌입했을 때까지 이어진 가운데 승부는 마지막 장애물을 넘은 후부터 시작되었다. 파사일 베가와 마린 내셔낼이 마지막 점프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며 뒤로 처져버렸고, 파운드 어 피프티가 끝까지 선두를 지키느냐 아니면 일 에테 탕이 모아둔 힘을 폭발시키며 선두를 빼앗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관중들 앞에서 경합을 펼친 둘은 서로에게 양보하지 않고 앞으로 달렸으며, 일 에테 탕이 결승선 직전 파운드 어 피프티를 간신히 제쳐내는 데 성공하면서 목차 승리를 거뒀다. 

2024 Arkle Novice Chase(G1), Leopardstown, 2mf 1f, Yielding to Soft, 11 fences

3. Irish Gold Cup Chase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 첫 번째 날의 하이라이트이자 대회 주간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아이리시 골드 컵 체이스. 펜스 경주 G1 트로피가 있는 네 마리의 대결이었지만, 사실상 챔피언 갈로팽 드 샴(Galopin Des Champs)와 도전자 패스터슬로우(Fastorslow)의 맞대결이었다. 갈로팽 드 샴은 레퍼즈타운 경마장에서 5전 4승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해왔으며 올해는 아이리시 골드 컵 체이스 작년 챔피언이라는 입장에서 방어전을 치렀다. 그러나 G1 7승을 자랑하는 갈로팽 드 샴이지만 패스터슬로우와의 맞대결에서는 1승 2패로 열세였는데, 2022-23시즌 최종전과 2023-24시즌 개막전에서 석패했다. 

레이스 시작과 동시에 갈로팽 드 샴은 전방으로 나가 경주의 속도를 제어했다. 3마일 1/2펄롱이라는 정말 긴 거리를 자신의 템포로 달리기 시작했다. 패스터슬로우는 갈로팽 드 샴의 움직임을 1~2마신 뒤에서 관찰하면서 달렸다. 두 마리 뒤에 컨플레이티드(Conflated)가 따라붙었고, 아이 앰 막시무스(I Am Maximus)는 중반부터 제법 뒤처지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최종 코너를 돌면서 세 마리는 본격적으로 주력 싸움을 펼쳤다. 선두를 놓치지 않으려는 갈로팽 드 샴과 챔피언에게 3연패를 안기려는 패스터슬로우가 반마신차 경합을 펼친 가운데 컨플레이티드는 마지막 장애물을 제대로 넘지 못하면서 기수가 떨어지고 말았다. 마지막 장애물을 넘은 후 1마신차 리드를 이어간 갈로팽 드 샴은 코스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패스터슬로우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패스터슬로우는 갈로팽 드 샴의 노련한 페이스 조절을 버티지 못하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경주는 갈로팽 드 샴의 4 1/2마신차 승리로 끝났다. 

2024 Irish Gold Cup Chase(G1), Leopardstown, 3m 1/2f, Soft, 17 fences

4. Dublin Chase

아일랜드 2마일 펜스 종목의 최강자를 가리는 경주지만, 사실 너무나 뻔한 결과가 예상되었다. 172의 레이팅을 자랑하는 엘 파비올로(El Fabiolo)가 우승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고, 관건은 과연 엘 파비올로가 3월에 열릴 첼트넘 페스티벌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자리였다. 물론 일주일 전 라이벌 존봉(Jonbon)이 목차로 패배한 것처럼 엘 파비올로 또한 깜짝 패배당할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경주의 양상은 제법 흥미로웠다. 존봉의 마주 존 패트릭 맥마너스(John Patrick McManus)가 이 경주에 세 마리나 출주시켰기에 존봉과 같은 노란색-초록색 줄무늬 승부복이 마치 엘 파비올로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다르게 경주는 쉽게 끝났다. 엘 파비올로는 점프를 깔끔하게 하진 못했지만, 늘상 보여주듯이 마지막 장애물(원래는 마지막 두 번째 장애물이지만, 시야 문제로 인해 최종 장애물이 생략됨)을 넘고 가속하기 시작했다. 다른 말들은 엘 파비올로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선두와 후속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으며, 결국 엘 파비올로는 8 1/2마신차 승리를 기록했다. 

2024 Dublin Chase(G1), Leopardstown, 2m 1f, Yielding to Soft, 10 fences 1 omitted

5. Irish Champion Hurdle

앞의 경주가 엘 파비올로의 압도적인 힘을 확인하는 경주였다면, 이번 경주는 스테이트 맨(State Man)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현역 아일랜드 허들 경주마 중 최강인 스테이트 맨 또한 3월에 열릴 첼트넘 페스티벌을 앞두고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아이리시 챔피언 허들에 나섰으며, 동시에 대회 2연패를 조준했다. 

출주한 4두는 경주 초반에는 각자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엉페흐 레 파스(Impaire Et Passe)는 선두에, 스테이트 맨은 두 번째, 에코스 인 레인(Echoes In Rain)은 세 번째, 밥 올린저(Bob Olinger)는 후미에 위치했다. 최종코너를 돌면서 네 마리는 하나의 마군으로 뭉쳤고, 거기서 스테이트 맨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전 경주와 똑같이 최종 직선에 설치된 장애물을 생략한 가운데 스테이트 맨은 직선에서 경쟁마를 가볍게 따돌리면서 5 1/2마신차로 우승했다. 

2024 Irish Champion Hurdle(G1), Leopardstown, Soft, 8 Hurdles 1 omitted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를 주름잡는 갈로팽 드 샴, 엘 파비올로, 스테이트 맨은 자신에게 걸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낙승을 기록했다. 첫날에 열린 두 번의 노비스 경주에서는 1번 인기가 우승하지 못했지만, 이제 데뷔 시즌을 치른 경주마들의 경주인 점을 감안하면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페스티벌의 경주를 뽑으라고 하면 아클 노비스 체이스를 선정하겠다. 과거에 허들 경주에서 여러 차례 맞붙었던 말들이 펜스로 종목을 전환해 재대결을 펼치기도 했고, 마지막까지 두 마리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면서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윌리 멀린스 조교사는 전체 15개의 경주에서 9마리의 우승마를 배출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에서 가장 훌륭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폴 타운엔드(Paul Townend)기수가 G1 4승을, 윌리 멀린스 조교사의 조카인 대니 멀린스(Danny Mullins) 기수는 G1 3승을 기록했다. 한편 폴 타운엔드 기수의 막내 여동생이자 아마추어 기수인 조디 타운엔드(Jody Townend)도 G2 트로피를 따냈다. 언급한 세 기수가 기승한 경주마 모두를 윌리 멀린스 조교사가 키워냈다. 

영국과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는 이제 3월 첼트넘 페스티벌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번 경주에 나선 아일랜드 유력 경주마 대부분이 영국으로 건너가 경주를 펼칠 것으로 보이며, 그곳에서 영국의 준마와 대결할 예정이다.

컨스티투션 힐(Constitution Hill)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테이트 맨, 존봉과의 정상결전을 준비하는 엘 파비올로, 그리고 영국 장거리 장애물 경마의 백전노장 시슈킨(Shishkin)과의 대결을 고대하는 갈로팽 드 샴. 이들이 3월 어떤 경주를 펼칠지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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